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실업자, 300만명 넘어…극단주의 돌풍 더 거세진다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입력 2026.05.23 10:00  수정 2026.05.23 10:00

신규 채용 사실상 중단…실업자, 4년간 25% 늘어

민간 고용 감소 심각…공공 일자리가 상쇄

높은 실업률, 정치적 극단주의로 이어져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본사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AP/뉴시스

유럽의 경제 대국 독일에서 실업자 수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어섰다. 독일경제연구소는 일자리가 풍부하던 독일의 제조업 황금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초 유로존의 실업률이 사상 최저(6.1%)를 기록했으나 독일은 이례적으로 지난 42개월 동안 실업자 수가 꾸준히 증가했다고 18일 보도했다. 결국 지난달 독일 고용연구소(IAB)는 실업자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던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신규 채용 사실상 중단…실업자, 4년간 25% 늘어


고용연구소의 베른트 피첸베르거 소장은 독일의 엄격한 고용법으로 인해 해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하면서 “기업들은 대규모 해고를 피하고 자발적 퇴직을 권고하는 중이다. 신규 채용은 사실상 중단됐다”고 전했다. 독일의 구인 포털 ‘스텝스톤’에 따르면 2025년 신입사원 채용 공고 수는 지난 5년 평균보다 42% 감소했다.


유럽 통계청이 집계한 통계에서 독일 실업률은 4%로 2005년 유럽 평균 실업률(6%) 보다 낮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독일의 실업자 통계 방식이 엉터리인 탓에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FT는 “고령 실업자를 제외하는 통계 방식을 사용하는 탓에 독일의 실업률이 항상 낮게 집계된다”며 “일반 기준으로 집계하면 지난 4년간 실업자 수는 25%나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민간 고용 감소 심각…공공 일자리가 상쇄


독일경제연구소의 노동 시장 전문가 홀거 셰퍼는 독일의 자동차 회사, 중공업 회사, 화학 회사가 높은 에너지 사용료와 인건비 등으로 인해 중국 경제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 회사들은 지난 몇 년간 일자리를 줄여왔고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 전쟁 이후 이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는 “사실 실질적인 일자리 감소는 더 높게 집계돼야 한다”며 “지난 몇 년간 공공 부문에서 고용이 증가하면서 민간 부문 고용 감소가 상쇄됐다. 다만 이마저도 2025년 중반 이후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독일 최대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 그룹은 2030년까지 일자리 5만 개를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고 자동차 부품사인 보쉬 역시 같은 기간에 2만 2000개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전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는 2035년까지 총 22만 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높은 실업률, 정치적 극단주의로 이어져


2025년 1월 29일 ‘독일을위한대안’(AfD) 소속 의원들이 반이민 정책 관련 결의안을 채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독일 매체 DPA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우리는 더 이상 복지 정책을 감당할 재원을 마련하기 힘들다”며 “급격한 실업률 상승은 여러 분야에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인정한 바 있다. 올해 독일의 사회보장 지출은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이후 사상 최고치(GDP의 약 31%)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을 부정하고 개혁을 원하는 실업자들이 많아져 극단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정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300만 명은 독일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기준점이다.


이는 전체 유권자(약 6000만명) 중 5%에 해당하는 숫자로, 독일에선 5% 이상 득표하면 연방 하원에 진출할 수 있다. 극단주의 정책 내세운 정당이 쉽게 원내에 진입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독일 극우 정당은 지지율 5%를 넘어 지난 선거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2024년 독일 총선에서 극우주의 정당이라고 평가받는 ‘독일을위한대안’(AfD)은 20.8%의 득표율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었다. AfD는 총선 선거 운동에서 반난민 및 이민자 추방, 유럽연합(EU) 회의주의, 친러 노선 등을 내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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