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시 모두 ‘엇박자’…급한 불 껐지만 부동산정책 신뢰 하락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10.21 17:04  수정 2025.10.21 17:04

성난 민심 해소 나선 與, ‘부동산TF’ 구성…공급 계획 논의

국토부 “10·15, 공급 영향 없어…9.7 대책 후속 조치 집중”

서울시 민간 정비사업에도 악재 작용…吳 “시 역량 총동원”

정부·여당·서울시 ‘사분오열’…성과 없이 혼란만 초래 우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고강도 수요 억제책이 발동되면서 사실상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질 거란 불안감이 확산됐고 이에 민심도 악화일로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여당, 서울시의 행보가 사분오열하면서 시장 혼란이 더 가중될 수 있단 점이다. 당장 집 값은 잡을 수 있어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지적이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보고·의결한단 방침이다. TF에선 10·15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로 세부적인 주택 공급 계획을 논의한다.


이번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지정되면서 앞으로 주택 공급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규제지역 정비사업지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재당첨 제한, 조합원 공급 주택수 제한 등 각종 강화 규정도 적용된다.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6억원 한도 내에서 집값에 따라 2억원까지 대출 한도가 제한된다. 아파트를 소유한 조합원 입장에선 정비사업 추진 여력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악화될 우려가 커지면서 민주당은 TF를 통해 부정적인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모습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영역의 공급 확대를 위한 법령·제도 개선에도 착수한단 계획이다.


민주당은 연내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 등 인허가 절차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공공주도 주택공급 확대를 강조한 정부 기조와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서울의 주택난 해결을 위해선 민간도 적극적으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10·15 대책으로 정비 사업이 일부 위축될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관련 절차 간소화와 용적률 등 인센티브 강화와 사업 지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부랴부랴 민심 달래기에 나선 반면 국토교통부는 이번 대책이 공급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9·7 공급 대책에 집중해 시장 안정화를 꾀한단 계획이다.


▼ 관련기사 보기
與, 10·15 부동산 대책에 "공급 '시간벌기용'이라 봐주는 게 정확"
국민의힘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위' 위원장, 당대표가 직접 맡는다
오세훈 “정부 부동산 규제 따른 정비사업 파장 검토” [2025 국감]
與, 주택공급 대책 발표…"12월 내 세부 계획 마련"
오세훈 "10·15대책, 과도한 조치…민간 중심 주택공급 절실" [2025 국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는 줄곧 “10·15 대책은 투기 억제가 핵심이고 중도금·이주비 대출에 직접 영향을 주는 규제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역시) 대부분 장기간 거주해 온 조합원의 경우, 보유 요건과 거주 요건을 충족했을 가능성이 커 공급 측면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기자

그동안 제기돼 온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엇박자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을 강조하는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통해 사업기간 단축 및 인허가 절차 개선으로 오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서울시가 추진 중인 민간 정비사업 추진 계획은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됐다.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것과 관련해 국토부와 서울시가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았단 점도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10·15 대책이 정비사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관성 없는 부동산 정책이 계속되면 시장에 미치는 효과도 반감될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는 풍선효과를 우려해 미리 전방위 규제를 했다지만 (규제가 적용되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제외한 비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는 또 발생할 것”이라며 “이렇게 정량요건으로 필터링한 탁상행정은 거래량 감소, 집값 상승률 둔화, 가계부채 증가율 감소 등 효과는 얻겠지만 실질적인 집 값은 잡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무서운 건 풍선효과가 아니라 시장이 규제에 익숙해지고 적응한다는 점”이라며 “불편한 규제도 적응한 뒤에는 당연하게 생각해 규제를 풀면 폭등하고 규제를 풀지 않아도 신고가 행진은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일관된 목소리를 내도 정책이 제 효과를 내기 어려운데 정부와 여당도 각자 목소리를 내면서 서울시와도 이견을 보이면 가시적인 성과 없이 시장 혼란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학습효과가 있는 상황에서 6·27, 9·7, 10·15 까지 수시로 쏟아지는 대책은 반감만 키운다”고 비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