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관세 시대' 현대차·기아, 6300억 지원으로 공급망 지킨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8.19 15:09  수정 2025.08.19 17:10

현대차·기아, 미국 25% 관세 대응 전례 없는 금융 지원

1·2·3차 협력사 금리 인하·보증 한도 확대 통해 공급망 리스크 차단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5% 자동차 관세 부과에 맞서 현대차·기아가 협력사들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파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민간 기업이 공적 기금에 직접 자금을 출연해 정부와 공동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전례 없는 협력 모델을 구축하며, 관세 충격에 대비한 '이중 안전망'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5% 자동차·부품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업체 금융 지원에 나섰다.


현대차·기아 협력사를 지원하는 '자동차 협력사 우대 금융' 프로그램은 현대차·기아와 하나은행이 한국무역보험공사에 출연하는 400억원의 재원을 바탕으로 가동된다. 무역보험공사는 이를 기반으로 보증 역할을 맡아, 하나은행을 통해 협력사들에게 총 6300억원 규모의 저리 우대 금융을 제공하는 구조다.


이번 지원의 핵심은 파격적인 우대 혜택에 있다. 협력사들은 기존 금리보다 최대 2%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받으며, 무역보험공사의 보증 한도는 1년에서 3년으로, 보증료율은 1%에서 0.65%로 각각 우대된다. 통상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보증료는 하나은행의 출연금으로 대신 납부돼 협력사들의 금융 비용 부담을 크게 낮췄다. 단순 유동성 지원을 넘어 금융 비용 절감 효과까지 포함된 셈이다.


이번 지원은 무역보험공사 기금에 현대차·기아가 직접 자금을 출연하는 전례 없는 구조로 마련됐다. 대기업이 공적 기금에 자금을 넣고 이를 협력사 금융 지원에 활용하는 방식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사실상 처음이다.


이런 이례적 조치는 현대차·기아 협력사들이 미국향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1차 협력사뿐 아니라 중소 규모 2·3차 협력사까지 미국 시장 의존도가 크다. 이번 미국 관세 부과로 원가 부담이 급격히 늘면 수익성이 악화돼 부도 위험이 커지고 이는 곧 완성차 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현대차 앨라배마와 기아 조지아 공장은 북미 시장 전략의 핵심 생산기지로, 부품 공급 불안은 미국 내 현지 생산 체계 전반을 흔들 수 있다. 이번 금융 지원은 바로 이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 김 현대차 사장은 이번 금융 지원에 대해 “최근 미국 관세 등으로 어려움이 커지는 통상 환경 속에서 이번 보증 상품 신설이 부품 협력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도 공급망을 탄탄히 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금융 지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관세 부담으로 자금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협력사에 대한 금융 지원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것은 금융 지원보다 납품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세 부분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이 100% 부담하도록 하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중소기업 운영을 상당히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적절한 선에서의 합리적인 납품 가격 도출이 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민간 기업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부의 역할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간 기업이 공적인 영역에 개입하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만큼 정부가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관세 전쟁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에서 많이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관세 협상을 위해 민간 기업이 정부와 원팀이 돼 뛰어다니고 솔선수범하며 나서고 있는 것은 민간 기업들에 부담되는 역할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달 한미 협상 타결로 자동차·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다. 다만 적용 시점이 미정이라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25%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또한, 15%로 낮아지더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0% 관세율을 적용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큰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는 이런 가격 경쟁력 저하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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