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씽’ 강동원, 세기말 감성 속에 감춰둔 연기 자존심 [D:인터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5.26 01:50  수정 2026.05.26 01:50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 이면, 넉 달간 피땀으로 완성한 헤드스핀과 코미디를 향한 집요한 태도

강동원이 ‘와일드 씽’으로 예상 밖 얼굴을 꺼내 보인다.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사건에 휘말려 해체된 혼성 댄스그룹 트라이앵글의 멤버 현우 역이다. 칼머리, 스모키 메이크업, 세기말 감성의 무대 의상, 브레이크댄스까지. 그간 강동원에게 기대됐던 이미지와는 결이 다르지만, 정작 그는 이 변화를 변신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내가 이런 걸 하면 좀 웃기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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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가 신선했어요. 지금 시대랑도 맞는 것 같았고, 제가 어렸을 때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니까 지금 하면 맞겠다 싶었죠. 저는 제가 변신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이런 작품이 꽤 있었고, 이번에는 가수 역할이라 특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이런 걸 하면 좀 웃기겠다 싶었고, 그런 이유로 선택한 측면도 있어요”


강동원이 처음부터 과감한 스타일링을 밀어붙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우의 과거를 보여주는 2000년대 초반 무대 장면에서 그는 긴 머리와 짙은 메이크업으로 등장한다. 객석이 술렁일 만큼 낯선 얼굴이었지만, 그에게는 그 시절 TV에서 보며 동경했던 무대의 재현이었다.


“그 스타일링은 제가 포인트로 주고 선택한 거예요. 세기말 감성이라고 하죠. 그 당시에 선배님들이 했던 스타일이 많았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 TV에서 매일 보던 스타일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멋있고 화려했거든요. 지금 보면 약간 의아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진짜 멋있었어요. 그래서 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무대다. 강동원은 극 중 댄서 출신 멤버답게 브레이크댄스를 소화한다. 대본에는 헤드스핀이 있었고, 그는 그 기술을 현우라는 인물의 마지막 자존심처럼 받아들였다. 중간에 윈드밀로 변경될 뻔했지만, 끝까지 헤드스핀을 하고 싶다고 고집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처음에는 윈드밀이랑 헤드스핀을 둘 다 준비하려고 했어요. 원래 대본에는 헤드스핀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윈드밀로 바뀐 거예요. 그런데 저는 헤드스핀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현우의 꿈이 끊어질 때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게 헤드스핀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건 해야 한다고 했죠. 하다가 갈비뼈 부상이 와서 윈드밀은 한 바퀴 돌고 프리즈까지만 했고, 헤드스핀은 다시 한 세 네 달 걸렸어요”


춤 연습은 미국에서 먼저 시작했다. 강동원은 LA에서 브레이크댄스 단체를 소개받아 힙합 문화부터 배웠다. 단순히 안무를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 춤이 배틀에서 출발했는지, 어떤 제스처와 눈빛이 언어처럼 쓰이는지 몸으로 익혔다.


“제가 힙합이라는 장르를 아예 몰랐어요. 랩 하는 음악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배우면서 힙합이 저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도 알게 됐죠. 브레이크댄스가 원래 배틀이더라고요. 예전 뉴욕에서 싸우던 사람들이 춤으로 배틀을 하기 시작한 게 시초라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기본이 싸우는 거예요. 처음에는 선생님이 저를 계속 째려보면서 춤을 추는데 너무 민망했어요. 그런데 눈을 보라고 하더라고요. 배틀이니까. 그런 문화가 너무 재밌었어요”


연습량은 상당했다. 그는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하루 네 시간씩 안무를 맞췄고, 따로 기본기를 더 했다. 무대 위 동선과 센터를 맞추는 일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무대 경험이 많은 아이돌과 댄스 가수들을 보며 새삼 다른 감정도 들었다. 노래도 직접 준비했다. 그는 오래 함께해온 보컬 트레이너에게 다시 도움을 받았고, 발성부터 발음까지 점검했다. “원래 노래를 좀 하는 편”이라고 농담하면서도,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극 중 고음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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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씽’은 코미디지만, 강동원이 바라본 코미디는 가볍지만은 않다. 그는 장면의 리듬과 배우들 사이의 호흡이 맞아떨어질 때 쾌감이 크다고 했다.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도 즐거웠다. “코미디 연기할 때는 조금 더 자유로워요.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요. 코미디는 탁탁 맞아떨어질 때 엄청난 쾌감이 있어요. 이번에도 현장에서 처음 만나서 찍은 장면 중에 거의 80%가 상황만 있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만들어진 것도 있었어요.”


영화 속 현우는 트라이앵글을 다시 무대 위로 끌고 가는 인물이다. 주변 인물들에 비해 비교적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강동원은 오히려 그 집요함이 현우의 코미디라고 봤다. 편집 과정에서 일부 빠진 장면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현우는 극을 끌고 가는 캐릭터라 당연히 깔아주는 역할이 있죠. 그런데 현우가 제일 웃긴 건 이 사람들을 모아서 결국 무대로 끌고 간다는 거예요. 현우 아니었으면 무대 못 섰을 거잖아요. 원래는 ‘너 진짜 미친 놈 아니야?’ 싶은 느낌들이 더 있었는데 빠져서 아쉽긴 해요.”


영화는 잊혀진 스타의 재기를 다룬다. 강동원 역시 오래 활동한 배우로서 “언젠가 사람들이 찾지 않는 순간”을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고 했다. 다만 배우에게 은퇴는 조금 다른 문제였다.


“늘 생각해요. 예전에 ‘늑대의 유혹’이 잘됐을 때 부산 극장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본 적이 있는데, 정말 꽉 차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신기하면서도 ‘이게 언제까지 갈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나이가 들어가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도 달라지고 있죠. 그런데 저는 은퇴를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연기자는 은퇴라는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예전에는 병이 들면 병든 역할을 맡아서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요즘에는 또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다고 저를 찾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연기자는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이 늘 있으니까요”


시간이 흐르며 배우 강동원이 바라보는 일의 방식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인물을 대하는 태도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다. 강동원에게 ‘와일드 씽’은 낯선 도전처럼 보이지만 복서 역할을 맡으면 복싱을 배우고, 액션 영화를 하면 몇 달씩 훈련하듯 이번에는 댄서이자 가수였던 현우를 만들기 위해 춤과 노래를 몸에 익힌 작업이었다. 그래서 ‘와일드 씽’의 강동원은 웃기고 낯선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가장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여전히 배우 강동원이 연기를 대하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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