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보다 화제성 노린 갈등…‘연프’의 불편한 변화 [D:방송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5.21 07:46  수정 2026.05.21 07:46

해소 없는 현실 갈등까지 관전 포인트로…연애 리얼리티 자극 경쟁의 그늘

연애 리얼리티의 정체성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연애와 최종 커플 등 프로그램의 본질이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견제, 소외, 관계성이 더 큰 화제를 만든다. 이성 간 러브라인보다 출연자 사이의 관계 갈등이 프로그램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ENA, SBS Plus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3일 방영된 ENA·SBS Plus ‘나는 솔로’ 253회가 4.3%(ENA·SBS 합산)를 기록, 올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이는 현재 방영 중인 31기에서 일부 여성 출연자들이 특정 여성 출연자를 따돌리거나 앞담화하는 듯한 장면이 방송되며 시청자 반발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당 논란은 태도 문제를 넘어 연애 리얼리티가 출연자 간 갈등을 어디까지 방송의 서사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비슷한 흐름은 앞서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방송에서는 23기 옥순을 둘러싼 소외 논란이 불거졌고, 방송 후에는 출연자 SNS 해명과 시청자 비판까지 맞물리며 방송 안팎의 관계 갈등이 프로그램 화제성을 이어가는 장치가 됐다. 최근 종영한 티빙 ‘환승연애4’ 역시 최종 커플 여부 못지않게 출연자 간 친분, 팬덤의 편 가르기, SNS 관계 변화 등이 화제가 됐다. 방송 밖 사적 관계까지 프로그램의 연장선에서 소비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갈등이 드라마 속 허구가 아니라 일반인 출연자들이 실제로 겪는 관계의 고통이라는 점이다. 드라마에서는 악역과 피해자, 갈등과 응징, 오해와 해소가 서사의 일부로 설계된다. 시청자는 불편한 장면을 보더라도 갈등이 정리되거나, 악역이 대가를 치르거나, 피해자가 회복하는 과정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누군가가 무리 안에서 고립되고 위축되는 장면이 실제 상황으로 벌어진다.


이 때문에 시청자는 일부 출연자들의 태도에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에서는 권선징악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큰 불쾌감을 느낀다. 나쁜 행동을 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방송 안에서 뚜렷한 제재 없이 지나가고, 상처받은 출연자는 그 감정을 현실의 몸으로 감당해야 한다. ‘나는 솔로’ 31기에서도 한 출연자가 위경련 증세로 제작진과 함께 응급실을 찾는 장면이 방송되며 안타까움을 샀다.


시청자가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유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해소 없는 갈등의 소비 방식에 가깝다. 연애 리얼리티는 한정된 공간 안에 일반인 출연자들을 모아 감정 변화를 관찰하는 장르다. 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누군가가 고립되고 위축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그 장면이 별다른 거리두기 없이 예능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소비될 때 불편함은 커진다.


이 같은 흐름을 연애 프로그램의 장르적 변화 때문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연애 프로그램이 과해진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는 연애 프로그램이 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연애 프로그램을 보는 목적에는 로맨스도 있지만 인간 군상을 보고 싶은 욕망도 있다. ‘나는 솔로’는 그쪽으로 더 많이 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일반적인 연애 프로그램과 일종의 사회실험 콘텐츠로 분화하는 양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NA, SBS Plus

연애 리얼리티가 서바이벌 예능의 성격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교수는 “요즘 서바이벌 예능은 의외로 많이 없고, 모든 연애 프로그램이 서바이벌 예능화하고 있다”며 “과거 ‘더 지니어스’처럼 인간관계의 복합성을 보여주는 것이 장르적 재미였는데, 최근 그런 게임쇼들은 줄어들었고 그 영역의 재미가 연애 예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진 입장에서는 연애 예능이 가장 손쉽게 상황을 만들고 편집하기 좋은 포맷”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사 입장에서 이런 분노는 리스크이면서도 화제성이 된다. 불편한 장면일수록 온라인 커뮤니티와 숏폼, 유튜브 리뷰, 기사에서 재가공된다. 시청자들은 보기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다음 회차를 확인한다. 출연자 간 갈등은 방송 안에서 끝나지 않고, 방송 밖에서 다시 해석되고 편 가르기되며 프로그램의 수명을 늘리는 콘텐츠가 된다.


다만 제작 현장에서는 리얼리티 예능의 특성상 갈등 장면을 모두 배제하기는 어렵더라도, 일반인 출연자가 방송 이후 감당해야 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연애프로그램의 경우 일반인 출연자들의 실제 삶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인 만큼, 특정 인물이 과도하게 왜곡되거나 소비되지 않도록 감정선과 관계 흐름의 균형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청자 몰입도를 높이되 출연자 보호와 현실적인 공감대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방송사가 우선적으로 두는 편집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출연자 보호 문제는 방송 내부 편집에만 그치지 않는다. 방송 이후 온라인에서 만들어지는 2차 콘텐츠도 갈등 소비를 키운다. 이 교수는 “댓글창의 문제도 있지만, 이제는 출연자 리터러시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방송을 소비하는 방식이 2차 콘텐츠 창작으로 확산돼 있다. 사이버 불링처럼 험담 콘텐츠가 2차 콘텐츠처럼 늘어나는 만큼, 그런 부분에 대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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