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반도체·자동차 투자, 경기보다 '경제안보'에 움직여"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5.31 12:17  수정 2026.05.31 12:18

지정학적 리스크·통상 불확실성에

국내 설비투자 경기 동조성 급격히 약화

현재 기업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복원력을 필수로 고려하고 있다.ⓒ한국은행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의 경기 동조성이 약화되는 가운데, 안보와 동조화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안보 논리가 기업과 정부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강력하게 제약하는 현상이 투자의 구조적 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인이라는 설명이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부상과 우리나라 투자의 구조적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기업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복원력을 필수로 고려하고 있다.


과거 세계화 시기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투자를 결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실질 GDP와 설비투자 간의 상관계수는 과거 약 0.8 수준에서 2020년 이후 0.2 내외로 급락하며 실물 경기와의 동조 관계가 크게 약화됐다.


구조적 환경 변화를 계량화하기 위해 SVAR 모형을 통해 국내 전체 설비투자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 지정학적 리스크와 무역정책 불확실성을 포함한 안보·글로벌 요인의 기여 비중은 과거 평균 29.6%에서 2020년 이후 평균 43.9%로 14.3%p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제조업에서 이러한 변화가 뚜렷했다.


반도체 산업의 안보·글로벌 요인 기여 비중은 과거 33.1%에서 2020년 이후 48.7%로 상승해 시장·경기 요인(51.3%)에 근접했다.


자동차 산업 역시 50.9%로 2배 가까이 폭증했다.


국내 설비투자가 위축되는 흐름과 달리,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는 추세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자국 우선주의 산업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상단에 위치한 국내 주요 반도체·배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불가피하게 강화된 영향이다.


이러한 자본의 대외 이동은 거시경제 전반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은 수출 증가에 따른 국내 설비투자 민감도를 낮추고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저하시켜 국내 제조 기반 공동화와 고용 둔화를 가져온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미·EU 등의 보조금 수혜, 비관세 장벽 우회, 첨단 기술 생태계 이너서클 진입을 위한 필수적 전략이라고도 짚었다.


전환기에 대응하기 위해 보고서는 국내 투자의 공동화를 방지하고 성장 잠재력을 지키기 위한 세 가지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했다.


우선 글로벌 가치사슬(GVC) 상단 산업의 경쟁력을 레버리지 삼아 전략적 통상 외교와 '기술동맹 네트워크'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단순 세제 지원 위주의 간접 지원에서 벗어나 규제 샌드박스 확대, 첨단산업 특화 클러스터 조성 등 과감한 제도 개혁을 통해 핵심 제조공정 및 R&D의 국내 잔류 매력도를 혁신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반도체·AI·첨단소재 분야의 석·박사급 고숙련 인재를 대거 양성하고 국내 인재 유출을 막는 인센티브를 마련해 제조업 기반 위에 무형자산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