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정원 26명' 與 사법개혁안 논의…법조계 "1·2심 역량 악화 우려"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5.09.09 05:05  수정 2025.09.09 05:05

"막대한 사법 비용 부담 늘어날 것"…로펌계 '양극화' 우려도

"판사 1명당 배당받는 사건 수 늘어나 재판 지연…피해는 국민 몫"

서울 서초구 대법원. ⓒ데일리안DB

여권이 대법관 정원을 26명으로 증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법관 증원이 도리어 재판 지연을 가속화하고 1·2심의 재판 역량을 약화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이다.


8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최근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30명까지 늘리는 대신 매년 3명씩 4년 동안 12명을 늘려 정원을 26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인원 중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제외하는 대신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상고심 적체 해소를 위해 일정 수준의 대법관 증원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단순하게 대법관만 증원할 경우 사실심 역량 약화, 재판 지연 문제 등 각종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지난해 9월 공개된 대법원의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민사 합의부 사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비율은 48.5%(2만691건 중 1만40건)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45.3%보다도 3.2%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1·2심을 일컫는 사실심이란 사실적 의문과 법률적 의문을 모두 다루는 재판을 의미한다. 대법원의 경우 해당 사실에 대해 법을 잘못 적용했는지(법리오해)만 살펴보는 '법률심'이다.


만약 1·2심 판사 역량 강화 방안을 제외하고 대법관 정원만 늘리는 개혁안이 추진될 경우 항소율이 더 상승해 재판 당사자의 소송비용이 늘어나 결국 사회적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현 변호사(법무법인 의담)는 "대법원의 크기가 커질수록 일반 국민의 법률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막대한 사법 비용에 대한 부담 또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이른바 '대형 로펌'에 쏠리는 수요로 인해 중소 로펌은 위기를 겪는 로펌계 양극화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나 법관을 지낸 경력이 있는, 이른바 '전관'이 속한 대형 로펌의 경우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 결과를 뒤집기 위한 재판 당사자들이 '전관예우'를 노려 지금보다도 더욱 많이 몰릴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일 경우 더 외면을 받는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고심 적체를 해소해 재판 지연 현상을 줄이겠다는 표면적 이유와는 달리 사실심 판사 수가 줄어들어 재판 지연이 더 많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가 (재판연구관 등으로) 빠져나갈 경우 판사 1명당 배당받는 사건 수가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재판 처리 속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며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보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법원 사정을 잘 아는 법원행정처장이 대법관 후보 추천위에서 배제하는 방안 역시 비판의 대상으로 오르고 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행정처장이 대법관 후보 추천위에서 빠질 경우 법원 내에서 신망 있는 판사들을 추천하기가 오히려 더 어려운 것 아닌가"라며 "법원 내부의 사기도 떨어질 수 있고 법원에서 중도에 퇴직하는 비율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사법개혁안에 대한 법조계 우려가 큰 가운데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당 내부에서 논의 중인 사법개혁안이 언론에 유출되자 이날 당 윤리감찰단에 특별감찰 조사를 지시했다. 다만 해당 안이 사실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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