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운명의 갈림길…법원, 내달 20일 전 가처분 결론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4.29 15:49  수정 2026.04.29 15:52

사측 "쟁의로 시설 중단 해외사례 없어…설비 손상 시 치명적"

노조 "시설점거 계획 없는데 정당한 활동 왜곡"…13일 추가 심문

지난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데일리안 정인혁 기자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의 사상 첫 총파업을 막기 위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가 내달 20일 전후로 결정된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시작일(5월 21일)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에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여 삼성 반도체 가동 중단 여부는 사법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수원지법 민사31부(부장판사 신우정)는 29일 삼성전자가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심문은 비공개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재판엔 당사자 외 사전에 방청 허가를 받은 조합원 10여명도 참석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50분간 진행된 프레젠테이션(PPT) 발표를 통해 반도체 공정 중단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재판부에 집중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안전 보호 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와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의 변질 방지를 위해 최소 인력 투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삼성은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 글로벌 반도체 업체 어디에서도 쟁의행위로 인해 생산 시설이 중단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시설이 한 번 멈추면 고가의 정밀 설비가 손상돼 사업 재개 시점이 기약 없이 연기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드러내며 쟁의와 무관하게 필수 인력은 현장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반면 노조 측은 사측이 쟁의행위의 범위를 과도하게 해석해 '불법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심문 종료 후 초기업노조 측 법률대리인 홍지나 변호사는 취재인에 “보안 및 안전 시설 유지 필요성은 노조도 인정하고 있고, 생산 관련 업무만 배제하자는 대화 도중 사측이 갑자기 가처분을 냈다”면서 “노조는 시설 점거 계획이 없으며, 사업장에서 피켓을 들거나 구호를 외치는 필수적인 활동을 사측이 점거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안전에 필요한 구체적인 범위나 인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해도 사측은 이를 거절하고 재판부에도 인원 특정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승호 위원장의 ‘형사처벌 각오’ 발언에 대해서도 “사측이 이미 개인에 대해 형사고소를 한 상태라 끝까지 쟁의행위를 관철하겠다는 의지이지, 위법 쟁의행위를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내달 13일 한 차례 더 심문기일을 열어 노조 측의 입장을 담은 PPT 발표를 들을 예정이다. 이후 총파업 예정일 바로 전날인 20일까지는 가처분 인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삼성전자는 “법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쟁의행위를 예방하고 경영상 중대한 손실을 막고자 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어 23일 삼성전자 구성원의 과반이 가입한 초기업노조는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하며 경기 평택사업장 앞에서 조합원 4만여명이 참석한 결기대회를 진행했다.


노조는 합의가 결렬될 경우 내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평택 사업장 사무실 점거와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설비 백업과 복구에만 한 달 이상이 걸릴 수 있어 법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삼성전자 경영 정상화의 운명이 걸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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