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색깔·말 한마디까지…선거철 아이돌 콘텐츠, 조심 또 조심 [D:이슈]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6.01 14:25  수정 2026.06.02 10:59

선거 국면 속 의도와 무관한 해석 리스크 커져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상징이나 특정 커뮤니티 밈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가운데, 가요계에서도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말과 콘텐츠 일부가 정치 코드로 해석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의도 여부와 무관하게 숫자, 색깔, 자막, 말 한마디까지 해석의 대상이 되면서 소속사와 아티스트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아이딧 김민재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1일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소속사는 지난달 30일 팬 플랫폼 베리즈를 통해 아이딧(IDID) 김민재의 셋로그 콘텐츠를 둘러싼 일간베스트 관련 의혹에 대해 “현재 온라인상에서 제기되는 특정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어떠한 의도 또한 없었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김민재가 공개한 일상 공유 콘텐츠 셋로그 영상 일부 장면에 일간베스트 밈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가 된 콘텐츠에는 오후 7시에 거꾸로 촬영된 영상과 자막이 포함됐고, 김민재가 베리즈에 ‘이야!!(기분좋다는 뜻)’라고 남긴 표현도 함께 거론됐다. 해당 요소들이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할 때 사용되는 표현들과 맞닿아 있다는 의혹이 확산된 것이다. 다수 대중과 팬들은 이를 일베와 연결 짓지 않았지만, 일부에서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스타쉽은 “김민재는 새로운 촬영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촬영 과정에서 방향을 혼동해 영상을 거꾸로 촬영한 채 담당 직원에게 전달했다”며 “영상 내 자막 및 문구도 거꾸로 촬영된 영상 형식에 맞춰 편집 과정에서 거꾸로 삽입한 것으로, 특정 의미나 의도를 담고 제작된 것이 아니다. 영상에 표기된 19시도 실제 무대가 종료된 시간”이라고 해명했다.



ⓒ이영지 SNS 갈무리

가수 이영지도 선거철 색깔 해석 논란을 의식한 듯한 해명을 내놨다. 이영지는 지난달 30일 빨간 머리와 빨간 의상 차림의 사진을 SNS에 올렸다. 해당 사진과 함께 사용된 음악의 제목에도 ‘레드’가 포함되면서 일부 온라인상에서는 선거 국면과 맞물려 정치적 의미를 담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영지는 다음 날 SNS를 통해 “어제 너무 시의성 없는 스토리 업로드해서 많이 놀라셨죠. 많은 분들이 DM으로 일러주셔서 죄송한 마음에 어떻게든 수습해보고자 빨리 염색이라도 하고 오느라 해명이 늦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 걸 분명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앞서서 마구잡이로 최근 근황 사진을 올리는 데에 여념이 없었던 것 같다”며 “무지했다는 비겁한 변명 뒤에 숨지 않고 반성하며 배우겠다. 경솔한 행동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영지 사례는 선거 국면에서 색깔 하나도 정치적 의미로 읽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빨간색은 일상적인 패션과 헤어 컬러로도 흔히 쓰이는 색이지만, 선거철에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신호와 연결돼 해석될 가능성이 커진다. 아이돌의 정치 코드 논란은 선거철마다 반복돼왔다. 지난해 5월에는 에스파 카리나가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빨간색 숫자 2가 새겨진 점퍼를 입은 여행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특정 정당 지지 의혹에 휩싸였다.



에스파 카리나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카리나는 다음 날 게시물을 삭제하고 유료 소통 플랫폼을 통해 “저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앞으로는 저도 좀 더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행동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일상적인 내용을 게시한 것일 뿐 다른 목적이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사건은 아이돌 정치 중립 논쟁의 대표 사례로 다뤄지며 논란의 여파가 이어졌다.


색깔과 숫자는 선거 국면에서 특히 민감한 요소로 작용한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연상시키는 색, 기호와 겹치는 숫자, 선거 관련 이슈가 집중되는 시기에 올라온 게시물 등은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경우 팬덤과 대중을 동시에 상대하는 직업인 만큼, 사소한 우연도 빠르게 확산되고 해명 요구로 이어진다.


최근 스타벅스의 일베 마케팅 논란도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텀블러 홍보 행사에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고 박종철 열사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논란이 커지자 행사를 중단하고 사과했다. 이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면서 사안은 정치권 이슈로까지 번졌다.


이처럼 특정 표현과 이미지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상황에서 아이돌 콘텐츠 역시 더 촘촘한 해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한 말실수나 우연으로 지나갔을 표현도, 선거철과 사회적 논란이 맞물리면 정치적 의미를 가진 신호처럼 소비된다.


문제는 실제 정치적 의도 여부와 별개로, 아이돌에게 이런 논란이 큰 리스크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국내 아이돌 팬덤은 연령, 지역, 정치 성향이 넓게 분포돼 있다. 특정 정치색으로 읽히는 순간 일부 팬덤과 대중의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이미지 타격으로 연결된다. 특히 공개적인 정치 발언보다 색깔, 숫자, 말투, 밈처럼 애매한 요소가 정치적 신호로 해석될 때 논란은 더 커진다. 실제 의도인지 단순 우연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중은 의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배드 버니 ⓒAP/뉴시스

해외에서는 아티스트가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월 열린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배드 버니가 수상 소감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비판하며 ‘ICE OUT’을 외쳤고, 빌리 아일리시와 켈라니 등 일부 참석자들도 ‘ICE OUT’ 배지를 착용하며 이민 단속 반대 메시지를 드러냈다. 이처럼 인권, 이민, 차별 반대 등 진보적 의제는 대중문화계에서 비교적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해외에서도 정치색을 둘러싼 반응이 늘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보수 성향으로 읽히는 메시지는 문화전쟁의 소재가 되기 쉽다. 배우 시드니 스위니는 2025년 아메리칸 이글 데님 광고 캠페인에 출연했다가 논쟁에 휘말렸다. ‘시드니 스위니 해즈 그레이트 진스’(Sydney Sweeney Has Great Jeans)라는 문구가 발음이 비슷한 ‘유전자’(genes)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우생학적 뉘앙스와 백인 우월주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스위니가 공화당 유권자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당 광고를 공개적으로 호평하면서, 광고는 보수·진보 진영 간 논쟁으로 번졌다. 직접적인 정치 발언이 아니더라도 이미지와 문구, 개인의 정치적 정보가 결합되면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된다.


국내 아이돌 시장에서는 이보다 더 조심스러운 구조가 작동한다. 해외에서는 정치적 발언이 아티스트의 정체성이나 사회적 메시지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국내 아이돌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진 개인이기 이전에 팬덤과 브랜드, 광고, 해외 시장까지 얽힌 산업적 존재로 소비된다. 특히 극우 커뮤니티 밈이나 보수 정치 코드로 읽히는 요소가 애매하게 노출될 경우, 실제 의도와 무관하게 음악이나 무대보다 논란이 먼저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표현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감탄사나 우연히 겹친 숫자, 색깔만으로 정치 성향을 단정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실제 의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커뮤니티 이용자나 정치 성향으로 낙인찍는 방식은 당사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다만 선거철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는 만큼, 소속사의 사전 점검 역시 더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 아이돌 콘텐츠는 팬덤 내부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대중화된다. 촬영 시간, 자막 문구, 편집 방향, 의상 색상처럼 제작 과정에서 선택되는 요소들이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시대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는 평소보다 더 민감한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숫자와 색깔, 말 한마디까지 해석 대상이 되는 현실은 아이돌 산업이 처한 조심스러운 환경을 보여준다. 정치적 무색무취를 유지하려는 산업의 기조와, 모든 콘텐츠를 정치 코드로 읽어내는 온라인 문화가 부딪히는 지점에서 논란은 반복된다. 아이돌과 소속사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더 세심하게 콘텐츠를 살펴야 하고, 대중 역시 의혹과 단정을 구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선거철 아이돌 콘텐츠가 유독 조심스러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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