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검사들, 되도 않는 걸 기소…무죄 나면 책임 면하려고 항소"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09.30 16:57  수정 2025.09.30 17:04

30일 국무회의서 검찰 직격

"1심 무죄·2심 유죄…결국 운"

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겨냥한 듯

위증교사 사건도 1심 무죄 후 檢 항소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항소 제도와 관련해 "검사들은 (죄가)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거나, 무죄가 나와도 책임을 면하려고 항소·상고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대통령은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의 항소 제도를 개선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기본인데, 검찰은 그 반대로 하고 있다"며 "억울하게 기소돼 몇 년 동안 돈을 들여 재판받아서 무죄가 나와도 검찰은 아무 이유 없이 항소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죄를 받아도 검찰이 상고하면 대법원 재판까지 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고 집안이 망한다"며 "1심에서 판사 3명이 재판해 무죄가 선고됐는데, 고등법원 재판에서 3명의 판사가 이를 유죄로 바꾸는 것이 타당하냐"라고 말했다.


또한 "1심 무죄 후 2심 유죄가 난 사례를 보면, 1심과 2심의 순서만 바뀐다면 무죄가 되는 것 아니냐"라면서 "결국 운수 아니냐.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사건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바뀌는 확률이 5%라는 정 장관의 보고를 받자 "나머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항소심에서 생고생을 하는 것"이라면서 "국가가 국민에게 왜 이렇게 잔인하냐"라고 말했다.


이에 정 장관은 "이 대통령 말처럼 (현재의 항소 제도는) 타당하지 않다"며 "검찰의 항소·상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매일 검찰 업무를 보고받으며 항소권 남용 사례를 점검하고 있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장관이 바뀌면 (지금의 절차가)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제도적으로 규정을 모두 바꾸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의 발언을 가리켜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오랜 철학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겪은 개인적인 과정을 들어 검찰개혁 필요성을 다시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은 통과됐고, 내년 10월 1일 법률안이 공포되면 검찰청은 폐지된다.


이 대통령은 대표적으로 검찰의 항소·상고로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공직선거법 사건은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지만, 2심에선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고심에서 전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일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2심 재판부에서 사실상 유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았지만, 대선 출마와 당선으로 현재 모든 재판은 중단된 상태다.


위증교사 사건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이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대통령의 명령대로 '제도적으로' 검찰의 항소·상고를 제한하게 된다면, 검찰이 항소를 취하하면서 1심에서 선고된 무죄 판결이 확정돼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