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특약 늘고 ‘8주룰’은 표류…깊어지는 자동차보험 적자

김민환 기자 (kol1282@dailian.co.kr)

입력 2026.05.14 14:54  수정 2026.05.14 14:56

한의계 반발에 답보…자배원 채용도 잠정 연기

자보 적자 7080억원, 대형사 손해율도 상승세

할인 특약 확대 속 수익성 악화 우려 지속

‘8주룰’ 도입이 계속 지연되면서 사실상 상반기 내 시행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연합뉴스

경상환자 장기치료 심사를 강화하는 이른바 ‘8주룰’ 도입이 지연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보험금 누수를 줄이기 위한 제도 정비가 늦어지면서 자동차보험 적자 구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손해보험업종본부는 성명을 내고 정부의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현장 의견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제도 개편도 필요하단 입장이다.


이번 개선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제도는 이른바 '8주룰'이다.


8주룰은 상해등급 12~14급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경우 추가 진단서와 치료 필요성 자료 등을 제출받아 별도 심사를 진행하는 제도다.


과잉진료와 보험금 누수를 줄여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안정화한다는 취지로 제도 도입을 추진해 왔다.


당초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은 올해 1월 시행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까지도 시행 시점은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한의계와 일부 소비자단체가 환자의 치료 선택권과 의료인의 진료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의계는 교통사고 후유증은 환자별 증상 차이와 회복 기간 편차가 큰 데도 일률적으로 ‘8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도 시행 준비 작업도 사실상 멈춰선 분위기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지난달 초 자동차 손해배상 및 의료정책 관련 인력 채용을 추진했다가 절차를 잠정 연기했다.


당시 채용 예정 인원은 정규직 10명과 무기·유기계약직 42명 규모였으며, 상당수가 경상환자 장기치료 심사 등 8주룰 시행 관련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배원은 공지문을 통해 “사정 변경으로 불가피하게 채용 진행을 잠정 연기하게 됐다”며 “내부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6월30일 이내에 다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보험개발원이 추진하던 자동차사고 경상환자 장기치료 분쟁조정 시스템 구축 연구용역 역시 연기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관련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상반기 내 시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보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적자는 7080억원 수준까지 확대됐고, 손해율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80%를 크게 웃도는 87.5%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85.9%로 1년 전 대비 3.4%포인트(p) 상승했다.


고유가 대응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차량 5부제 보험료 할인’ 특약도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해당 특약은 차량 5부제 참여 가입자에게 자동차보험료 일부를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오는 6월 도입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5부제 할인 특약에 따른 보험료 할인 규모가 최대 24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올해 초 자동차보험료가 1%대 인상됐지만 할인 특약 시행으로 인상 효과 상당 부분이 상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이미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크게 웃도는 구조적 적자 상태인데, 보험금 누수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부제 할인 특약까지 추가되는 상황에서 8주룰 도입마저 늦어질 경우 결국 보험료 부담이 선량한 가입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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