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으면서 운동했는데"…여성 몸에 나타난 뜻밖의 변화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5.19 09:12  수정 2026.05.19 09:14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연구팀, 성인 1만3164명 분석

섭취·소비 균형 맞춘 여성, 수면 부족 위험 최대 29% 감소

“무리한 식이 제한보다 활동량 맞춘 에너지 보충 중요”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무작정 적게 먹거나 운동량만 늘리는 생활 습관이 오히려 여성의 수면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 섭취 열량과 신체활동으로 소비하는 열량의 균형을 유지한 여성은 극심한 에너지 부족 상태인 여성보다 수면 부족 위험이 최대 2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서민정 서울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2019·2020·2022년)에 참여한 성인 1만3164명의 식습관과 신체 활동량을 분석해 에너지 섭취-소비 균형(EIEB)과 수면 시간 간 연관성을 19일 발표했다.


수면 부족은 심혈관질환,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 연구는 식습관이나 신체활동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분석하는 데 집중했지만, 식사와 활동을 함께 고려한 ‘에너지 균형’과 수면의 관계를 대규모 국가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팀은 하루 총 에너지 섭취량에서 기초대사량과 신체활동으로 소비한 에너지를 뺀 EIEB 지표를 활용했다.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섭취와 소비가 균형을 이룬 상태이며, 음(-)이면 에너지 부족, 양(+)이면 과잉 상태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4개 그룹으로 분류한 뒤 연령, 체질량지수(BMI), 흡연·음주, 식사의 질, 동반 질환 등 다양한 요인을 보정해 수면 부족 위험도를 분석했다.


에너지 섭취-소비 균형이 수면시간에 미치는 영향 ⓒ서울대병원

분석 결과 여성에서는 에너지가 가장 부족한 그룹보다 섭취와 소비가 균형을 이룬 그룹에서 하루 6시간 이하의 짧은 수면 위험이 29% 낮게 나타났다. 에너지가 남는 그룹과 과다 섭취 그룹에서도 위험은 각각 25%, 24% 감소했다.


특히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보다 에너지 균형을 유지한 그룹에서 수면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단순히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활동량에 맞춰 적절히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반면 남성에서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하위 그룹 분석에서도 여성은 연령과 신체활동 수준에 관계없이 극심한 에너지 부족 상태를 벗어나 균형을 유지했을 때 수면 부족 위험이 일관되게 감소했다. 특히 식사의 질이 낮거나 활동량이 많은 직업군, 주말 보충 수면을 하지 않는 경우 수면 개선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여성에게서만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 이유로 신경내분비·면역 체계의 성별 차이를 제시했다. 우리 몸은 야간 수면 중 면역세포 활성화와 염증 조절 등에 약 400kcal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부족하면 스트레스 반응이 활성화돼 숙면을 방해할 수 있으며, 여성은 코르티솔과 렙틴, 에스트로겐 등 대사·면역 관련 호르몬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설명이다.


박민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무작정 덜 먹거나 운동량만 늘리는 다이어트는 오히려 수면을 해칠 수 있음이 확인됐다”며 “여성은 자신의 활동량에 맞춰 적절히 챙겨 먹는 ‘균형’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숙면을 위한 핵심 요소이며, 수면 건강을 지키려면 성별과 직업, 활동 특성에 따라 에너지 균형 목표를 달리 잡는 맞춤형 건강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수면 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주목된다. 대한수면연구학회의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8%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의 질과 양에 모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글로벌 평균의 75% 수준에 그쳤으며, 매일 숙면한다고 답한 비율도 7%로 글로벌 평균(13%)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수면 부족 원인을 단순한 스트레스나 생활습관 문제에만 국한하기보다, 개인의 활동량과 에너지 섭취 균형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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