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묻지마 살인' 여고생 발인 엄수…사회적 안전망 강화 필요성 제기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6.05.07 15:56  수정 2026.05.07 15:56

20대 남성, 지난 5일 새벽 흉기 휘둘러…1명 사망·1명 부상

계획 범행 정황 속속 드러나…경찰, 신상 공개 여부 조만간 심의

"형사사법기관 종사자의 정신건강 이해 전문성 강화 필요" 지적도

7일 고교생 흉기 살인사건이 발생한 광주 광산구 월계동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노란리본에 적힌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새벽 광주광역시 도심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피해자의 발인이 7일 엄수됐다. 구급대원을 꿈꿨던 여고생의 목숨을 앗아간 20대 남성은 이날 구속 기로에 놓였다.


해당 남성이 범행 이틀 전부터 거리를 배회한 정황까지 드러나며 경찰은 계획 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묻지마 범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한번 공론화되고 있다.


여고생 A(17)양의 발인은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신가동의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발인이 시작되자 유족들은 통곡하며 응급구조사를 꿈꿨던 딸을 쉽사리 보내지 못했다.


A양의 어머니는 흰 천으로 감싼 관 위에 국화꽃을 올려놓으면서 관을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A양의 아버지 역시 딸의 관이 운구차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본 후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광산구 월계동 사건 현장에는 시민들이 추모 문구가 담긴 노란 리본을 걸어 놓으며 A양을 추모했다. 리본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등의 문구가 적혔다.


A양은 지난 5일 오전 0시11분쯤 광산구 월계동 거리에서 장모(24)씨가 휘두른 흉기에 치명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비명을 듣고 장씨를 말리던 남자 고등학생도 장씨가 휘두른 흉기에 다쳐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장씨가 범행에 사용한 주방용 칼 외에도 포장을 뜯지 않은 흉기 1점을 추가로 소지하고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계획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범행 현장 인근 공원 주차장에서 길이 약 40㎝의 조리용 칼을 발견했다.


장씨는 범행 직후 흉기를 버린 채 도주했다. 도주 당시 장씨는 무인세탁소에 들러 혈흔이 묻은 자신의 옷을 세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세탁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가게 밖에 누워 있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 태연한 행동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장씨는 택배를 찾기 위해 자신의 거주지에 들렀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장씨는 체포 당시 범행에 사용한 흉기 외에도 또 다른 흉기 1점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는 게 재미없어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며 "방법도 4~5가지 정도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장씨는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으로 출석하며 계획 범행 의혹을 부인했다. 장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는데 왜 여학생을 살해했는가'라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여학생인 것을 알고 범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계획범죄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계획범죄가 아니다"라고도 부인했다.


경찰은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두고 이날 또는 오는 8일 심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대범죄 신상공개법에서 규정한 신상 공개 요건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이번 사건과 같은 이상동기 범죄는 지난 2023년 46건, 2024년 42건, 2025년 39건 등 매년 40건 안팎 발생했다.


이같은 이상동기 범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폭력 위험성이 보이는 정신질환자를 정신보건 시스템으로 보다 원활하게 편입시키는 등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이상동기 범죄예방 및 가해자 관리 체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상동기 범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정신질환에 대한 관리 또는 치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형사사법기관 종사자의 전문성 강화의 하나의 범죄예방 수단으로 꼽기도 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형사사법기관 종사자의 정신건강 이해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종사자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상시로 마련해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대응을 전문화·개별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7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묻지마 살인' 피의자 장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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