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을 괴롭히지 마세요"…'삼신언니'의 난임 처방 [인터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5.04 10:49  수정 2026.05.06 08:50

구화선 베스트오브미여성의원 대표원장 인터뷰

출산율 반등에도 저출산 '구조적 위기' 여전

SNS·커뮤니티 영향에 조기 내원 늘어

"난임 치료, 결과 아닌 과정…환자 중심 치료 필요"

구화선 베스트오브미여성의원 대표원장 ⓒ베스트오브미여성의원

5월 5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있지만, 주변에 ‘어린이’ 없이 휴일을 보내는 지인들이 많다. 저출산은 그야말로 ‘국가적 위기’다. 난임 치료는 저출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지만, 난임 치료를 둘러싼 접근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시술 확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환자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치료 환경과 사전 관리 중심의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2월 출산율이 반등하며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살아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구조적인 한계가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임신 여부라는 ‘결과’ 중심으로 난임 치료를 바라보는 시각이 환자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신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구화선 베스트오브미여성의원 대표원장은 지난달 24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난임 치료는 단순히 임신이라는 결과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환자의 삶과 상태를 고려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에서) 투입되는 재정 대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술 확대뿐 아니라 난자 동결 등 사전 관리까지 포함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임의 의학적 기준은 분명하다. 35세 미만은 1년, 35세 이상은 6개월 이상 자연 임신을 시도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을 때를 의미한다. 그는 “난임이 아닌데 곧바로 시험관 시술을 하는 것은 감기에 걸릴까 봐 감기약을 미리 먹는 것과 같다”며 “자연 임신이 가능한 경우라면 충분히 시도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조기 내원’이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난임 환자는 증가하는 반면, 아직 난임 기준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구 원장은 “SNS를 통해 주변과 비교하며 불안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다”며 “이 같은 조급함이 치료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도 적지 않다. 특정 치료로 임신에 성공했다는 사례가 공유되면 동일한 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난임은 개인별 원인과 상태가 모두 다른 만큼 획일적인 접근은 위험하다”며 “근거가 부족한 치료를 ‘적극 치료’라는 이름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이는 과잉 진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중심 치료의 필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특히 치료 과정에서의 정서적 케어 역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구 원장은 “임신은 계획대로 정확히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시기를 정해놓고 자신을 몰아붙이기보다 몸과 마음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 아닌 ‘나’…이름에 담긴 치료 철학
ⓒ게티이미지뱅크

구 원장의 철학은 실제 진료 방식에도 반영돼 있다. 그는 치료의 중심을 ‘아이’가 아닌 ‘나(Me)’에 두고 접근하고 있다.


구 원장은 “난임 치료는 100%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임신하지 못했다고 해서 치료 과정 전체가 실패나 헛수고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자신을 희생하고 무너뜨리면서까지 치료하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라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치료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난임 치료의 중심이 결과가 아니라 환자 자신이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베스트오브미(Best of Me)’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료 환경 역시 환자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난임 치료 특성상 짧은 기간 동안 병원을 여러 차례 방문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이른 시간부터 진료를 시작하고, 시술 일정과 진료 속도를 반영해 예약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는 “난임 치료는 환자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시간에 대한 배려도 치료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치료 과정에서 정서적 안정과 부담 완화를 중시하는 접근은 환자 반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그를 ‘삼신 언니’라고 부른다. 구 원장은 “세포 단계부터 생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직업”이라며 “아이를 데리고 다시 찾아오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이 일이 갖는 의미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난임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자신”이라며 “남과 비교하기보다 자신의 몸과 상태를 존중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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