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전담팀 대응에도 항공 정보 SNS 불법 거래 성행
"미성년 대상 스토킹 범죄, 청소년 보호 관점서 가중처벌해야"
사법 당국의 처벌 강화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를 상대로 한 스토킹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획사들의 무관용 대응과 스토킹처벌법 적용으로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판결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범죄의 발생 빈도나 수법은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피해를 입는 아티스트 중 상당수가 법적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은 단순한 사생활 침해를 넘어선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최근 보이그룹 코르티스(CORTIS)가 겪은 차량 위치추적기(GPS) 미행 사건은 이러한 한계와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일부 사생팬들은 프랑스 파리 일정 중 코르티스 멤버들이 탑승한 차량 하부에 소형 위치추적기를 몰래 부착한 뒤, 실시간으로 동선을 미행했다.
이외에도 숙소 주차장 무단 침입, 불법 거래된 항공 정보를 이용한 기내 밀착 접근, 온라인상 악성 게시물 유포 등의 행위가 적발됐다. 소속사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아티스트의 신변을 위협하고 사생활을 극심하게 침해하는 범죄 행위에 대해 어떠한 합의나 선처도 없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특히 멤버 대다수가 미성년자인 만큼 아티스트 보호를 위한 형사 고소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강경 대응 기조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빌리프랩 역시 30일 공식 입장을 통해 사생활 침해 및 스토킹 범죄에 대한 엄정 대처 방침을 강조했다. 빌리프랩 측은 “운전자를 고용하여 아티스트의 비공개 스케줄을 따라다니거나, 숙소에 침입하는 등의 행위는 엄연한 범죄”라며, 초범이더라도 선처 없는 중형 처벌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지난해 소속 보이그룹 엔하이픈의 숙소에 무단 침입해 멤버들을 불법 촬영한 스토킹 행위자가 유죄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자택을 수십 차례 찾아가고 주거지에 침입한 브라질 국적의 외국인 가해자가 구속기소 끝에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강제 추방 절차를 밟게 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사법부와 기획사가 외국인 사생에 대해서도 구속 수사와 엄벌 조치로 맞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처럼 기획사들이 전면에 나서는 이유는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피해 아티스트 중 청소년기 미성년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르티스는 멤버 5명 중 4명이 2008년과 2009년생인 법적 미성년자다. 이들을 향한 반복적인 주거 침입과 미행,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게시물 생산은 단순 괴롭힘을 넘어 아동복지법상 정신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 대중문화계 전문가들은 미성년 아티스트가 성인에 비해 범죄 노출 시 심리적 불안과 트라우마가 더 크게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해당 사안은 연예인 사생활 침해가 아닌 미성년자 대상 범죄라는 관점에서 가중 처벌 등 엄중한 법적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강력한 사법 단죄 속에서도 이 같은 범죄가 지속되는 가장 큰 원인은 범죄의 원료가 되는 개인정보가 쉽게 유출되는 유통 구조에 있다. 최근 수사기관의 단속 결과, 일부 항공사 및 여행사 관계자가 업무상 취득한 연예인의 출입국 편명과 좌석 정보를 사생팬에게 불법 유통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이브는 지난 2023년부터 대응 전담팀을 구성해 온라인상에서 소속 연예인 항공권 정보를 거래한 일당을 경찰에 고소했으나, 여전히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상에서 이러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공공연하게 거래되는 실정이다. 내부 직원의 무단 정보 조회를 제지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부족한 데다 온라인 암시장까지 활성화되면서 유출 통로가 넓어진 결과다.
여기에 해외 서버를 둔 플랫폼을 통한 악성 게시물 유포나 외국인 사생팬의 해외 현지 미행 역시 대처를 어렵게 만든다. 해외 플랫폼사의 협조 없이는 가해자의 신원 파악이 어렵고, 해외 현지 범행에 국내법을 직접 적용하기 까다롭다는 한계도 있다.
결국 멈추지 않는 사생 범죄를 근절하려면 범죄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 자체를 바꾸는 선제적 차단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사생 범죄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사후 처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범죄 환경을 바꾸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라며 “항공업계의 승객 정보 접근 권한 세분화와 조회 기록 의무화로 유출 경로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발 범죄 대응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사와의 공조 체계 구축과 함께, 미성년 아티스트 대상 스토킹을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현행 스토킹처벌법 을 개정하는 등 청소년 보호 관점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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