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부터 OST 뮤비 253만뷰…싹쓰리·MSG워너비로 입증된 음악 향수, 스크린 흥행 카드 될까
개봉을 앞둔 영화 ‘와일드 씽’이 2000년대 초반 혼성 댄스그룹의 향수를 스크린으로 소환한다. 침체된 극장가에서 대작·장르물만으로 관객을 부르기 어려운 상황에, 익숙한 노래와 웃음, 재기 서사를 앞세운 오락영화가 새로운 흥행 카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와일드 씽’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20일 롯데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6월 3일 개봉하는 영화 ‘와일드 씽’은 2000년대 초반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사건에 휘말려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코미디 영화다. 손재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 등이 출연한다. 전성기를 누렸던 그룹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무대에 오르려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면서도, 그 시절 음악이 지닌 흥겨움과 아련함을 내세운다.
눈에 띄는 지점은 개봉 전부터 음악 콘텐츠가 먼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극 중 트라이앵글의 대표곡 ‘러브 이즈’(Love is)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256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영화 본편 공개 전부터 노래와 무대가 먼저 소비되고 있다는 점은 ‘와일드 씽’이 복고 설정에 기대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 자체를 흥행의 주요 장치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송가에서는 이미 ‘그 시절 음악’이 여러 차례 흥행 치트키로 쓰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MBC 예능 ‘놀면 뭐하니?’다. ‘놀면 뭐하니?’는 고정 포맷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과 부침 속에서도 싹쓰리, 환불원정대, MSG워너비, WSG워너비 등 음악 프로젝트를 앞세워 매번 화제성을 끌어올렸다. 1990~2000년대 혼성그룹, 여성 디바, 보컬그룹 음악의 감각을 다시 소환하며 음원차트와 방송 화제성을 동시에 잡은 것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복고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소환되는 이유에 대해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곧 그 시대를 기억하는 행위”라며 “그 콘텐츠를 다시 가져오면 바로 내 과거가 소환되기 때문에 일종의 타임머신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복고 소비는 과거를 그대로 반복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미 디지털카메라, Y2K 패션, 2000년대 초반 감각은 1020세대 사이에서도 스테디한 취향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를 직접 겪은 세대에게는 추억을,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세대에게는 낯선 신선함을 주는 방식이다.
김 평론가는 이 지점을 레트로와 뉴트로의 차이로 설명했다. 그는 “레트로를 새로운 현대적 감각으로 개선하면 현재와 과거를 소통하게 만드는 뉴트로가 된다”며 “과거를 직접 살아보지 않은 세대에게는 처음 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새롭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와일드 씽’은 이 흐름을 극장가로 옮겨온 사례로 볼 수 있다. 작품이 2000년대 초반 혼성 댄스그룹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그 시절 아이돌 문화와 대중음악을 다시 해석할 수 있는 세대가 형성됐다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김 평론가는 “H.O.T.를 적극적으로 소비했던 세대가 40~50대가 됐고, 이들이 소환한 레트로를 2030세대가 재해석하거나 재발견하는 창의적 놀이가 시작됐다”며 “지금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걸친 아이돌을 소환하는 것은 뉴트로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융성하기 시작했다는 상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아이돌그룹을 전면에 내세운 음악영화인 만큼 대표곡의 완성도는 작품의 설득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러브 이즈’는 극 중 트라이앵글의 대표곡으로, 싹쓰리 ‘그 여름을 틀어줘’ 작사·작곡에 참여했던 심은지 작곡가가 작업에 참여해 그 시절 대중가요의 향수를 지금의 감각으로 되살렸다.
‘러브 이즈’가 향수를 자극하는 이유는 댄스곡의 외형 안에 서정적인 멜로디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뉴잭스윙 장르의 리듬은 몸을 먼저 움직이게 할 만큼 경쾌하지만, 멜로디는 살짝 내려앉는 구간을 반복하며 신나는 와중에도 묘한 쓸쓸함을 남긴다. 밝은 비트와 아련한 선율이 함께 가는 구조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대중가요에서 자주 발견됐던 감각이다. 웃으며 따라 부를 수 있지만, 듣고 난 뒤에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감정이 남는 방식이다.
김 평론가는 1990년대 대중음악의 정서에 대해서도 “90년대는 세기말의 불안과 사회가 급변하는 속도에 대한 공포가 있던 시기”라며 “그 속도를 잊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 감각 속에서 뉴잭스윙 같은 음악이 1970년대 디스코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와일드 씽’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혼성그룹 특유의 남녀 보컬 구성도 향수를 키운다. 남성 파트와 여성 파트가 주고받고, 직관적인 후렴과 따라 하기 쉬운 안무가 결합하는 방식은 2000년대 초반 댄스그룹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의 케이팝(K-POP)이 세계관과 콘셉트, 퍼포먼스 완성도를 촘촘하게 설계한다면, 그 시절 대중가요는 비교적 직관적인 멜로디와 후렴, 캐릭터가 분명한 파트 분배로 대중의 귀에 남았다. ‘러브 이즈’ 역시 이런 문법을 활용해 영화 속 트라이앵글을 실제 존재했던 그룹처럼 느끼게 만든다.
영화 속 재기 서사도 음악의 감정선을 강화한다. 2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 시절 노래’를 추억의 소품으로 머물게 하지 않는다. 한때의 전성기를 지나온 사람들이 다시 무언가를 해보려는 몸짓이 노래와 맞물리면서, 경쾌한 무대 뒤에 아련한 감정이 쌓인다.
관건은 방송가에서 통했던 ‘그 시절 음악’의 치트키가 극장가에서도 작동하느냐다. 예능은 익숙한 스타와 포맷, 음원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며 화제성을 키울 수 있지만, 영화는 관객이 직접 극장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 ‘와일드 씽’이 극장 관객을 움직이려면 복고 설정 자체보다 대표곡이 주는 정서적 힘,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무대의 설득력, 코미디와 재기 서사의 균형이 함께 맞아야 한다.
방송가에서 싹쓰리와 MSG워너비가 증명했던 것처럼, 대중은 때때로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 이미 몸이 기억하는 멜로디와 정서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 2000년대 혼성그룹 노래의 흥겨움과 쓸쓸함, 다시 무대에 서려는 인물들의 재기 서사가 2026년 극장가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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