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 ‘니가 좋아’… 곤며들게 만든 마성의 ‘웃수저’ [D:PICK]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6.11 10:57  수정 2026.06.11 10:58

감초에서 메인 서사로… 극 중심 잡는 ‘확신의 웃수저’ 오정세의 힘

충무로에서 배우 오정세의 이름은 곧 ‘신뢰’의 다른 말이다. 어떤 작품에서든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는 전매특허 코믹 연기와 밀도 높은 감정선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의 활력을 불어넣어 왔기 때문이다. 주로 강렬한 감초로 활약하며 스크린을 훔치던 오정세가 이번에는 아예 판을 깔고 제대로 폭주했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와일드 씽’에서 비운의 발라더 최성곤으로 분한 그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메인 서사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실제로 그가 스크린에 등장하는 구간마다 시사회 현장 전체가 웃음을 참지 못했을 정도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의 무모한 재기전을 그린 코미디다. 극 중 최성곤은 이 트라이앵글에 밀려 39주째 만년 2위만 차지한 비운의 발라더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은퇴한 후 거친 포수의 삶을 살아가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무대에 대한 열망이 들끓는 인물이다.


오정세는 포수의 투박한 비주얼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맑은 눈망울, 섬세한 목소리, 그리고 치명적인 손짓으로 최성곤의 열망을 그려낸다. 다시 무대에 서고자 온몸을 내던지는 그의 모습은 안쓰러움과 동시에 폭소를 자아내며 관객들을 순식간에 과몰입시킨다. 자칫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코미디 캐릭터에 정당성과 마성의 매력을 부여한 것은 오정세의 탄탄한 연기 내공이 있기에 가능했다.


‘와일드 씽’은 음악을 테마로 한 영화인 만큼, 제작발표회와 언론시사회 당시부터 ‘챌린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당시 오정세는 “누구든 해주면 좋지만 깊게 생각은 안 해봤다”며 덤덤한 답변을 내놓았으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시장의 반응은 예상을 뒤엎었다.


최성곤이 부르는 곡 ‘니가 좋아’는 어떠한 은유도 없는, 1차원적이고 직관적인 가사가 특징인 곡이다. 하지만 긴 깻잎머리에 화이트 블라우스를 입고 인자한 표정으로 이 노래를 부르는 오정세의 ‘웃수저’ 비주얼이 더해지자 대중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멜론 핫 100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애절함과 코믹함을 넘나드는 뮤직비디오는 1주일만에 조회수 200만회를 바라보고 있다.


ⓒ프레인TPC

가장 흥미로운 점은 오정세가 굳이 발 벗고 나서지 않았음에도, 유명 아이돌들이 자발적으로 이 흐름에 탑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스파(aespa) 윈터,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태산, 하츠투하츠(Hearts2hearts) 이안 등 인기 아이돌들이 ‘니가 좋아’ 챌린지에 참여하며 유행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곤며들고’ 있는 지금, 관객들은 “이제 오정세 얼굴만 봐도 웃기다”, “노래가 너무 중독성 있어서 진짜로 2026년 음원 차트에서 꼭 2위 했으면 좋겠다”며 유쾌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대중의 뜨거운 호응에 보답하듯, 오정세는 오는 13일 무대인사를 통해 극 중 최성곤의 모습 그대로 다시 한번 극장가를 찾아 관객들을 직접 마주할 예정이다.


과거의 영광에 갇힌 만년 2위 캐릭터를 이토록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살려낼 수 있는 배우가 오정세 말고 또 있을까. 작품 안팎의 경계를 허물며 대중과 유연하게 소통하는 그의 활약은 코미디 영화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변칙을 보여준다. 오정세가 얼마나 더 치명적인 매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그의 유쾌한 폭주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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