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무수익여신 1년 새 4.3% 증가
'K자 양극화'에 중소기업 부실 심화
생산적 금융과 리스크 관리 딜레마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총 5조6085억원으로 집계됐다.ⓒ연합뉴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깡통대출' 규모가 6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깜짝 성장세를 기록하며 내수 회복 신호탄을 쐈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고금리와 'K자형 양극화' 영향으로 이자조차 제때 내지 못하는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은행권 역시 기업대출을 확대해야 하는 동시에 건전성도 사수해야 하는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총 5조60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 증가한 수치다.
이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업대출 무수익여신이 1년 전보다 4.3% 늘어나며 전체 부실을 견인했다.
무수익여신이란 원리금은커녕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부실채권을 뜻한다.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법정관리, 부도 상태에 빠진 대출을 의미해 이른바 깡통대출로 불린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부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농협은행으로 1조3285억원에 달했다.
이어 하나은행이 1조1907억원, 국민은행이 1조1407억원, 신한은행이 1조574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1조원을 웃돌았다.
우리은행은 8912억원으로 5대 은행 중에서는 가장 적었다.
무수익여신의 증가는 최근의 경기 회복 지표와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8%를 기록, 지난 2020년 3분기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같은 온기는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에게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경기가 살아나는 반면,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는 K자형 양극화 성장이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고정비와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한 차주들이 늘어나면서, 경제 성장 속에서도 부실채권이 증폭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실제 총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신한은행(0.25%→0.27%), 하나은행(0.25%→0.32%), 우리은행(0.25%→0.26%) 등 대다수 은행에서는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더 큰 문제는 향후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면 중소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이에 따른 은행권의 무수익여신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기업대출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가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기업대출은 은행들의 핵심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출을 늘릴수록 깡통대출도 함께 커지는 구조여서 은행들의 셈법은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는 회복 흐름이라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고통은 IMF 외환위기 못지않다"며 "은행들이 충당금을 쌓으며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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