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노리는 '악덕 소비자' 기승
경기 침체 속 자영업자들 몸살
전문가들 "사기·업무방해죄 등
민생범죄 처벌강화 경각심 줘야"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고물가 장기화,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이어지는 가운데, 억지 민원으로 '묻지마 환불'을 요청하는 이른바 '배달거지'가 영업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15일 자영업자들이 모인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매일 수 차례의 배달거지 관련 사연이 올라오고 있다.
배달 음식을 받아 놓고 음식이 오지 않았다거나, 들어가지도 않은 식재료가 음식에서 나왔다거나, 음식을 모두 먹은 뒤 이물질이 발견됐다며 환불을 요청하는 등 고의로 음식값을 내지 않으려는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고객 정말 있었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적은 작성자 A씨는 "음료 2잔 주문하고 리뷰 예쁘게 적어준다고 서비스 달라는 거 (안 주고) 그냥 보냈는데 배달 완료 후 음료가 터져 먹을 수 없다고 연락이 왔다"며 "고객센터 접수하고 사진을 요청했더니 가게로 연락도 없이 배달 플랫폼이 취소처리 했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A씨가 주문자로부터 받아 게재한 터진 음료 사진은 플라스틱 용기에 가득 담긴 스무디가 약간 새어 나온 수준이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들이 모여 직접 전문변호사를 섭외해 배달거지를 고소하는 전문 대응팀을 꾸릴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의견을 개진했다.
배달이 예정 시간보다 2~4분 늦었다는 이유로 4만5000원에 해당하는 음식이 환불 된 사연도 있었다.
B씨는 "4만47000원짜리 음식이 취소됐다. 회수 요청을 하니 받자마자 음식물처리기에 넣고 갈고 있다고 하더라"며 "음식처리기 돌리는 사진이라도 달라고 요청하니 고객이 거부하더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댓글에는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진짜 버렸는지 증거가 없으면 사기, 절도, 상품의 유실로 법적 대응 가능하다. 해당 건과 비슷한 사례로 경찰에 절도 신고 후 고객을 특수 절도로 입건 시킨 경험이 있다"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들어가지도 않은 식재료가 음식에서 나왔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황당한 사례도 빈번했다.
C씨는 "주문자가 당면사리가 양념에서 나왔다고 주문을 취소했다"며 "우리 매장은 우동사리와 떡사리는 있지만 당면사리는 취급하지 않는다. 당면이 나온 사진을 요청했더니 사진도 없다고 한다. 그냥 '진짜로 봤다'고만 얘기하더라"고 개탄했다.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배달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뉴시스
하나의 배달 플랫폼에서만 발견된 주문 취소 내역만 40여건에 달하는 충격적 사례도 있었다. 주문 후 음식을 받지 못했다는 게 환불의 이유였다.
지난달 16일 방영된 MBC '실화탐사대'에 의하면 결국 배달기사들이 문제의 인사가 거주하는 빌라에 직접 잠복한 끝에 당사자를 현장에서 적발했다.
지난 2019년 무렵부터 등장한 이들은 현재까지도 다양한 수법을 사용하며 묻지마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나자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엔 공통된 행동 패턴을 정리해 공유하는 글까지 생겨나는 실정이다.
고물가 기조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 속, 일부 소비자들의 이같은 억지 환불 요구는 자영업자들을 두 번 죽이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자 폐업률은 9.04%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9.38%)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증거 없는 억지 환불 요구가 반복될 경우 형사상 처벌은 물론 민사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며, 민생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묻지마 환불은 고소할 시간적 여유 조차 없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이용한 측면이 크다"며 "소비자기본법에 의하면 소비자는 권리와 동시에 책무도 있다. 거래 당사자들이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생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는 물론, 이에 앞서 배달 플랫폼이 '블랙 컨슈머' 지정 등의 대책을 통해 반복적 묻지마 환불 당사자에 대한 주문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주문자의 반복적 묻지마 환불 행태로 업주의 피해가 명확하다는 근거 하에 '무전취식', '사기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공갈협박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등이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민생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은 경향이 있는데 사안에 따라, 예컨대 악질적이고 반복적인 범행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처벌을 통해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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