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력 키우며 장기레이스에만 집중
결국 400m서 12위로 부진 예선탈락
'마린보이' 박태환(단국대)이 자신의 주 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결선진출도 하지 못하는 충격적인 결과로 후유증을 예고했다.
박태환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포로 이탈리고 오스티아 야외수영장에서 벌어진 2009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10조에서 피터 반더카이(미국), 로버트 헐리(호주)에 이어 3위로 들어왔다.
그러나 박태환은 자신의 최고 기록(3분 41초 86)보다 4초 이상 늦은 3분 46초 04를 기록, 전체 12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2년 전 FINA 세계선수권과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박태환으로서는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박태환이 결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충격적인 결과는 예선에서 다른 선수들이 너무나 힘을 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2년 전 호주에서 벌어졌던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는 3분 48초 72까지가 결선 진출 기록이었기 때문에 박태환으로서는 3분 46초대 정도로도 충분히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예선 9조 경기가 펼쳐진 뒤 완전히 빗나갔다. 9조에서 무려 4명의 선수들이 3분 45초대를 찍으면서 사실상 결선 진출에 필요한 시간이 3분 45초 중후반으로 맞춰졌고 박태환으로선 조금 시간을 앞당길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박태환이 결선에 올라가지 못한 것은 자신의 스피드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 물론 바람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다소 기록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50m 턴 기록이 계속 28초대 중후반을 찍었다는 것은 예전과 같은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특히 박태환의 강점은 막판 스퍼트로 이날 경기에서도 6위에서 3위까지 치고 올라오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역시 28초 12에 그쳤다. 박태환의 막판 스퍼트가 27초 중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0.5초 이상이나 늦었다. 만약 박태환이 0.5초라도 단축시켰을 경우 3분 45초 54의 기록으로 결선에 턱걸이할 수도 있었다.
박태환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나오지 않은 데에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지나치게 1500m에 집중해 후유증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박태환은 1500m에서 부진했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줄곧 지구력과 장거리 훈련에 집중하면서 지난 5월에 벌어졌던 자넷 에반스 대회에서도 주 종목인 400m에서 3분 50초 27에 그쳤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개인 전담팀과 함께 했던 미국 전지훈련에서 게을리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어왔고 결과는 비참하게 나왔다.
물론 박태환의 도전은 아직 남아있다. 200m가 남아있고 자신이 집중했던 1500m도 있다. 하지만 400m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스피드가 요구되는 200m 예상은 어둡기만 하다.
결국 박태환으로선 1500m에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하는 처지지만 자칫 자신의 1500m 도전이 실패로 끝날 경우 심각한 장기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내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박태환의 선전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한국 수영계로서는 큰 걱정거리를 안게 됐다. [데일리안 =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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