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드론으로 순찰하고 구조까지…제주 해안 지키는 시니어팀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5.11.12 07:00  수정 2025.11.12 07:00

7일 시니어드론순찰대 어르신들이 외돌개 해안가에서 드론을 조종하며 순찰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주 서귀포 외돌개 해안 위로 드론이 파도를 따라 선회한다. 조종기를 잡은 사람은 은퇴한 어르신들이다. 서귀포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시니어드론순찰대’는 노인역량활용사업의 일환이다. 드론을 활용해 해안가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불법 투기와 실종자 수색을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다.


서귀포 지역은 해안 절벽과 관광지가 밀집해 안전사고와 실종 사례가 반복돼 왔다. 시니어드론순찰대는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넘어 드론을 통한 지역 안전망 구축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고 있다.


시니어드론순찰대에는 25명이 참여해 5인 1조로 활동한다. 해안 절벽, 방파제, 곶자왈 일대 등을 순찰하며 실종자나 출입금지구역 침입자, 대형 폐기물 등을 감시한다. 드론에는 스피커와 구호물품을 장착해 위험지역 안내 방송이나 긴급 구조물품 전달도 가능하다.


윤대균(68) 씨는 공공기관에서 37년간 사진기자로 일했다. 그는 “노인일자리 하면 시간 떼우는 허드렛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뭔가 차별화된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우리 순찰대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우수사업단”이라고 했다.


이어 “화재가 났을 때 드론으로 연기를 포착해 즉각 대응했고 그런 경험이 자부심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7일 서귀포 외돌개 인근에서 시니어드론순찰대 어르신들이 드론 비행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김찬보(67) 씨는 금융기관에서 30년, 화력발전업에서10년을 종사한 뒤 은퇴했다. 그는 “드론 순찰 중에 자살을 시도하던 사람을 발견해 설득하고 끌어내 안전하게 돌려보냈다”며 “그분이 ‘고맙다’고 인사할 때 정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돌개는 관광객이 많아 늘 사고 위험이 있다. 드론으로 먼저 확인하고 도보순찰로 한 번 더 살피며 안전을 지킨다”고 덧붙였다.


서귀포시니어클럽은 매달 정기적인 드론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한 회차에만 약 10명이 드론자격증 1급을 취득했다. 드론자격증 1급은 농업·방제·촬영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자격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시니어드론순찰대는 어르신들이 디지털 기술을 익혀 지역 안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인일자리”라며 “앞으로는 노년층이 사회안전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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