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운송단가 4200원 인상안 부결
건설현장 공기지연 우려 확산, BP 설치 요구 커지지만
“BP 설치 시 레미콘 업체 매출 타격”…설치까지 막막
AI 생성 이미지
레미콘 운송노조의 반복적인 휴·파업과 도심 교통체증, 레미콘 공장 이전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현장 내 배치플랜트(BP) 설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운송기사와 레미콘 제조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제도 개선부터 현장 정착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레미콘 운송노조의 휴업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노조는 제조사 측과 잠정 합의한 회당 운송비 4200원(5.5%) 인상안을 조합원 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되면서 파업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노조와 제조사 간 핵심 쟁점은 운송단가 인상 폭이다. 노조는 수도권 운송단가를 기존 7만5800원에서 8만3800원으로 8000원(11%)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제조사 측은 2500원(3%) 수준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노사 간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건설현장에서는 레미콘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는 콘크리트 타설 공정을 뒤로 미루고 다른 공정을 우선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기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건설현장 내 BP 설치 요건 완화를 건의했다.
건설현장에서 레미콘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 운송 차질에 따른 공급 불안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운송노조의 파업뿐 아니라 레미콘 공장이 소음·분진 등을 이유로 기피시설로 인식되면서 도심 내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도 BP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생산 후 90분 내 타설돼야 하는 레미콘 특성상 공장이 외곽으로 밀려날 수록 현장에 적기 공급이 어려워진다. 여기에 상습적인 교통체증도 안정적인 공급을 저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BP 확대는 레미콘 운송기사뿐 아니라 제조사의 반발에 부딪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IPARK현대산업개발은 서울 노원구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 현장에 배치플랜트 설치를 추진했지만 레미콘 운송기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노원구는 경기 구리·남양주 일대에 다수의 레미콘 공장이 운영 중인 만큼 별도 배치플랜트 설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도 지난해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개정을 통해 BP 생산 물량을 전체 수요의 50% 이하로 제한한 규정을 삭제하고, 현장에서 생산한 레미콘을 인근 공사현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운송업계 반발로 철회됐다.
중소형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사들도 자칫하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반대 의견이 우세하단 분석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운송뿐 아니라 유류비 지출도 레미콘 제조사 몫이다”며 “고유가로 힘든 상황 속 4200원을 인상하는 것도 물가상승률을 뛰어넘어 부담이 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BP를 설치하기는 어렵다”며 “운송기사들의 반발도 크지만, 레미콘 업체들 간에서도 밥그릇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BP 설치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BP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적고, 통상 토목업체들이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BP를 설치해 운영하면 인근 레미콘 업체의 매출이 줄어드는 구조라서 레미콘 업계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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