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외교' 李대통령, 한미 상호관세 협상 첫 시험대 넘겼나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08.01 00:05  수정 2025.08.01 00:18

美에 3500억달러 투자·관세 25%→15%

"상당한 성과…국익 중심 최우선 원칙"

트럼프와 정상회담 얻고 관세율 낮췄지만

'성과냐 양보냐' 실익 두고는 여야 공방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였던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새 정부가 대외 통상의 첫 고비를 넘겼다. 이 대통령은 "어려움 속에서도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한 성과"라고 자평하며,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는 외교 기조를 재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한국 협상단을 만난 후 한국의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고, 2주 안에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을 공식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이 같은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세부적으로 대통령실은 식량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도체·의약품 등 앞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 최혜국 대우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협상 타결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관세 25%는 15%로 낮아진다. 또한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추는 성과를 얻었다.


3500억 달러 규모 펀드 중 한미 조선협력 펀드 1500억 달러는 선박 건조와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 조선 분야 외에도 반도체와 원전·이차전지·바이오 등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펀드도 2000억 달러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통상 불확실성 해소와 실용 외교 노선의 실효성을 거듭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타결 소식을 알린 직후 페이스북에 "앞으로도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항상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앴다"고 자평했다.


이어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 특별 강연에서는 협상 과정에서의 피로감과 부담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이빨이 흔들릴 정도"라는 표현했다. 그러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한 성과를 이루어낸 여러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협상 성과에 대해 일정 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다만 야권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본과 동일한 수준인 15% 상호관세율이 적용되면서 우리나라가 얻은 실익이 경제 규모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협상 시한 임박이란 압박 속에서 과도한 투자 조건을 제시하는 등 미국에 지나치게 양보한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실익의 실효성을 놓고 보다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는 목소리 등 정치권 내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외교적 흐름 속에서, 우리 측이 관세 협상 과정에서 다소 부담을 안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날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은 한다"면서도 "그동안 미국과 FTA를 통해서 우리나라는 자동차는 관세율이 제로였다. 일본은 2%를 적용받고 있었다. 동일하게 15%의 관세율이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일본차의 경쟁력이 더 커지는 점이 우려가 된다"고 했다.


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그리고 LNG 등 에너지 구매에 1000억 달러를 해서 4500억 달러의 대미투자와 구매가 필요한 사안인데, 우리 외환 보유고보다 많은 액수의 과도한 금액이 아닐까"라며 "일본이나 EU의GDP(국내총생산) 규모에 대비에서 생각하면,우리나라의 GDP규모에 대비 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의 대미투자가 있어야 된다는 점은 우리 국민 경제가 부담해야 될 비용"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혹시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우리가 얻기 위해서 관세 협상에서 부담을 많이 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외교·안보·국방 차원의 다른 이슈가 아직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슈가 혹시 남아있는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해서 정부에서 좀 국민들께 소상히 밝혀주시는 게 조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반대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관세협상을 일제히 환영하며 미국과의 산업 협력 강화와 함께 농축산물 시장을 지켜낸 점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나아가 민주당은 수십조원 규모의 미국 조선업 부활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이행을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에도 곧바로 나섰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마스가 지원법(한미 조선업의 전략적 협력을 위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협상 타결에는 마스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의 한국 측 수석대표였던 구윤철 부총리는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오늘 한미 양국이 미래지향적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역사적인 관세 협상에 합의했다"며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 패키지, 즉 마스가 프로젝트"라고 했다.


구 부총리는 "조선업 전반에 대해 우리 기업들의 수요에 기반해 사실상 우리 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한국과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로 했다"면서,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와 1000억 달러 규모의 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 구매 계획 등을 직접 알렸다.


이어 "이 투자 금액은 향후 2주 이내에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할 때 발표될 예정"이라며 "나는 또한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