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後] 李대통령, '글로벌 외교' 성과 뒤 과제는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6.19 05:30  수정 2026.06.19 06:00

트럼프와 2시간 만찬·36개항 한-EU 성명 성과

한미 정상회담 무산·'재건기금 청구서' 등 청구서

북한 무응답 속 '피스메이커' 격상…과제 본격화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비앙 G7 정상회의장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8박 10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가운데, 정상외교의 성과와 함께 본격 도래할 외교적 과제들이 하반기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2년 연속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위상을 공고히 했다고 평가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공식 양자회담 불발과 미국발 '재건기금' 동참 압박, 북한의 무응답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동시에 부상하는 양상이다.


이번 순방의 핵심 성과로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 확립이 꼽힌다. 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올린 순방 소감에서 "국제질서의 격변 속에서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과 책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며 "G7의 핵심 파트너이자 2028년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전 세계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G7 회의에서 글로벌 불균형 해소와 공급망 안정, 인공지능(AI) 대전환 등을 한국이 주도할 의제로 제시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를 핵심 과제로 부각하며 "국민 삶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이 걸린 문제인 만큼, 역내 공급망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국제 협력에 더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대유럽 외교 성과도 가시적이다. 36개 항으로 구성된 한-유럽연합(EU)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디지털 통상 협정 체결 등이 성과로 꼽힌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EU와 안보·방위·교역·투자·과학기술·인적 교류 등 각종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다자주의의 퇴조와 새로 대두되는 경제·통상 움직임에 대처할 방안을 모색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캐나다 60조 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전과 독일과의 방산 협력 논의 등은 실질적 경제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도 핵심 장면으로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주최 공식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옆자리에 앉아 약 2시간 동안 한미동맹과 중동 정세, 한반도 문제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강한 지도자'로 평가하며 "한반도 문제 진전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제안한 '피스메이커' 역할을 다시 당부한 데 대한 호응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이 결국 무산되면서 안보·통상 청구서를 둘러싼 본격 협상은 하반기 과제로 넘어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만찬 옆자리인 것을 알게 되면서 별도의 회담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정상 간 직접 담판이 미뤄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잇단 청구서 압박을 풀어낼 동력 확보가 시급해진 형국이다.


가시화된 청구서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약 454조 원 규모(3000억 달러)의 이란 재건기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이란 종전 후속 조치로 재건기금 조성을 추진 중이며, 미국 정부 대신 동맹국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형태로 설계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CBS 인터뷰에서 "걸프 연안 국가들이 이란 재건에 투자하는 데 전적으로 열려 있다"고 밝혔고, 미 고위 당국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한국·일본·유럽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만찬에서 호르무즈 해협 자유 항행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한 만큼, 한국 기업의 참여 압박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방비 인상 청구서도 별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과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 5%(직접 3.5%+간접 1.5%) 수준으로 늘리기로 합의했고,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비슷한 수준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2026년 국방예산을 66조2947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늘렸지만, 향후 한미 협상에서 인상 폭과 속도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새 과제로 떠올랐다.


한반도 평화공존 외교의 한계도 여전한 숙제다. 북한은 이 대통령 취임 1년 동안 정부의 대화 손짓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이번 순방 기간에도 북한은 한-EU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일부 내용에 반발하며 한국 외교에 호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번 유럽 순방은 '글로벌 핵심 강국' 위상 확립이라는 성과와 동시에, 트럼프식 거래 외교에 대한 대응·한반도 평화공존 외교의 동력 확보·한중러 관리 부담이라는 다층적 과제를 함께 안긴 양면적 무대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이 "이번 순방의 성과가 국민이 체감할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도록 더욱 막중한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만큼, 청와대가 어떤 후속 카드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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