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위는 확정했는데…정청래, 전대 앞두고 '1인1표제' 재점화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6.07.02 07:00  수정 2026.07.02 07:00

전준위 이미 '1인1표제' 확정했는데 다시 의제화

친명 "없는 갈등 만들어" 친청 "흔드는 세력 있어"

전대 앞 당심 겨냥 의제 경쟁…"메시지 선점 전략"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대표 공약이었던 '당원 1인1표제'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면서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당내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이번 전당대회부터 1인1표제 적용을 확정했음에도 정청래 전 대표가 이를 다시 쟁점화하자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이미 끝난 논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친청(친정청래)계는 "당원주권을 흔드는 움직임이 있다"고 맞서면서 전당대회를 앞둔 메시지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가 1인1표제에 태클을 거나", "1인1표제를 흔들지 말라"는 글을 올리며 당원 1인1표제를 다시 강조했다.


1인1표제는 정 전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제도다. 기존 대의원에게 부여됐던 높은 투표 가중치를 줄이고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대의원과 동일하게 반영해 당원 주권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 전준위는 전날 첫 회의를 열고 오는 8월 17일 전당대회부터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표를 동일한 기준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전체 반영 비율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합쳐 70%, 국민 여론조사 30%를 유지하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같게 적용하기로 했다.


송옥주 전준위 부위원장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를 동일한 기준으로 반영해 당원주권 원칙을 보다 분명히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대표가 이미 확정된 제도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자 친명계에서는 즉각 견제에 나섰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누가 1인1표제에 태클을 걸고 흔들고 있느냐. 단 한 사람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당내에는 1인1표제를 더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그런데 마치 당 안에 이를 반대하는 세력이 있는 것처럼 없는 갈등을 만들어 당원들을 편 가르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싸우는 정치처럼 보인다"며 "1인1표제 갈라치기는 그만해 달라"고 직격했다.


친명계인 김현정 의원도 1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1인1표제로 바뀌는 것 자체에 대해 당내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당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건강하게 수렴할 수 있는 공간과 플랫폼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청계는 1인1표제를 둘러싼 논란 자체가 당원주권을 흔드는 시도라고 맞섰다.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 주권 1인1표제는 헌법상 평등 원칙이 정당에도 적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리"라며 "시행도 하기 전에 이를 의심하고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 이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당원주권 원리를 훼손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규환 최고위원도 "1인1표는 민주당이 당원 중심 정당으로 나아가는 핵심 원리"라며 "이를 흔드는 것은 민주당 정신과 이재명 정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공방의 핵심이 1인1표제 자체가 아니라 전당대회를 앞둔 '의제 선점 경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 전 대표는 최근 검찰개혁, 범민주진보 연대론, 당원주권 등 강성 권리당원들의 관심이 높은 의제를 잇달아 꺼내 들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는 이미 제도적으로 정리된 사안인데도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은 정책 논쟁이라기보다 전당대회 메시지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며 "누가 당원주권을 더 상징적으로 대표하느냐를 둘러싼 경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지금 당 안팎에서는 정 전 대표가 다시 당대표를 맡아도 되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점을 커버하기 위해 당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의제를 잇달아 제시하며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정 전 대표가 띄운 의제들이 당원들에게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검찰개혁이나 당원주권처럼 상징성이 큰 의제를 둘러싼 메시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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