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열고 지커·BYD가 밀고…한국 덮치는 ‘차이나 웨이브’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6.12 06:00  수정 2026.06.12 06:00

모델 Y, 5월 8762대 판매

국산·수입차 통합 판매 1위

지커 7X 출시·BYD 하이브리드 예고

테슬라 모델 Y ⓒ테슬라

테슬라 모델 Y가 지난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에 올랐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수입 전기차가 기아 쏘렌토와 현대차 그랜저 등 국산 베스트셀링카를 모두 제친 것이다.


여기에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첫 모델을 내놓고, BYD도 신차 확대를 예고하면서 중국계 전기차의 한국 시장 공세가 한층 거세지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Y는 지난 5월 국내에서 8762대가 신규 등록됐다. 같은 기간 기아 쏘렌토는 7836대, 현대차 그랜저는 5183대가 판매됐다. 수입차가 국산차를 포함한 국내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월간 판매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모델 Y의 판매량은 지난달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의 내수 판매량을 모두 합친 7019대보다도 많았다. 단일 수입 전기차 한 차종이 국내 완성차 업체 3곳의 전체 내수 실적을 넘어선 셈이다.


테슬라는 브랜드 전체로도 지난달 1만866대를 등록해 BMW 6555대와 메르세데스-벤츠 3553대를 큰 폭으로 앞섰다. 전체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 2만9860대 가운데 테슬라가 차지한 비중은 36.4%에 달했다. 국내에 새로 등록된 수입차 3대 중 1대 이상이 테슬라였다는 의미다.


테슬라의 흥행은 단순히 특정 브랜드의 판매 호조로만 보기 어렵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델 Y 대부분이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다는 점에서 중국산 차량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산 자동차는 낮은 가격에도 품질과 안전성, 브랜드 신뢰도에 대한 우려로 국내 시장에서 좀처럼 선택받지 못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중국 생산 차량의 가격과 상품성을 앞세워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생산국보다 가격과 주행거리, 충전 성능, 소프트웨어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 토종 브랜드의 한국 진입 장벽까지 낮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커 7X ⓒ지커코리아

중국 브랜드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최근 국내 첫 모델인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 '7X'를 공개하고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


7X는 프로와 맥스, 울트라 등 3개 트림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각각 5299만원, 5999만원, 6999만원부터다. 국산 중형 전기 SUV와 직접 비교되는 가격대에 800V 고전압 시스템과 대용량 배터리, 고급 편의 사양을 앞세웠다. 서울과 경기, 대전, 부산 등 9개 전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연내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커의 등장은 중국차의 전략이 더 이상 ‘싼 전기차’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커는 볼보와 폴스타, 로터스 등을 보유한 지리그룹의 기술과 브랜드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BYD와 달리 성능과 디자인, 고급 사양으로 국산차는 물론 유럽 프리미엄 전기차 수요까지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BYD 역시 국내 라인업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뒤 아토3와 씨라이언 7에 이어 올해 초 소형 전기차 돌핀을 출시했다. 지난달에는 1032대를 등록하며 처음으로 월간 판매 1000대를 넘어섰다.


오는 26일 개막하는 부산모빌리티쇼에서는 자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기술인 DM-i를 국내에 처음 공개한다. 순수 전기차에 이어 하이브리드 계열까지 기술과 신차를 확대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BYD 돌핀 ⓒBYD코리아

BYD가 향후 DM-i 적용 차량을 국내에 투입하면 경쟁 범위는 전기차에서 현대차·기아가 장악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장까지 넓어질 수 있다. 충전 불편과 중고차 가격 등을 이유로 전기차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까지 중국 브랜드의 잠재 고객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우려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중국계 브랜드는 배터리와 전기차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내재화하며 가격과 상품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테슬라는 브랜드와 충전 생태계를 갖춘 상태에서 가격을 낮추고, BYD는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다. 지커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추면 전기차 수익성이 악화되고, 가격을 유지하면 테슬라와 중국 브랜드에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다. 보조금과 할인에 의존하는 단기 대응만으로는 중국계 전기차의 공세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의 공세를 단순히 저가 전기차의 확대로 봐서는 안 된다”며 “테슬라는 판매 규모로, BYD는 원가 경쟁력으로, 지커는 프리미엄 상품성으로 각각 다른 시장을 파고들고 있어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전기차 전 차급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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