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낀 집 팔 길 열렸지만…대책 효과는 ‘미궁 속’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입력 2026.05.12 16:01  수정 2026.05.12 16:09

전월세 매물은 줄고 수요는 늘어…수급 불균형 심화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폭 확대 우려도

세금 부담 적은 1주택자…매물 출회 효과도 의문

서울 시내 구청 부동산 중개업(토지거래허가, 전세사기피해접수 등) 관련 창구. ⓒ뉴시스

정부가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실거주 유예 대상을 확대했다. 다주택자와 1주택자 사이 형평성을 맞추고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번 발표로 시장에 나올 매물 수가 불분명하고 대출 규제가 여전해 실효성에는 의문이 가득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에 대해 세입자가 거주 중인 경우, 매수자의 실입주 시점을 임대차계약 종료 시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뒤 4개월 내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임대차계약이 끝난 이후로 입주 의무 시점이 미뤄지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부동산 시장 매물 수를 늘리기 위해 추진됐다. 지난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후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져 매물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비거주 1주택자 등이 가진 매물도 매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이날 “실거주 유예 확대는 매물 출회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며 “세입자가 있어 매도를 고민하는 이들도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거주 위주 시장 재편…전월세 공급 부족 심화 우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전월세난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거래하면 무주택 세입자는 계약을 연장할 수 없어 다른 임대 매물을 찾거나 주택을 매수해야 한다. 세입자가 있는 주택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전월세 매물은 줄어드는데 새집을 찾아야 하는 무주택자는 늘어나는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


국토부는 주택을 구매하는 무주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리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기존 전월세를 살던 무주택자가 주택을 매수하면 전월세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줄어드는 구조”라며 “시장 밸런스에서는 총량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주택을 구매할 자금이 부족한 수요자다. 이미 신규 공급 물량이 감소하며 전월세난이 심화하는데 정부 정책으로 전월세 매물이 실거주 매물로 전환되면 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주택 전세 시장에서는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5월 1주(4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0.26으로 2주 연속 180을 상회했다. 지수는 100보다 높을수록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다.


한 업계 전문가 A씨는 “전월세 수요는 단순 산수로 계산할 수 없다”며 “서울에서도 수요자 선호지역과 비선호 지역이 서로 다른데 서울 전월세 시장 전체를 하나로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도 “비거주 1주택자 규제가 강화된다면 정주환경이 양호한 학군지, 직주근접 지역의 경우 일부 귀소하는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임대 매물은 감소하고, 신규 임차수요는 증가할 수 있어 전월세 시장 가격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 지역 주택 가격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월세로 거주하던 수요자의 경우 그나마 대출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실거래가 15억원 이하 중저가주택을 다수 매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수요가 몰릴 경우 중저가 주택 가격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


국토부도 전월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 과장은 “중저가 주택 위주로 수요가 더 발생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장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그런 마찰은 일정 부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 유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데일리안 이수현기자
매물 얼마나 늘어날까…대책 효과 안갯속


이번 조치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일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주택 매도를 조건으로 새집을 구매한 일시적 2주택자는 주택을 매도하지 않으면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되는 만큼 주택을 내놓을 수 있다.


향후 정부가 추가 부동산 규제를 내놓기 전 매도 기회를 열어줘야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오는 7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보유세 강화 등 집주인 부담을 키우는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전문가 B씨는 “앞으로 정부가 규제를 하거나 여러 정책을 내놓기 전 주택을 매도할 수 있는 다양한 퇴로를 열어주는 것은 적절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대책으로 얼마나 많은 매물이 시장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비거주 보유 주택을 약 83만 가구로 보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해당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과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 측면에서 방향성을 얘기할 수 있다”면서도 “정확한 숫자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거주 1주택자 물량 출회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입 모았다. 다주택자와 달리 1주택자는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적고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1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한 후 다시 주택을 매입하기 힘들어졌다”며 “주택 매매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주택 매수가 어려워진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매물 출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매물이 늘어나더라도 거래 감소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강도 대출 규제가 여전해 자금을 갖춘 수요자만 주택을 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매수자는 주택 자금과 함께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12일 기준 전세퇴거자금대출(임차보증금 반환대출)이 1억원으로 제한돼 1억원 외에는 보증금에 대해 전액 현금을 갖춘 수요자만 주택을 매수할 수 있다.


전세 세입자가 있는 매물의 대출 한도도 문제다. 담보인정비율(LTV)가 40%인 조정대상지역에서 전셋값이 LTV의 40% 이상이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7억원 전세가 있는 12억원 주택을 매수한다면 전세보증금을 뺀 주택 가격 5억원을 현금으로 납부하고 전세퇴거자금대출 1억원을 제외한 전세보증금 6억원을 향후 세입자에게 줘야 한다. 총 11억원 현금을 갖춘 수요자만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이번 대책에 따라 실거주 유예를 받기 위해서는 올해 말까지 관할관청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허가 이후에는 4개월 내에 주택을 취득(등기)해야 한다.


발표일 이후 전세보증금으로 주택 매수 잔금을 내는 ‘갭투자’는 할 수 없고 임차기간 종료일에 맞춰 입주해 2년 실거주의무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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