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피플라운지] "절세하려 전재산 일찍 주면 비참"…상속 전문가의 신신당부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5.27 07:16  수정 2026.05.27 07:17

"자식의 부모 부양, 사실상 어려워"

"종이 유언장 믿다간 통장 묶인다"

"가족 소송·감정 낭비 막아주는 비용"

지혜진 KB국민은행 선임변호사. ⓒKB국민은행

"재산은 살아생전 지키고 계시다가, 사후에 나눠 가지라고 명확하게 가르마를 타주는 것. 자녀에게 주는 가장 현명한 마지막 선물입니다."


대한민국 자산가들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과거 상속·증여는 70~80대 고령층의 문제였지만, 최근 은행 창구에는 50~60대 중장년 자산가들이 붐빈다.


저성장 고물가 시대에 '어떻게 물려주느냐'가 집안의 화목을 지키는 화두로 떠올라서다.


데일리안은 지난 21일 시장 최전선에서 맞춤형 솔루션을 짜는 지혜진 KB국민은행 선임변호사를 만나 요즘 자산가들의 생생한 고민을 들어봤다.


대형 로펌과 대기업을 거친 그가 현장에서 분쟁을 막기 위해 전개하는 핵심 서비스는 '유언대용신탁'이다.


단순히 상속 분쟁 예방에 그치지 않고 치매 안심, 기부 연계, 사후 분할지급, 세무·부동산 원스톱 컨설팅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에는 고령층의 단순 사후 자산 배분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50~60대 비교적 젊은 자산가층의 유입에 맞춘 정교한 설계가 더 중요하다.


지 변호사는 "유언대용신탁은 은퇴와 자산 이전 전 과정에서 실질적인 평화를 주는 서비스"라며 "초개인화된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로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는 데이터로 증명된다. 관련 서비스 가입자와 집행 규모는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자산가들을 은행으로 이끄는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 변호사는 과도한 마케팅보다 분쟁 리스크와 불편을 반영한 '초개인화 특약' 자체를 경쟁력으로 꼽았다.


지정수익자 변경, 치매비용 대리 청구, 원스톱 패밀리 오피스 팀 연계 등이 대표적이다.


앞으로는 사실혼·1인가구의 사후 기부, 발달장애 자녀를 위한 성년후견 기능까지 아우르는 복지형 서비스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 변호사는 "결국 손님이 체감하는 집행의 안정성과 편의성이 서비스 선택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혜진 변호사가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지수 기자

다음은 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고객을 직접 만나 2시간씩 깊은 상담을 진행하는 이유는.


-상속·증여 컨설팅은 고객의 인생 역사를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듣다 보면 가족 간의 얽힌 실타래와 '이분이 이래서 둘째에게 더 주고 싶어 하시는구나' 하는 진짜 속마음이 보인다.


깊은 신뢰가 쌓여야 비로소 그 가족에게 꼭 맞는 초개인화된 맞춤형 설계가 가능해진다.


▲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가 있다면.


-가족 관계가 복잡한 95세 어르신이 계셨다. 자산이 500억원대에 달했는데, 처음엔 '이거 사인하면 내일 당장 죽는 것 아니냐'며 무척 불안해하셨다. (웃음)


하지만 정교하게 설계를 끝내고 큰 근심거리를 덜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지신 듯 보였다. 97세인 지금까지도 아주 정정하게 지내고 계신다.


▲ 자산가들이 종이 유언장(유언공증) 대신 유언대용신탁으로 몰리는 진짜 이유는.


-당장 이날 아침에도 공증받은 유언장을 들고 와 예금 인출을 요구한 건으로 영업점 전화를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돈을 내주지 못했다.


사후에 다른 자녀가 유언장 작성 당시 부모의 치매 상태나 강요 여부를 문제 삼아 소송을 걸어오면 은행이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안전을 위해선 다른 상속인 전원의 동의서를 받아야 하고 합의가 안 되면 민원과 소송으로 번진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 소유권을 은행에 맡기는 계약이다. 사후에 다른 상속인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계약서대로 즉시 예금을 지급한다.


제가 담당한 건들 중 사후 소송 발생률이 단 1건에 불과할 정도로 확실하게 분쟁을 막아준다.


▲ 최근 유류분 제도 개정 이후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과거에는 유류분 소송이 들어오면 빌딩 지분이든 주식이든 쪼개 나눠 주는 '원물 반환'이 원칙이라 2차 분쟁이 잦았다.


하지만 이제는 돈으로 계산해 돌려주는 '가액 배상'이 원칙이 됐다.


핵심 빌딩이나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가업 승계자에게 온전히 물려줄 길이 열린 것이다.


대신 사후 소송을 대비해 승계자가 동생들에게 즉시 쥐어줄 '합의용 현금 자산'을 사전에 따로 묶어 신탁으로 마련해 두는 정교한 설계가 새로운 숙제이자 필수 요소가 됐다.


▲ 대형 로펌 상속 센터와 은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로펌은 사후 소송을 막는 법률 문서를 써줄 순 있지만, 자산가들의 고민은 거시적인 자산 관리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은행 패밀리 오피스는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부동산·재테크 전문가가 한 팀으로 움직인다.


자산가 입장에서 '주식을 언제 사고팔아야 절세에 유리할지'를 로펌 변호사에게 물어볼 수는 없지 않나.


생전에 자산 포트폴리오를 총체적으로 관리받으며 승계 전략을 짜는 시스템은 은행만의 무기다.


▲ 신탁 수수료가 비싸 문턱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탁은 수십 년간 유지되는 장기 상품이다. 국민은행은 처음 가입할 때와 사후에 돈을 집행할 때 딱 한 번씩만 수수료를 받는다.


수십 년 동안 내 돈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사후에 가족들이 치러야 할 소송 비용과 감정 낭비를 막아주는 비용이다.


실제 가입하시는 분들은 비용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즘은 가입 시 보수가 없는 단순 상속인 지정 상품이나 치매 대비용 안심신탁도 많아 문턱이 아주 낮아졌다.


▲ 상속과 증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하자면.


-물려받을 자녀 세대에게는 '젊을 때부터 소득 증빙을 철저히 하라'고 말하고 싶다.


국세청의 자금 출처 조사가 촘촘해 떳떳하게 번 돈의 출처나 종잣돈 형성 과정이 소득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자산을 물려받아도 세금 폭탄 때문에 지켜내지 못한다.


반대로 부모 세대에게는 '절세에 눈이 멀어 재산을 너무 빨리 넘겨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 손에 노후 자금이 없어 비참해지는 케이스를 정말 많이 봤다.


안정적인 노후 자금은 반드시 본인이 쥐고 있어야 한다.


신탁을 통해 사후에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자녀들의 우애와 내 노후의 권위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마지막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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