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대표 이혼 소송, 143억 현금지급 판결 뒤집혔다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6.12 11:22  수정 2026.06.12 11:22

"비상장주식 매각 강요는 경영권 위협" 지배력 상실 우려 인정

"부동자산 위주 남편에 현금 청구 부당" 현물분할 혼용 시사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데일리안DB

국내 한 비상장사 대표의 800억원대 이혼 재산분할 소송에서 상대방에게 143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분할대상 재산 대부분이 남편의 비상장사 주식인 상황에서 거액의 현금을 지급하려면 지분 상당량을 매각해야 하고, 경영자로서 들인 노력이 훼손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비상장사 대표 A씨 부부의 이혼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0년 B씨와 혼인했다. 혼인 기간 중인 2012년부터 보험대리점업체 C사와 여행업체 D사 등을 설립해 운영했고, 아내 B씨는 가사와 양육을 전담했다. 두 사람은 2018년부터 별거를 시작했고, 이듬해 B씨가 A씨를 상대로 이혼·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냈다. A씨도 반소로 맞섰다.


원심은 두 사람의 순재산 합계액을 약 891억원으로 산정했다. B씨 순재산은 35억원, A씨 순재산은 856억원이었고, A씨 순재산 중 C사 비상장주식 2000주 가액은 753억원으로 각각 평가됐다. 재산분할 비율은 A씨 80%, B씨 20%로 정했다.


쟁점은 A씨 보유 C사 비상장주식의 분할 방식이었다. A씨는 현물분할을 주장했지만 B씨는 주식을 A씨에게 귀속시키고 대신 현금을 받는 대상분할을 요구했다. 원심은 D사 비상장주식은 현물분할하되, C사 주식을 포함한 나머지 재산은 대상분할 방식을 택해 "A씨가 B씨에게 143억원을 금전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C사 주식 가액을 제외한 A씨의 나머지 순재산이 103억원에 불과한데, 그중 상당수가 B씨와 공유한 부동산이어서 B씨의 협조 없이는 처분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 나머지 자산을 모두 현금화하더라도 40억원이 부족해 결국 "A씨는 C사 주식을 매각하거나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해 대출받지 않으면 재산분할금 전액을 지급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C사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는 점도 문제였다.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과반을 매각하지 않는 한 적정 가격으로 현금화하기 어렵고, 주식 매각으로 지배력을 잃게 되면 창업자·경영자로서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훼손되며 회사의 존속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반면 B씨는 주식 관련 경제적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구조여서 형평에 어긋난다고 봤다.


대법원은 또 B씨가 약 35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A씨로부터 자녀 1인당 월 50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받는 상황에서, C사 주식 일부를 현물로 받더라도 경제적으로 궁박해진다거나 재산분할의 부양적 요소가 본질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비상장주식 재산분할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대상분할을 우선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오로지 대상분할 방식으로 재산분할을 명하는 것이 당사자들의 형평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 여러 종류의 재산분할 방법을 혼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부 공동재산을 실질적 공평에 맞게 청산·분배하는 것이 재산분할 제도의 목적이라는 취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