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20일 판교서 대규모 결의대회 개최
책임 경영·고용 안정·성과급 개선 등 요구안 발표
5개 법인 파업투표 가결…본사 파업 가능성 촉각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에 참여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카카오 그룹 내 '선택과 집중' 기조 하에 계열사 정리가 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카카오 노조가 경영 실패에 대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고용 안정성을 확보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천에도 불구하고 600명 이상의 조합원이 결의대회에 참여해 뜻을 같이 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20일 경기 판교역 광장에서 진행된 결의대회에서 "경영진 문제는 개인의 일탈로 회피하면서 고용 문제는 조직 전체의 책임으로 돌린다"며 "조직 개편, 계열사 매각, 계약 구조 변경 등 그룹 차원에서 운영되는 것들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개별 법인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 공동체 안에는 경영 실패와 고용 불안, 직장 내 괴롭힘, 불공정한 평가와 채용, 반복되는 노동시간 초과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며 "카카오 지회는 이런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경영진의 비도덕한 행위와 실패를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강화하고 책임 경영 체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고용 안정 보장, 조속한 임금 교섭 타결 등을 요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계열사 정리 과정에서 빚어진 고용 불안 문제에 더해 임금 교섭까지 장기화되자 노조가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 2024년 정신아 대표 취임 직후 132개에 달했던 계열사 수를 현재 94개로 약 30% 가까이 줄였다.
서 지회장은 "특히 반복되는 고용 불안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계열사 간 책임을 미루기만 하고 문제를 회피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현장에서 노조는 네 가지 공동 요구안을 발표했다. ▲경영쇄신과 책임경영 ▲고용안정과 공동체 안전망 구축 ▲공정한 성과 보상과 이익 분배 ▲보편적인 노동 환경과 복지 체계 수립 등이다.
노조는 합법적 파업을 위한 사전 절차를 밟으며 사측에 요구 수용을 압박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등 5개 법인 노동조합 지회와 분회가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가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미 조정이 결렬돼 쟁의권을 확보한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는 내부 논의를 거쳐 파업 진행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카카오는 오는 27일 진행될 2차 조정회의가 결렬될 경우 쟁의권을 얻어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카카오 노조가 파업할 경우 본사 입장에서는 창사 이래 첫 파업이다.
카카오 노조는 조정이 장기화되는 이유가 외부에 알려진 성과급 때문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5%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했다고 알려졌으나, 실제 노조는 '영업이익의 10% 성과급'은 교섭 과정에서 나온 안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서 지회장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 실제로 저희가 쟁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다. 재원 전체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그 재원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에 있어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에 참여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이날 결의대회에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 노조 조합원도 다수 참석했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아키에이지'를 제작한 개발사로, 경영진은 최근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과정에서 경영난을 이유로 희망퇴직 실시를 제안했다. 설상가상으로 모회사인 카카오게임즈 마저 1대 주주가 카카오에서 라인야후로 바뀌는 상황이라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진창현 엑스엘게임즈 부지회장은 "차기작인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개발팀을 제외하고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다"며 "카카오게임즈가 3년의 고용승계를 약속한 것은 게임즈 소속 직원들이고, 자회사는 대상이 아니었다. 4월부터 논의를 진행 중이나 결과가 도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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