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질타 하루 만에 상록수 청산 수순…“중저신용 대출 더 위축될라”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5.14 07:02  수정 2026.05.14 07:02

카드대란 수습용 민간 배드뱅크, 23년 만에 정리 국면

금융위, 상록수 채권 새도약기금·캠코 매각 추진

“약탈적 금융 규정 어려워…위험 차주 대출 더 줄 듯”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제8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003년 카드대란 수습을 위해 출범한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질타 하루 만에 사실상 청산 수순에 들어갔다.


금융권에서는 장기연체채권 정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대통령 발언 직후 민간 유동화전문회사(SPC) 구조가 급격히 정리되는 흐름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회사들이 연체채권을 SPC나 부실채권(NPL) 시장을 통해 정리하며 건전성과 신규 대출 여력을 관리해온 만큼, 시장 기능 자체가 위축될 경우 중저신용자 대출이 더 보수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상록수 사원 전원을 긴급 소집해 보유 장기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상록수는 2000년대 초반 카드대란 당시 폭증한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채무자의 신속한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은행·카드사 등이 공동 출자해 만든 유동화전문회사(SPC)다.


당시 대규모 신용불량자가 발생하자 금융권이 개별적으로 부실채권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채권을 공동으로 모아 관리하는 민간 배드뱅크 구조가 도입됐다.


금융위의 긴급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상록수를 “원시적 약탈 금융”이라고 공개 비판한 직후 나왔다.


이 대통령은 한 언론보도를 인용해 “지금까지 관할당국은 왜 이런 부조리를 발견조차 못하고 있었을까”라고 지적했고, 국무회의에서는 “죽을 때까지 빚이 10배, 수십배가 되도록 갚게 하는 게 맞느냐”고 질타했다.


실제 해당 구조는 정부의 장기연체채권 정리 정책인 새도약기금 출범 이후에도 사실상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새도약기금이 금융권 자율협약 방식으로 운영된 데다, 상록수 역시 별도 SPC 자산인 만큼 금융당국도 이를 우선 정리 대상으로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다.


금융사들 역시 자발적으로 매각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상록수가 장기간 정책 사각지대에 머물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곧바로 ‘약탈적 금융’으로 규정하는 데에는 부담이 있다는 반응이다.


상록수는 금융사들이 직접 추심을 수행하는 구조라기보다는 SPC가 채권을 보유·관리하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록수는 당시 카드대란을 수습하기 위해 만든 특수한 구조였고, 은행들이 현재 직접 채권을 관리하거나 추심하는 구조는 아니”라며 “장기연체채권에 대한 구조적인 조정이 필요한 점은 동의하지만 ‘약탈적 금융’이라는 시선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약탈적 금융이라는 것은 원래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한 사람이 불법 사금융이나 고금리 대부를 이용하는 경우를 말하는 개념”이라며 “돈을 빌리고 장기간 갚지 못해 이자가 붙은 구조까지 약탈적 금융으로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반복적으로 장기 연체채권을 정리해주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결국 중저신용자 대출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며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 금융사는 처음부터 위험 차주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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