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소방관' 당시 달라진 '주연 리스크' 여론, '시그널2'도 영향 미치나 [D:이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2.08 12:39  수정 2025.12.08 13:44

유아인·곽도원 논란 당시에도 출연 작품 둘러싸고 논란

"주연 때문에 조·단역 비롯해 수많은 스태프들 희생할 수 없어" 여론 확대

'시그널2' 조진웅 역 '정의로운 형사 이재한'에 몰입할 수 있을지 미지수

배우 조진웅이 소년범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은퇴를 선언했다. 논란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가 출연한 공개 예정작 ‘두 번째 시그널’(이하 ‘시그널2’)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앞서 유아인, 곽도원 때문에 논란이 된 작품들의 공개 당시 바뀐 '주연 리스크' 여론도 '시그널2'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데일리안 DB


7일 tvN 관계자는 ‘시그널2’ 공개 여부에 대해 “논의 예정이며 정해지는 내용이 있으면 전하겠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10년 만에 돌아오는 시즌2로, 조진웅·김혜수·이제훈이 다시 뭉친 100억 대작인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던 작품은 순식간에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 셈이다.


조진웅 논란은 5일 연예 매체 디스패치가 ‘조진웅이 소년범 출신’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 매체는 조진웅이 고교 시절 중범죄를 저질러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송치됐다고 보도했다. 그가 학창 시절 일진이었으며 무리와 함께 차량을 절도했다는 제보도 전했다. 또한 성폭행 사건에도 연루돼 이 사건으로 소년원에 송치돼 고교 3학년의 절반가량을 교정기관에서 보냈다고 주장했다.


대학 졸업 후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2023년에는 술자리에서 극단 단원을 폭행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으며, 본명 대신 부친의 이름으로 활동한 이유가 범죄 이력을 감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는 같은 날 오후 “조진웅에게 확인한 결과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다만 일부 확인된 사실에 기반한 내용으로, 30년도 지난 일을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렵고 관련 법적 절차도 종결된 상태라 한계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성폭행 연루 의혹은 부인했다. 그리고 하루 뒤인 지난 6일, 조진웅은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며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배우의 길을 마무리하겠다”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미 공개됐거나 빠르게 수정 가능한 프로그램들은 조치에 들어갔다. 조진웅이 내레이션을 맡았던 SBS 스페셜 다큐 ‘갱단과의 전쟁’은 내레이션을 교체하고, 이미 공개된 회차에서는 그의 목소리를 삭제했다. KBS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 영상은 유튜브에서 비공개 처리됐다.


제작비 100억이 투입되고, 10년 만에 돌아오는 대작 ‘시그널2’의 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조진웅의 범죄 내용이 심각한 만큼 재촬영 또는 조진웅 분량 편집 없이는 공개를 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실적으로는 이 같은 조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조진웅 외에도, ‘시그널2’에는 이제훈과 김혜수 등 톱스타들이 함께 출연하며 이미 큰 제작비를 투입해 촬영을 모두 마친 만큼 재촬영은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인공으로, 압도적인 분량을 차지하는 조진웅의 분량을 편집하는 것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


반대로 ‘시그널2’를 향한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시그널2’는 대작인 만큼, 수백 명의 스태프가 투입된 작품이며 작품을 폐기해 이 작품의 조연 또는 단역들의 가능성까지 짓밟는 것은 ‘과한’ 처사라는 여론도 팽배하다. 이미 마약 혐의로 비난을 받은 배우 유아인의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 ‘승부’가 위와 같은 이유로 공개를 결정했으며, 고(故) 김새론의 음주운전 논란 직후에도 넷플릭스 ‘사냥개들’이 시청자들을 만난 바 있었다.


대중들이 해당 작품을 ‘보지 않겠다’고 선택하는 것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적어도 대중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최근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조진웅의 경우 학창 시절의 범죄 이력을 공개해 다시금 낙인을 찍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쟁도 이어진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조진웅 배우가 청소년 시절 일진들과 어울리며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 생활을 했다는 것이 알려졌다”고 그의 논란을 언급하며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고민이 깊어진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범계 의원도 “조진웅의 청소년기 비행 논란이 크다. 저도 깜짝 놀랐다. 대중들에게 이미지화된 그의 현재(모습)는 잊힌 기억과는 추호도 함께 할 수 없는 정도인가”라고 질문했다.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자신의 SNS에서 “조진웅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잘못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며 "생매장 시도에 조진웅이 일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으며, 김경호 법무법인 호인 변호사는 30년 전 봉인된 판결문을 뜯어내 세상에 전시했다”며 조진웅의 소년범 전력을 최초로 보도한 매체 기자 2명을 소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면 무조건 자숙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과 작품을 분리해서 보는 것에 이어, 논란이 제기되는 과정상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시도까지. 다양한 시선에서 논란을 바라보는 모양새다.


물론 조진웅의 활동을 반대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 ‘시그널2’에서 조진웅은 정의롭고 우직한 형사 이재한 역을 연기한 만큼, 시청자들이 그의 논란과 별개로 작품에 몰입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논란 제기 후 하루 만에 은퇴해 충격을 준 조진웅의 이번 사태가 연예계에 어떤 예를 남기게 될지 모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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