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해수·환경·고용 장관 ‘파격 인선’…뒷배경에 쏠리는 이목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5.06.23 15:20  수정 2025.06.23 15:28

이재명 정부 첫 장관 후보 발표

송미령 장관 ‘깜짝 유임’ 등 관행 파괴

구조적 한계와 불확실성 돌파 관건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이재명 정부가 23일 단행한 11개 부처 장관 인선은 ‘전면 교체’ 수준의 파격 인사로 주목받았다. 특히 국방·외교·통일 등 안보 부처 외에도 국민의 삶과 직접 맞닿아 있는 민생 부처 4곳, 즉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고용노동부에 대한 인사 변동은 단순한 자리 바꿈 이상의 신호를 던진다.


이들 부처는 물가와 먹거리, 재난과 환경, 고용과 노동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각 장관 후보자는 정책 연속성, 돌파력, 정치력, 실행력을 두루 평가받으며 지명됐다.


대통령실은 “세대, 성별, 전문성을 고려한 조화로운 인선”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관가에서는 바라보는 시각은 구조적 한계와 새로운 불확실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현장에서는 이 인선이 국정 동력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 정책 연속성 택한 유임 첫 사례…확장성은 과제


이번 인선에서 유일하게 유임이 결정된 송미령 장관은 현재 농식품부 수장을 맡고 있다. 최근 발표된 주요 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과 수출 확대 전략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대통령실은 송 장관에 대해 “물가 안정이라는 민생 핵심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해왔다”고 평가했다.


현재 농식품 분야는 단기적으로는 양파·마늘·달걀 등 농축산물 수급 불균형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농업 고령화와 청년 유입 저조, 농식품 수출 확대라는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여기에 기후위기로 인한 작황 불안정성과 국제 곡물가 불안도 상존한다.


송 장관은 정부 내 대표적인 실무형 관료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대외 협상력과 이해관계 조정 능력에서 이미 검증을 마쳤다. 수급 조절과 물가 관리에서의 경험은 단기 정책 안정성 확보에 충분한 강점이 있다.


그러나 이번 인선이 ‘변화’보다 ‘유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농정 혁신의 동력이 다소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 농업, 첨단 스마트팜 확산, 청년농 유입 확대 등에서 확장성과 파격이 부족하다는 시선을 어떻게 돌파할지 관건이다.


또 지난 정부에서 양곡법 등 공격적으로 행보를 보였던 기존 정책 철학이 유지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 ⓒ뉴시스
해양수산부 – 정무 감각 앞세운 발탁, ‘부산 이전’ 갈등관리 시험대


전재수 후보자의 해수부 장관 지명은 해양수산 부문에서 정무적 리더십을 중시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부산 출신의 전 후보자는 국회에서 해양 분야 예산·정책을 다뤘고, 지역 기반도 갖춘 정치인이다.


해수부는 문재인 정부 시기 세종시로 이전됐다. 이후 이재명 정부 들어 대통령 공약으로 ‘부산 이전’ 문제가 재부상했다. 동시에 국제 해양질서 변화와 해운 산업 디지털 전환, 수산자원 고갈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장기 과제가 공존하는 시점이다.


이런 과정에서 전 후보자는 정치권과 지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전 갈등 조정과 해양관광, 해운물류 연계사업 조정 등에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실패 이후 부산 지역의 해양산업 활성화 과제를 정무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다만 해양수산 정책의 기술적 복잡성과 과학적 기반에 대한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따른다. 해양 디지털화, 해양안보, 국제 해양조약 등 고도화된 정책 영역에서 실무 조율이 미흡할 경우 정책 신뢰도와 추진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 ⓒ뉴시스
환경부 – 기후대응·재난 관리의 교차점, 실무장악력 관건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환경·기후 관련 협업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획형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산불 진화체계 보강’과도 연결된 인사다.


환경부는 단순한 환경정책 부처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 수자원관리, 자원순환, 재난 예방까지 종합적인 환경안보 부처로서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홍수와 산불 같은 대형 재난이 빈번해지며 산림청·소방청·행안부와의 협업 능력이 중요해졌다.


김 후보자는 과거 국회 기후특위에서 활동하며 국제 기후협상 및 녹색금융 등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이다. 환경부의 수직적 명령 체계보다는 수평적 거버넌스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부처 간 통합형 정책 추진에 탁월하다.


그럼에도 실무 관료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물음표다. 수질관리, 화학물질안전, 생활폐기물 등 고도의 기술과 규제가 필요한 영역에서 환경부 내부를 장악하고 밀도 있는 정책을 설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것이 관가의 시선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 ⓒ뉴시스
고용노동부 – 근로감독 강화 신호, 사회적 긴장 조율이 변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철도 기관사 출신 노동운동가다. 산업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근로감독관을 확충하라'고 지시한 직후 발표된 인선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현장 중심 노동정책 강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부는 현재 저출산, 고령화, 청년 실업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노동시장 안정성과 노사 갈등 조율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 보호, 산업재해 감축, 중소기업 인력난 같은 현안이 집중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산업현장 불공정 해소, 비정규직 권리 보장, 사회안전망 확대 등에서 실행력이 기대된다. 민주노총 내에서도 온건 성향으로 분류되며, 제도권과의 대화 경험도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강성 노조 출신이라는 상징성 탓에 재계와 조율에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에서는 ‘감독 강화 → 고용 경직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장기적인 노동시장 개편을 설계하고 조정할 역량은 향후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번 인선은 대통령실이 강조한 ‘전문성과 실행력’ 중심의 메시지를 분명히 반영하고 있다. 특히 4개 부처는 민생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빠른 결정과 강한 실행력이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장기 전략·사회적 설득·전문적 정책 설계라는 측면에서는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일방적 드라이브보다는 조율과 설득, 부처 내 신뢰 구축이 뒤따르지 않으면 ‘전문성’이라는 명분도 흔들릴 수 있다.


향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으로 공식 임명된 이후, 이들 부처가 어떤 방식으로 국정운영의 변화를 보여줄지, 또 대통령실 인선 철학이 현장에서 유효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큰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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