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70원대 진입…내년 1500원대 전망
서울 휘발유 가격 9개월 만에 1800원대 기록
직접 영향권 정유·항공업계 수익 하락 불가피
서울 주유소 휘발윳값이 9개월 만에 1800원을 넘어섰다. ⓒ뉴시스
올해 원/달러 환율이 끝을 모르고 오르면서,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유·항공 업체들의 타격이 커지고 있다. 내년에는 환율 최고점이 1500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의 내년 사업 계획 수립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21일 외환 시장에서 오후 12시 기준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73.60원으로, 전날 보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선 건 지난 4월 8일(1479.00원)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달러로 원자재와 고정비를 지불하는 정유, 항공업계가 대표적이다.
정유업계는 연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달러화로 사들이고 있어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기름을 팔면 팔 수록 환차손이 쌓이는 구조로, 환율 상승은 곧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분기보고서를 통해 3분기 말 대비 환율이 10% 오를 시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약 1544억원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적용하면 SK이노베이션은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현재까지 692억원 감소한 상황이다.
원유 수입 단가가 높아지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올해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에선 휘발유 가격이 지난달 25일 이래 매일 상승해 21일 기준 9개월 만에 1800원대를 넘어섰다. 경유 전국 평균 가격도 1647.58원을 기록했다.
정유업계는 중장기적으로 파생상품 투자 등을 통해 ‘헤징(위험 회피)’에 나설 예정이다. 생산 제품의 절반 이상을 수출해 환차익을 통한 일부 피해 상쇄도 가능할 전망이다.
ⓒ대한항공
항공업계 역시 환율 상승으로 큰 부담을 체감하는 업종으로 꼽힌다.영업비용 중 무려 30% 차지하는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해외 공항 사용료 등 고정 비용을 달러로 결제해야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의 경우 올 초부터 이어진 고환율 영향이 이미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추석 황금연휴와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등에 힘입어 여객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고정비가 늘면서 수익성이 되려 악화한 것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3763억원으로 전년보다 39% 줄었다. 아시아나항공은 1757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복노선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한 LCC업체들의 타격은 더욱 크다. 진에어는 올해 3분기 매출액 3043억원, 영업손실 225억원을 기록했고, 제주항공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적자 전환했다. 티웨이항공 역시 3분기 영업손실 9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를 기록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연말 성수기 시즌이 도래했음에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율 변동 상황을 쉽게 예상할 수 없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역시 쉽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현재와 같은 고환율 기조가 2027년까지 이어지고, 내년 환율 최고점이 1540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끼리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는데, 고정비가 커지면서 가격을 낮췄을 때 받는 부담도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내년 환율이 1분기까지 상승하다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서 사업계획도 최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펼쳐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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