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하우 스윗’,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해방감 [MV 리플레이 ⑲]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5.12.31 14:11  수정 2025.12.31 14:11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뉴진스는 2024년 5월 24일 두번째 싱글 앨범 ‘하우 스윗’(How Sweet)을 발매하고 같은 날 동명의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어느 정도의 깊이로 보느냐에 따라 감상평이 매우 달라질 것이다. 마이애미 장르를 기반으로 한 댄스 팝 곡의 느낌을 시각화해 뉴진스 특유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강아지, 새, 송아지부터 날벌레, 두꺼비, CCTV와 시민들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장면들은 뉴진스 겪고 있는 현재 상황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뉴진스 ‘하우 스윗’ 뮤직비디오
줄거리


뮤직비디오는 뉴진스 멤버들의 이름과 ‘하우 스윗’ 타이포그래피로 시작한다. 기분 좋은 오프닝이 지나가자마자 화면은 도로 한복판으로 튄다.


갓길에 박힌 빨간 차의 본네트에서 연기가 오르고, 그 상황을 강아지 한 마리가 지켜본다. 차 안에서 당황한 멤버들의 표정이 비치다가 갑자기 해린이 곰·돼지 캐릭터와 영상통화를 하는 장면이 끼어들며 현실이 살짝 만화처럼 흔들린다.


다시 차 사고가 난 상황으로 돌아가면 갑자기 비가 온다. 그런데 멤버들은 비를 피하지 않는다. 비를 맞으며 신나 한다. 해린은 바닥에 떨어진 콜라를 집어 들이키기도 하고 멤버들은 도로를 정처 없이 걷는다. 이번엔 새의 시점으로 멤버들을 볼 수 있다. 낯선 길 위인데도 무섭거나 혼란스러워하기보다 그냥 자유롭다. 춤추고 장난치고 서로를 밀치며 웃는다.


그 다음으로 시청자는 날벌레가 돼 뉴진스 멤버들을 괴롭히다 길가에 있던 두꺼비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 그 끝은 검정에 가까운 배경의 물가, 그리고 오리 떼가 있는 공간이다. 그 안에서 멤버들은 물을 찰박거리며 군무를 춘다.


다시 도로로 돌아와서 멤버들은 히치하이킹을 시도하지만 차들은 계속 지나친다. 차에 타고 있던 송아지 시점으로 깜찍한 포즈를 취하는 멤버들을 볼 수 있다. 이제 그들은 도심까지 나왔다. 길거리에서 사람들 앞에서 버스킹을 하기도 하고 도로에서 자유롭게 춤을 춘다.


히치하이킹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즐거워 보이는 그들은 노을이 지자 문방구로 들어간다. 가게 주인은 졸고 있고 멤버들은 보석 반지를 끼고 사탕을 먹고 물건을 만지며 시간을 논다.


조명가게 앞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구경하다가 마침내 카센터로 향한다. 우비를 입은 채 겸연쩍은 표정으로 수리공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차는 결국 견인되는데 멤버들은 견인되는 차에 타서도 즐거운 눈빛을 한다.


엔딩은 다시 두꺼비의 몸속이다. 다시 검은 물가와 오리 떼를 비춘다. 머리에 검은 때가 묻은 오리들을 앞으로 멤버들이 다가와 화면을 응시한며 뮤직비디오는 끝이 난다.


ⓒ뉴진스 ‘하우 스윗’ 뮤직비디오
해석


“나 더는 묻지 않을래”, “알려주지 않아도 돼”, “아이 원트 스테이. 아임 리빙”(I won't stay. I'm leaving) 등의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뉴진스가 ‘하우 스윗’을 통해 계속해서 말하려는 건 ‘해방감’에 대해서다.


뮤직비디오 속 뉴진스가 겪는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되는 일이 없고 불운하다. 그런데 멤버들은 우울해하고 축 쳐져있기 보다는 다같이 춤을 추고 밝게 웃고 장난친다. 오히려 차 밖을 나와 해방감을 느끼는 멤버들은 어딘지 모르는 도로를 거닐 때 더 행복해 보인다.


조금 더 뮤직비디오를 파헤쳐 보면 시점의 독특함을 깨닫게 된다. 강아지, 새 , 날벌레, 오리, 송아지, 차 안에 달려있는 토끼 키링, 사람들과 CCTV까지 뮤직비디오를 보는 시청자는 다양한 시점으로 뉴진스를 바라보게 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견인차, 즉 렉카에 끌려가는 뉴진스 멤버들은 험난한 상황임에도 웃음을 잃지 않지만 차 안에 달려 있는 토끼 키링을 보자 여전히 밝은 모습이지만 조금은 차분해진 표정이다.


유명인들을 상대로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들을 ‘사이버 렉카’라고 칭하는 요즘, 렉카는 이들을 비유한 장치일 수 있다. 또한 뉴진스의 팬덤명은 토끼들이라는 뜻의 ‘버니즈’다.어떤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지만 팬들은 신경 쓰는 멤버들을 표현하는 장면으로 보인다.


두꺼비 몸속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오리를 팬들과 뉴진스의 편에 선 사람들로 비유했다. 이들은 반대편의 비난과 비판에 때가 타고 지쳤지만 이젠 뉴진스가 이들에게 직접 다가와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모습이다.


총평


2024년 4월 뉴진스를 기획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의 감사 착수 통보를 받으면서 어도어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올랐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했다고 주장했고 민 전 대표는 “빌리프랩에서 데뷔한 걸그룹 아일릿 표절 논란을 문제 제기했다가 보복성 조치를 당했다”며 반박했다. 이후 양측은 해임 절차, 내부 정보 유출 여부, 주주간 계약 조항 등을 놓고 법적 공방을 이어갔다. ‘하우 스윗’은 뉴진스가 이런 갈등 상황에서 발매한 곡이다.


현실을 알고 보면 ‘하우 스윗’의 설정들이 묘하게 겹친다. 고장 난 차가 견인되는 장면은 팀의 방향이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 상황과 닮아 있고 히치하이킹을 해도 계속 외면당하는 장면은 ‘새 길’을 찾으려 해도 구조적으로 막히는 상태를 생각나게 한다. 두꺼비의 몸속에 빨려들어가는 장면 역시 멤버들을 둘러싸고 있는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무력해지는 모습을 비유한 것처럼 보인다.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처럼 뉴진스는 지난해 팀과 팬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재 하니, 해린, 혜인은 민희진의 품을 떠나 어도어를 택했고 다니엘은 전속계약해지 통보를 당했으며 민지의 행보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연히 팬덤도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마음이 복잡할 것이다.


결국 그들은 원하는 목표를 이루진 못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이 뮤직비디오를 다시 재생하는 순간 뉴진스는 여전히 비를 맞으며 도로 위를 걷고, 이유 없이 웃고, 어떤 불운에도 굴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도 누군가의 말들에 휩쓸리기보다 스스로의 속도로 걸어 나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기를 바란다.


한줄평


언젠가는 두꺼비 뱃속에서 나와 해방감을 맛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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