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100일, 불신·혼란만 키워"…경제계, 李 반기업 행보에 불만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9.11 14:42  수정 2025.09.11 14:49

경제계 강한 우려에도 노란봉투법·상법개정안 강행

"브레이크·액셀 동시 밟으며 차 왜 안 나가냐 묻는 격"

"반기업법 밀어붙인 뒤 소통 얘기, 어떻게 신뢰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은 반(反)기업 정책으로 경제계의 불신과 혼란을 키운 시간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경제계의 절박한 호소를 끝내 외면하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을 강행했다. 그러면서도 기업에 '원팀'을 강조하며 '투자 압박'을 가했다. 경제계는 이러한 '화전양면' 행보를 '모순'이라고 지적하면서 "안정적인 경영 환경 조선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기자회견'에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은 기업을 옥죄는 게 아니라 부당한 악덕 기업·경영진, 일부 지배주주를 압박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부당한 일부 지배주주를 옥죄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회사를 살리고 압도적 다수 주주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국민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압도적 힘을 가진 지배주주는 많아야 20~30%에 불과하지만, 영향력은 압도적으로 크다"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기업,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의 추가 추진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아직도 더 많은 개정이 필요하다”며 "일각에서 '더 센 상법'이라는 나쁜 뉘앙스로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더 세게 주주를 보호하고, 더 세게 기업이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두 차례에 걸쳐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명문화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은 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처리도 예고한 상태다.


그간 경제계는 연이은 상법 개정에 강한 우려를 표해왔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지난 9일 민주당과 만난 자리에서 "1차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인 이사 충실 의무 확대에 대한 해석을 두고 현장에서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2차 개정이 이뤄지니까 기업들의 불안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며 "3차 개정 논의도 있는데 우선 배임죄에 '경영판단 원칙'을 명시하는 등 보완 입법이 우선 이뤄지고 나서 추가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최근 상법 개정을) 더 센 상법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마치 나쁜 뉘앙스를 가지고 있지만, 더 세게 진짜 회사의 주주를 보호하고 더 세게 기업이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고, 기업 경영이 그 기업 자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이라고 상법 개정을 정당화했다.


이에 대해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브레이크와 액셀을 동시에 밟으면서 차가 왜 안나가냐고 묻는 격"이라며 "투자를 요구하면서 기업을 옥죄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용주의와 기업 성장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말뿐"이라며 "상법 개정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으면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어긋나는 법을 자꾸 만들면서 악덕 기업, 악덕 경영진을 거론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7월 11일 올해 첫 부분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날 오후 울산 본사 노조 사무실 앞에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정식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노란봉투법 역시 경제계의 거부감이 큰 법안이다. 그간 경제계는 노란봉투법이 하도급 노동자에 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 행위 범위를 넓혀, 경영상의 판단이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어 사용자 경영권 침해 소지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노란봉투법 시행까지 6개월의 유예기간이 남았으나, 사실상 예고 상태에서도 경영진 고소, 공문, 파업 등이 잇따르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사실상 제한해 노사 분쟁 시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당은 지난 9일 뒤늦게 노란봉투법 후속 지침을 만들 때 경제계와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 대통령도 같은 날 노동조합 측에 '무리한 청구서'를 내밀지 말라는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반기업법을 밀어붙인 뒤 소통을 말하는 게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겠느냐"라는 반응이 나왔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문제도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대미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했으나, 미국 내 행정절차 등을 이유로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며 협상 지렛대로 자동차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분명한 것은 저는 어떤 이면 합의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며 "협상의 표면에 드러난 것들은 거칠고 과격하고 과하고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지만 최종 결론은 합리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후속 협상이 어떻게 되고 있느냐, 열심히 협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조지아주 구금 사태에 대해서는 "당황스럽다"며 "현재 상태라면 미국 현지 직접 투자는 우리 기업들이 망설일 수밖에 없을 거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은 경제계 입장에서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투자를 압박하기 전에 경영 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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