'나는 나의 아내다', 좁은 공간 채운 샤로테의 삶…1인극 한계 지우다 [D:헬로스테이지]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7.02 12:46  수정 2026.07.02 12:46

텍스트에 숨 불어넣는 지현준·백석광의 열연 돋보여

단 한 명의 배우가 무대를 이끌어가는 1인극은 그 자체로 거대한 도전이다. 배우의 호흡 하나에 극의 성패가 갈리고, 관객은 인물의 의상이나 가려진 무대 뒤의 공기를 끊임없이 상상해야 하는 낯섦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낯섦이 경이로움으로 바뀌는 순간, 극장이 주는 몰입감은 극대화된다. '두산인문극장 2026: 신분류학'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두산아트센터 Space111 무대에 오른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가 바로 그러한 무대의 힘을 증명한다.


'나는 나의 아내다' 지현준 공연사진. ⓒ두산아트센터

작품은 독일의 실존 인물 샤로테 폰 말스도르프의 삶을 바탕으로 한다. 히틀러의 나치 시대와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라는 혹독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은 여장남자 샤로테, 그리고 그녀의 생애를 희곡으로 써 내려가는 작가 더그의 인터뷰를 교차시킨다. 무대 위 단 한 명의 배우는 주역부터 수많은 단역까지 무려 35인의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극 초반, 좁은 무대 위에서 시시각각 인물을 갈아입는 1인극 특유의 어법은 관객에게 다소 불친절하거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로 다가올 수 있다. 관객 스스로가 서사의 공백을 상상력으로 채워야 하는 장르적 장벽 탓이다. 그러나 극작가 더그가 샤로테의 옛이야기에 빠져드는 순간, 관객 역시 배우의 세밀한 연기 속으로 동화된다. 어느덧 무대 위 좁은 공간은 가려진 인물들의 삶과 시대의 기억으로 가득 차오르게 된다.


'나는 나의 아내다' 백석광 공연사진. ⓒ두산아트센터

이번 시즌은 배우 지현준과 백석광이 더블 캐스트로 나서 각기 다른 질감의 무대를 완성한다. 샤로테를 표현하는 지현준의 연기는 탁월하다. 역사의 비극 속에서도 모순적이면서 능동적으로 생을 개척해 나간 인물의 내면을 몸짓과 언어로 단단하게 구축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반면 백석광은 매력적인 목소리를 청각적 장치로 적극 활용한다. 더그와 그의 친구 존을 비롯한 남성 캐릭터들을 소화할 때, 귀에 깊이 박히는 정확한 딕션과 묵직한 전달력으로 관객이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다만 인터미션 없이 2시간 동안 이어지기에 관객에게 상당한 체력적 부담을 요구한다. 장시간 관람하기에 극장 좌석이 다소 불편하다는 점은 아쉽다. 또한 객석 단차의 한계로 인해 무대 하단이나 구석에서 이루어지는 세밀한 동선들이 시야에서 가려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1인 35역의 역동적인 숨결을 온전히 따라가기 위해서는 가급적 앞자리 좌석을 선택하는 것이 작품을 깊이 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어떤 분류로도 쉽게 규정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삶을 비추는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는 오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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