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케이팝의 빈틈…앤팀으로 보는 문화 감수성의 기준 [D: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5.28 14:01  수정 2026.05.28 14:01

현지 팬 겨냥한 예능식 대화도 실시간 번역·공유…국경 넘는 콘텐츠의 책임

케이팝(K-POP)을 기반으로 한 해외 현지화 그룹의 문화 감수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하이브 소속 와이엑스 레이블즈(YX LABELS)의 보이그룹 앤팀(&TEAM)이 일본 라디오 콘텐츠 속 발언 때문인데, 한국인 멤버를 둘러싼 대화에서 한국 음식을 부정적으로 언급한 점과 일본어가 모국어가 아닌 멤버의 대화 참여 방식에 불만을 제기한 점 등이 차별적 뉘앙스 받아들여졌고 이에 한국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앤팀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27일 앤팀의 자체 라디오 콘텐츠 계정 ‘앤팀 샤베리’(andteam shaberi)에 따르면 지난 26일 방송된 23회분은 일시적으로 비공개 처리됐다. 해당 콘텐츠에서는 케이, 조, 유마 등 일본인 멤버들이 한국인 멤버 의주를 두고 차 안에서 김치 덮밥을 먹어 냄새가 힘들었다는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 또 일본어 대화에서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나왔는데, 한국 팬들은 이를 멤버 간 장난이나 생활 습관에 대한 불만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발언이 놓인 맥락에 있다. 해외에서 한국 음식 냄새를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방식은 한국인과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반복적으로 겪어온 차별적 경험과 맞닿아 있다.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문화적 상징이다. 이를 불쾌함의 대상으로 말하는 순간, 한국 팬들에게는 음식 취향의 차이를 넘어 한국 문화에 대한 조롱처럼 들릴 수 있다.


언어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어가 모국어가 아닌 한국인 멤버가 일본어 대화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으면 대화에 끼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은, 다국적 그룹 안에서 필요한 언어적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앤팀을 둘러싼 한국 관련 감수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멤버 케이는 데뷔 초 라이브 방송 중 “일본해보다?”라고 말해 한국 팬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해당 방송은 삭제됐지만, 발언에 대한 별도 입장 없이 활동을 이어가면서 논란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일본 방송에서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케이는 2024년 3월 일본 NTV 예능 ‘행렬이 생기는 법률사무소’에 출연해 한국 생활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생활해보면 일본 편의점은 모든 게 있는 토털 패키지”, “상품의 레벨이 다르다”고 말해 한국 편의점과 비교하는 듯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각각의 사안은 성격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한국 활동을 병행하는 그룹이 한국 역사와 문화, 생활 맥락을 어떻게 이해하고 말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앤팀 케이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개별 멤버의 말실수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앤팀은 하이브의 일본 현지화 전략을 대표하는 그룹이자, 케이팝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팀이다. 일본을 주요 활동 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한국어 음반을 발매하고 한국 음악방송에도 출연하며 한국 팬덤과도 직접 만난다. 한국 회사가 만든 케이팝 기반 그룹이라는 점에서 한국 대중과 팬들은 앤팀을 케이팝 생태계 안의 글로벌 그룹으로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앤팀의 일본 콘텐츠 속 발언은 일본 팬덤 안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 콘텐츠는 곧바로 번역되고, 캡처되고, 한국 팬덤과 글로벌 팬덤에 공유된다. 현지 팬을 겨냥한 예능식 대화라도 다른 문화권에서는 조롱이나 차별로 읽힐 수 있는 환경이다. 현지 방송 안에서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말이, 한국 팬들에게는 한국 문화와 한국인 멤버를 타자화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최근 케이팝 기획사들은 일본, 미국 등 현지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그룹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현지화 그룹은 해당 국가의 언어와 정서, 콘텐츠 흐름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현지 팬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현지 방송과 예능의 화법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지화가 한국적 기반을 지우는 전략이 될 수는 없다. 케이팝이라는 브랜드와 한국 회사의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그룹이라면 한국 역사와 문화, 한국 팬덤의 감수성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다국적 그룹에서는 멤버 간 문화적 배려가 콘텐츠의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 음식, 언어, 역사 문제는 가벼운 대화 소재로 소비되기 쉽지만, 각 문화권의 팬들에게는 정체성과 맞닿은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케이팝 그룹에서 외국인 멤버는 해외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리스크도 큰 요소”라며 “한때 중국인 멤버 영입이 활발했지만 한중 관계나 역사·문화적 발언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획사들이 고민을 많이 하게 됐고, 이후 일본인 멤버나 현지화 그룹으로 흐름이 옮겨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일본인 멤버나 일본 현지화 그룹 역시 한일 역사 인식, 문화 감수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멤버 국적을 다양화하는 것만큼, 사전에 이들을 교육하고 콘텐츠를 검수하는 시스템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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