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생산비 15일 공개…유업계·낙농업계 긴장감 고조
사료값·부채 부담 커진 낙농가…“3년째 동결 어렵다”
원유값보다 더 무서운 ‘남는 우유’…유업계 수익성 비상
“가격도 물량도 문제”…원유 협상 핵심은 구조 개편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흰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뉴시스
유업계와 낙농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원유가격 조정 여부를 가를 생산비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가격 협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원유 가격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큰 데다 시장 물가에 미칠 파장까지 맞물리면서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통계청은 15일 ‘2025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결과에는 우유 생산비가 1리터당 전년 대비 얼마나 올랐는지 포함되는데, 이는 원유 기본가격 조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유업계와 낙농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생산비 변동률이 전년 대비 ±4% 이상일 경우 협상 테이블이 열리며, 생산비 증가액의 최대 70% 범위 내에서 가격 조정 협상이 진행된다. 해당 결과는 2027~2028년 운영 기준에 반영된다.
현재 원유가격 체계는 2023년 도입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원유 가격을 음용유와 가공유 등 사용 목적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제도다. 2년에 한 번씩 논의하는데 올해는 가격 협상과 함께 음용유·가공유 비중 조정도 병행될 예정이다.
유업계에서는 원유 생산비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유가격 인상이 수익성과 가격 정책 전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원유 가격에 따라 외식 물가 등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지는 만큼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유업계 관계자는 “사실 유업계 입장에서는 원유 가격이 안 오르는게 반드시 베스트는 아니다”며 “원유값 외에도 우유팩 가격, 물류비 등의 인상분을 반영해야 하는데 원유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반영을 하지 못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골치가 아픈 것은 원유 가격이 올라도 우유 뿐만 아닌 원유가 들어가는 모든 제품을 인상해야 하는데 현재 분위기라면 인상하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다”며 “제대로 된 소비자 가격을 책정할 수 없다면 원유값 인상은 안 하는게 낫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서울우유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 원유값 협상 시작되나…낙농가·유업계 입장차 팽팽
올해 원유값 가격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생산비에 포함되는 사료비 부담이 있다. 수입 사료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 상승으로 실제 농가가 체감하는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는 게 낙농가 측 논리다.
최근 사료 가격 폭등 등 생산비 상승으로 낙농가의 목장 경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낙농진흥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낙농가수는 4600호로 전년 대비 133호(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2년 사이 폐업한 낙농가수가 300여호에 달한다.
낙농가의 경영 부담도 여전하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낙농가 호당 평균 부채액은 약 5억5700만원으로, 일반 농가 평균 부채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앞선 협상에서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 가격 조정이 제한됐던 만큼, 올해까지 동결될 경우 사실상 3년 연속 가격 조정이 어려워지는 점도 인상 명분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생산비가 전년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원유가격 조정 협상 테이블이 열리지 않았고 원유 기본가격도 동결됐다.
2024년에는 2023년 생산비 상승률이 기준치를 넘어서며 가격 조정 협상이 개시됐지만, 당시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에 원유 가격을 최종 동결로 마무리된 바 있다.
그렇다면 원유 가격이 올랐을 때 문제는 무엇일까. 원유 가격은 곧 제조사 비용 부담으로 직결된다. 유업계 입장에서는 수익성 부담이 가장 크다. 원유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제조원가 부담이 고스란히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유업계는 원유값이 오르더라도 소비자 가격 조정이 쉽지 않다. 우유는 소비자 물가와 직결되는 대표 품목인 데다, 원유 가격이 오를 경우 흰우유 뿐 아니라 빵·커피·아이스크림 등 ‘밀크플레이션’으로 직결돼 외식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 감시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정부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정부는 식품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자제를 압박하고 있다.
유업계는 당장 원유 가격의 상승 여부 보다 물량이 더 문제라고 보고 있다. 현재 유업체들이 낙농가로부터 사들인 원유의 경우 시장에서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구조다. 출산율 저하와 대체 먹거리 증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수입산 우유의 확대 등이 원인이다.
남는 원유는 전지분유나 탈지분유 등으로 전환 생산하지만, 국산 분유는 수입산 대비 가격 경쟁력이 낮아 손실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유업계가 시장 변화에 맞춰 음용유 비중은 낮추고 가공유 비중은 높이는 방향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주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올해 협상의 핵심은 원유가격 인상 여부와 함께 음용유·가공유 비중 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쿼터 대부분은 시유·발효유·컵커피 등에 쓰이는 음용유에 배정돼 있고, 치즈·분유·아이스크림 등 가공용 원료로 쓰이는 가공유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우유 진열대에 우유가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 가격보다 물량 중요…“국산 원유 차별화 필요도”
다만 유업계 일각에서는 가공유 비중 확대가 곧바로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국산 원유 자체가 해외 원유보다 비싸 이를 활용한 분유·치즈 등 가공제품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유업예 종사자들의 논리다.
이 때문에 업계는 인간의 모유와 비슷한 A2 우유를 잇따라 선보이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수출 시장에서 ‘한국산 프리미엄’ 만으로는 한계가 큰 만큼 향후 국산 원유 사용 여부를 소비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원산지 표기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산지 표시는 값싼 수입 멸균우유와 국산 신선우유의 품질·신선도 차이를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다. 카페 라떼,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활용 메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소비자는 자신이 마시는 우유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또한 수입산 멸균우유는 고온 처리로 보관이 용이하지만, 국산 원유 기반 제품과 신선도·영양 구성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원산지 표시가 없을 경우 소비자는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선택하게 되고, 수입 멸균우유가 국산으로 둔갑해 유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외식업계는 우유 원산지 표기 의무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라떼·밀크티·수프·크림·버터 등 우유가 들어가는 메뉴가 매우 다양해 쓰임새가 많은 만큼, 원재료값 변동에 따라 우유를 수시로 바꾸기 때문에 일일이 원산지를 관리·표기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원산지 표시 품목을 추가하는 방향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규모 카페·빵집까지 메뉴·라벨 전면 수정, 단속·과태료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어 실무 부담을 줄이는 가이드와 단계적 도입이 병행돼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결국 올해 원유 협상은 ‘얼마나 올릴 것인가’와 ‘얼마나 줄이고 재배분 할 것인가’가 동시에 논의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생산비 상승에 따른 농가 보호, 소비자 물가 부담, 흰우유 소비 감소에 따른 유업계 수익성 악화가 맞물린 상황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원유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수입산 대비 불리한 구조인 만큼 단순 가격 인상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소비자들이 국산 원유 기반 제품의 품질과 신선도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동시에, 시장 변화에 맞춘 수급 구조 개편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또 “현재는 원유가격 문제를 넘어 국내 낙농 구조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생산비 부담과 소비 감소, 수입산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가격·물량·유통 구조를 함께 개선하는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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