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녹으면 덜 위험? 극한 파고·풍랑에 선박 위험 UP [줌인 북극항로③]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3.19 07:00  수정 2026.03.19 07:00

북극 온난화로 기대 커진 북극항로

기상 변동성·예측 불확실성도 확대

데이터 기반 예측·고성능 선체 등

‘극지 운항 체계’ 구축 필요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늦어도 2050년이면 북극에서도 더 이상 거대한 빙하를 볼 수 없다. 지구 온난화 극복을 위한 어떤 노력도 얼음이 녹는 상황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다만 북극 온난화로 빙하는 녹겠지만, 해빙 감소는 날씨 변동성을 키우고 예측 불확실성을 증폭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얼음이 녹는다고 저절로 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진경 극지연구소 정책협력부장은 지난달 열린 제2회 친환경 북극항로 포럼에서 2050년이면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을 거라고 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어떤 시나리오를 써도 북극의 무빙해는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이미 임계점을 지났다는 설명이다. 과거부터 최근까지 자료를 바탕으로 내린 과학적인 예측 결과가 그렇다.


문제는 빙하가 녹는 상황이 북극항로를 오갈 선박에 무조건 유리한 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진 부장에 따르면 북극 온난화와 해빙 감소는 날씨 변동성과 예측 불확실성을 키운다.


구체적으로 ‘오픈워터(open water)’에서 올라오는 열과 수증기가 국지적인 저기압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갑작스러운 강풍을 유발하거나, 파도가 높아지면서 선체에 바닷물이 튀어 얼어붙는 ‘착빙’ 현상을 심화한다.


참고로 오픈 워터는 북극해에서 해빙(바다 얼음)이 거의 없거나 아주 적어서 일반 선박이 쇄빙선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는 수역을 의미한다.


얼음이 사라진 오픈 워터가 넓어지면 바람이 파도를 키울 물리적 공간도 커지게 된다. 이는 풍속이 증가하고, 극한 파고가 늘어나면서 선박 안정성을 위협한다.


유빙과의 충돌 위험성도 살펴야 한다. 강항 풍랑에 쪼개진 유빙이 빠르게 이동하며 항로를 급격히 폐쇄시킬 수 있다. 선박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 높은 파도와 함께 떠다니는 작은 유빙은 레이더에도 잘 탐지되지 않는다. 충돌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


실제 북극 기후는 더 많은 수분을 함유하고, 이 때문에 강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진 부장은 “북극해 얼음이 녹으면서 폭풍이 강해졌다기보다는 얼음이 없는 바다에서 폭풍·강풍을 맞을 확률이 커져 오픈 워터의 극한 파고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진 부장은 “북극 해빙이 녹아 오픈 워터가 된 경우 최대 풍속(10m)이 18.3% 증가하고, 10월 극한 파고가 약 35% 증가했다는 연구가 있다”며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에 근거하면 2100년까지 북극해 평균 파고는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일부 연안에서 연 최대 파고 역시 현재보다 2~3배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쇄빙선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친환경 선박 기술·전문 인력 확보 과제


이 외에도 결빙 해수면의 감소로 인해 대기로 공급되는 수증기가 증가하면서 북극 지역의 안개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북극의 극한 기후 변화는 해상 운송 경로의 물리적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다. 해빙이 사라진 바다는 파랑의 발생을 촉진하고, 이는 선박의 안정성에 새로운 위협으로 작용한다. 단순한 항로 개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신뢰를 기반한 운용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짙은 안개 속에서도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도록 고성능 레이더 및 적외선 센서 등 첨단 장비를 갖춰야 한다.


해빙 감소로 인해 거세진 파도와 제트기류 왜곡으로 발생하는 돌발적인 극지 폭풍에 대비해 선체의 안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실시간 기상 예측 소프트웨어도 고도화해야 한다.


오픈 워터 수역이 넓어지더라도 여전히 떠다니는 유빙이나 돌발적인 결빙 수역이 존재하므로 선체 내빙 등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쇄빙선 지원이 필요 없는 구간에서는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북극항로에는 고도의 친환경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친환경 선박 기술도 필수다. 북극해 내 블랙카본(그을음) 배출을 줄이기 위해 LNG,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사고 발생 때 극지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평형수 처리 장치 및 오염물질 배출 방지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장비 못지않게 북극 특유의 환경을 이해하는 인적 자원의 역량도 중요하다. 해빙의 상태를 육안과 장비로 정확히 판별하고 최적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전문 항해사가 필요하다.


기상 악화나 선체 고립 등 북극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수 상황에 대비한 비상 탈출 및 구조 지침을 현실화하고 정기적인 훈련도 중요하다.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항로의 문은 넓어지고 있지만, 그만큼 위험 요소도 복잡해지고 있다. 따라서 선박들은 정밀한 데이터 기반의 예측 시스템과 친환경적인 고성능 선체 구조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준비해야 한다.


진 부장은 “앞으로 북극항로를 오갈 선박들은 안전한 항행을 위해 단순한 해빙 관측을 넘어 고도화된 기상 및 해상 상태 예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리는 짧지만 비용은 ‘글쎄’…화주가 우려하는 요소들 [줌인 북극항로④]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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