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은행 이익,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진짜 혜택은 얼마나 될까?
카드사 수익 악화, 소비자 혜택 축소·소상공인 매출 감소·취약계층 부담 가중
금융업 내 수익구조 불균형이 소비자 중심 금융생태계의 균열 초래
최근 은행권의 수익은 해마다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예대마진이 확대되고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용 효율화와 다양한 유료 서비스 출시로 이익 지표가 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은행의 순이익은 역대 최대를 갈아치우며 언론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은행 호황이 과연 금융소비자에겐 충분한 혜택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 이익 현황을 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예대마진 확대 덕분에 전년동기 대비 10~20% 이상 순이익이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대출 금리 인상으로 예대차익이 오히려 늘어난 점이 주목된다. 주택담보 및 기업 대출 등 대출 부문에서 이자 수익이 크게 증가하고 디지털 자동화·지점 축소 등의 비용 절감 노력도 은행 영업이익률 개선에 한몫했다.
하지만, 은행 이익 증가가 반드시 소비자 편익 증대로 직결되지는 않는 듯하다. 은행들은 이자이익 외에도 각종 수수료를 신설하거나 인상하여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
송금·ATM 이용료 등 다양한 은행 서비스에 새로운 수수료가 부과되거나 기존 수수료가 인상돼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특히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금융 취약계층의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은행의 '호황'은 모든 소비자에게 공평한 편익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익 상당 부분이 은행 중심으로 집중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반면, 카드업계는 현재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 혜택 축소로 직결되고 있다.
신용카드사는 경기 침체,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신규회원 확보의 어려움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수익 악화로 카드사는 포인트 적립률 및 무이자 할부 축소 등 부가 혜택 축소를 단행하며 소비자 편익이 줄어들고 있다.
저소득층과 신용 평점이 낮은 계층은 카드 혜택에 상대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어 혜택 감소는 금융 비용 증가와 신용 접근성 제한이라는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카드사의 수익 악화는 단순한 금융기업의 실적 저하를 넘어 민간 소비 부진을 초래하는 등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카드사 실적 부진이 소비자 편익 감소에 그치지 않고 소비 활성화 저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용카드는 단기간 내 소비 여력을 늘리고 일상 결제에서부터 고가 구매·할부 등에 이르기까지 내수 진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카드 결제가 줄어들면서 소비 패턴이 보수적으로 바뀌고 이는 소상공인 매출 감소 등 연쇄적 경기 부진을 가속화시킨다. 보고된 학계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용카드 혜택 축소는 카드 결제 감소 등 가계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2025년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이 160만 개 이상의 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간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신용카드 이용이 위축될 경우 소상공인의 매출성장률이 10% 가까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용카드가 소상공인에게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매출액 결정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가 고착될수록 소비자 중심의 금융생태계에 균열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 취약계층의 소외를 심화시키며 가계의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수익성 추구에 치중한 은행 전략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편익 감소의 확대와 금융업의 신뢰 하락으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
결국 은행 이익 증가가 소비자에게 실질적 혜택으로 환원되지 않고 카드사의 이익 감소가 소비자 편익 감소와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금융업의 지속가능성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
이제 금융 이익의 공정한 분배와 소비자 중심의 편익 증대는 시급히 확보해야 할 국가적 주요 경제 현안이라고 판단된다.
앞으로 금융사들은 혁신과 고객 중심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금융소비자의 실질 편익 향상과 금융 접근성 확대에 노력해야 한다. 금융업 전체가 상생할 수 있는 균형점 모색을 위해 정부·금융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금융당국도 금융업의 구조적 불균형과 소비자 편익 저하 문제를 더 깊이 인식해야 한다. 금융업의 이익구조 변화가 소비자 편익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익 환류 장치를 강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예대마진에 집중된 은행 수익구조 개선, 은행 과점화 현상 해소, 가계 편익 및 소상공인 매출 진작을 위한 가맹점 수수료율 정책 개선 등 실효성 높은 금융 대책이 필요하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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