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학과는 “우리 모두가 경청해야 할 화두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던졌고, 이제 남은 이들이 이를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국 사회는 충격과 비탄에 빠졌다. ‘서민의 사랑’을 받았고, ‘바보’라 자청하던 탈권위적인 지도자가 끝내 극단의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임기 5년은 ‘미완’의 정치실험으로 채워졌었다. 원칙과 소신을 내세우며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내걸었으나, 투명성과 도덕성, 개방성을 높이는 데 일조한 반면 개혁을 향한 강한 의지는 “일하려는 마음은 있으나 방법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낡은 유(宥)를 허물고 무(無)에서 다시 쌓아올리는 노 전 대통령의 ‘창조적 파괴’는 보수·진보, 신·구 등 계층 간 이념간 갈등과 분열을 초래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때문에 정의와 평등, 참여 등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음에도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강조했던 ‘국민통합’을 온전히 펼치지 못했다. 그 역시 한국 정치의 특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정파적 선(善)을 넘어 공공선(公共善)에 대한 합의나 사회적 논의는 ‘이념’과 ‘정치적 목표’ 사이에서 좌절됐다.
치열했던 시간을 지나 봉하마을로 귀향한 이후, 노 전 대통령은 현실 정치에 침묵하지만은 않았다. ‘할 말은 하겠다’는 특유의 투사적 기질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현 정부와의 긴장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화해와 통합’이었다.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마지막 메시지는 분열과 반목·대립을 벗어나 ‘포용’과 ‘성숙’에 대한 염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다시 들썩이는 조짐이 감지된다. 남겨진 이들은 보수·진보, 신·구의 굴레에 붙잡혀 곳곳에서 충돌과 마찰음을 내고 있으며, 지난해 촛불집회와 같은 사회적 갈등과 대결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분노와 상실감은 현 정부에 대한 비난과 질타로 돌아서고, 온라인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서명이 이뤄지는 등 ‘반정부’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화해와 용서, 위기극복을 위한 사회적 치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학자인 서울대 국민윤리학과 박효종 교수(63)는 “우리 모두가 경청해야 할 화두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던졌고, 이제 남은 이들이 이를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정부 정책의 방향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 비판을 했던 것은 국정을 운영하는 최고 지도자에 대해 ‘쓴소리’였습니다.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겠지만,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참여정부 또한 공과가 모두 있죠. 다만 그때는 권력이 집중되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견제’ 또는 ‘균형’을 위한 목소리가 필요했고, 또 보다 ‘반듯하고 품격있는 사회’가 실현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쓴소리’가 많았던 거죠.”
박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 “국민의 절반을 너무 빨리 포기했다”며 ‘덧셈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참여정부의 과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비판했고, ‘진정한 진보라면 반대파를 끌어안아야 한다’ ‘의도가 좋으면 결과도 좋을 것이라 낙관했다’고 노 전 대통령의 미진한 부분을 꼬집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박 교수의 평가는 ‘열린 정치와 깨끗한 정부, 인권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했던 지도자’였다.
박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개혁정치에 강하게 나섰다”면서 “다만 국민통합과 개혁정치 사이에 균형이 맞지 않아 균열이 생겼던 것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이 한국 정치에 이바지한 부분이 있는데 그러한 사실을 제대로 평가받기도 전에 그와 같은 비극적인 결정을 했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운을 뗀 박 교수는, “정권이 바뀌면 객관적으로 공과를 보지 못하고 ‘과’를 많이 보려고 하는 인색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부정하거나 반대급부로 미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비극입니다. 공동체 구성원 누구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런 만큼, 정말 치유하기 어려운 슬픔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목소리는 ‘용서’와 ‘화해’였습니다. 동정과 연민, 안타까움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올 순 있지만, 서거 자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건 노 전 대통령의 뜻과 반대되는 일입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차려진 빈소에서 노사모 회원측이 정치인들의 조문을 친노(親盧)와 반노(反盧)로 갈라 조문을 저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물세례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계란을 맞았다. 일부 흥분한 노사모 회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를 짓밟는 등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대통령 재임시 진정성을 가진 전사처럼 살았던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모두에게 세대나 지역, 성별, 이념을 떠나 ‘끌어안을 것’을 주문했다”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 뿐 아니라 바로 그같은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감정싸움을 자제하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박 교수는 ‘검찰의 정략적인 압박수사’가 문제였다며 ‘책임론’이 대두되는 것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인색했던 우리 사회의 풍토상, 그리고 전 정권에 대한 검찰의 되풀이되는 수사 등을 고려할 때 그같은 비판을 받을 여지는 없었는지 ‘자성’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법과 원칙에 대해 ‘감정적 판단’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법이라는 잣대로 판단하므로, 법적용의 과정에서 서투르거나 다소 미흡한 면이 있었을 수 았지만, 검찰의 수사를 정권에 대한 보복 등 정략적 차원으로만 치부할 순 없다”는 게 박 교수의 말이다.
박 교수는 “지난 해 촛불집회와 같은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고 낙관할 순 없다. 국민들의 정신적 공황이 큰 데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정국 수습을 위해 전향적으로 나서는 한편, 퇴임 후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대통령은 ‘제왕’과 같이 권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재임 동안에는 견제되지 않는 무소불위의 위치에 있지만, 동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이 대통령에 모두 돌아가는 측면도 있다”며 “개헌이 아니더라도 일단 ‘책임총리제’와 같은 제도적 개선을 통해 권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박 교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소통과 설득, 포용이 부족하다’고 비판받아왔던 이명박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성찰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
박 교수는 “국민들이 통합이나 소통 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열 번이라도 찍어 나무를 넘어뜨리는 열정과 정성으로, 반대파도 ‘동지’라는 동료의식으로 보듬어야 한다”면서 “반대진영 또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현 정부가 진정성을 보일 경우 함께 고민하는 ‘화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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