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6년만의 회동…출혈 경쟁 멈추고 타협할까
다카이치 총리와 첫 회담, '대일 관계 복원' 시험대 오를듯
트럼프 "한국서 김정은 만나고 싶다"…판문점 가능성 촉각
=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둔 24일 경북 경주역 인근에 APEC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5일 앞으로 다가온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흔들리는 국제질서 속에서 어떤 이정표를 세울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이후 처음으로 시 주석과 같은 다자무대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미·중 경쟁 구도가 한층 격화하는 가운데, 두 정상의 짧은 눈맞춤 한 번이 세계 외교 무대의 긴장감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의 만남도 관심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대한 공식적인 일정 발표는 없지만 긍정적 관계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미북 회담'이 극적으로 성사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시진핑, 맞대면…'세기의 담판' 성사될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25일 외교가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미중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첫 대면이자, 2019년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4개월 만의 회동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한미 정상회담 및 APEC 일정을 소화하고 다음날 시 주석과 회담한 뒤 당일 밤 워싱턴DC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지키려는 미국과 역내 패권을 넘어 글로벌 패권국을 노리는 중국이 마주 앉는 자리다. 무역·관세·안보 등 전선을 가리지 않고 충돌해온 두 나라가 '출혈 경쟁'을 멈추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대립은 한층 노골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對中) 무역적자 해소와 '좀비 마약' 펜타닐 차단을 명분으로 초강경 관세 정책을 꺼내들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와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았다.
한때 양국은 100%가 넘는 고율 관세를 주고받으며 사실상 무역 단절 직전까지 갔다. 이후 고위급 협상을 거듭하며 '휴전'을 유지했지만, 최근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다시 꺼내자 미국은 11월 1일부터 추가 100% 관세를 경고하며 갈등이 재점화됐다.
양국 정상이 얼굴을 맞대는 것은 작년 11월 바이든 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페루 회담 이후 11개월 만이다. 이번 회담은 공식 회담이 아닌 '약식 회동(pull-aside meeting)'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긴 회담이 될 것이라며 낙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교역부터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나아가 핵 군축까지 논의 의제에 올릴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관세가 희토류보다 훨씬 강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중국 역시 더는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1기 무역전쟁 때와 달리, 희토류 통제와 대두(大豆) 수입 중단 등으로 맞대응하며 '대등한 싸움'을 준비해 왔다.
결국 이번 경주 회동이 '세기의 담판'보다는 갈등 봉합을 위한 '잠정적 휴전'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두 정상이 전략물자, 대만, 펜타닐 등 현안을 두루 올려놓고 각자 성과로 포장할 만한 합의만 이끌어낼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초 시 주석 초청에 따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진짜 빅딜은 그때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李·다카이치 첫 회담…'투트랙 대일 외교' 시험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첫 양자회담도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의 또 다른 관심사다. 지난 정부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복원 궤도에 올려둔 '셔틀 외교'가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내각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한일 관계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과거사 문제와 경제·안보 협력을 분리 대응하는 '투트랙 대일 외교'를 기조로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 내 보수 여론이 강경하게 돌아선 만큼 순항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가 과거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옹호해온 인물인 데다, 집권 자민당 내 우파 세력 결집을 통해 정치적 기반을 다지고 있어 대일 관계 복원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APEC 정상회의의 본 무대에서 다뤄질 인공지능(AI)·인구구조 변화 등 주요 의제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AI 기본사회' 구상을 내세워 인공지능 활용 윤리와 고령화 대응 방안 등을 의제로 주도할 계획이다. 한국이 기술력과 사회정책을 함께 결합한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AI와 인구 문제를 매개로 주요국 정상들과 정책 공조를 주도한다면, 국제무대에서의 외교 리더십을 각인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 판문점서 만남 기대 '솔솔'
판문점서 악수하는 북미 정상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확정되면서 북미대화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북 간의 실질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깜짝 외교' 성향과 APEC 기간 판문점 특별견학 중단 등의 이유로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을 묻자 "그렇게 하고 싶다. 그(김 위원장)는 우리가 그쪽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북한이 어떠한 반응을 할지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우리도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한 이후, 대미 자극 발언을 자제하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내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그들(북한)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진 국가)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뉴클리어 파워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글쎄, 그들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나는 그 점을 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APEC 개막이 다가오면서 미북대화 가능성이 다시 부상하자, 북한이 조만간 형태를 불문하고 입장 표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직접적인 접촉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APEC 기간 중 북미 정상 간 만남이 현실화되긴 쉽지 않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막판까지 '깜짝 변수'를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방한하는 것과 관련해 "북미 정상이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며 "(만남을)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다른 시간에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는 실무적으로 많은 준비와 논의를 거쳐야 하므로 이번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며 강조했다. 특히 북미 정상 회동이 성사된다면 한반도가 평화공존의 시대로 나아가고 동북아에 평화와 안정이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 달라며 북미 정상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 장관은 북미 양측에서 회동 가능성에 대비하는 징후와 단서들을 종합해 보면 만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유엔군사령부의 판문점 특별견학이 중지와 북측에서 최근 판문점 북측 시설을 1년 만에 미화 작업하는 동향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북한이 최근 판문점 일대에서 청소·화단 정리 등 미화 작업과 사진촬영을 하는 동향이 포착됐다며 1년 넘게 없던 움직임이 최근 일주일 사이 관찰됐다고 전했다. 북미 접촉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식 확인된 물밑 접촉은 없지만 여러 단서와 징후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이미 확인됐고, 김 위원장도 메시지를 신중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 당국에서의 미북대화 관련 메시지가 일절 나오지 않고 있어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 계기로 미북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인 2019년 6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 트윗을 올려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동'을 제안했고, 이튿날 만남이 전격 성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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