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직도 기술직도 사라진다”…뿌리산업 노동자 이탈 가속 [노동 절벽 ③]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5.06.20 07:00  수정 2025.06.20 07:00

뿌리산업 부족 인원, 10년 사이 2배 이상↑

적게 받고, 많이 일하는 뿌리산업

숙련 인력 1~2명 빠지면 생산 차질 직결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제조업의 기초를 떠받치는 뿌리산업이 위기에 놓였다. 주조·금형·용접·열처리 등 뿌리기술에 기반한 산업은 자동차·반도체·조선·기계 등 주력 제조업의 기초가 된다. 그러나 이같은 뿌리산업은 청년층 기피로 인한 고령화, 만성적 저임금 구조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가 발간하는 '뿌리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2015년에 1만514명 부족했던 인력이 2024년엔 1만2000여 명이 더 부족해져 총 2만2595명이 됐다. 이 가운데 기술직은 2313명, 연구직은 610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뿌리산업의 핵심 기술을 책임지는 연구직과 기술직도 줄어드는 추세인 것이다. 이들 직군은 대부분 내국 인력이 맡고 있다. 특히 다른 산업에 비해 중·장년층 비중이 높다는 점도 우려된다.


2024년 통계를 보면 뿌리산업 전체 월평균 급여는 307만원이다. 이는 같은 해 우리나라 정규직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인 380만원보다 71만원 적다.


반면 노동시간은 길었다. 뿌리산업 노동자의 월평균 노동일수는 21.9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노동일 수(20.6일)보다 하루 이상 더 많았다. 돈은 적게, 일은 많이 한 셈이다.


적은 임금에 긴 노동시간이 겹치면서 청년층은 뿌리업종을 기피하고 있다. 한편, 현장에는 은퇴를 앞둔 60~70대 장인들이 여전히 주요 공정을 지키고 있으며, 이들을 도와 작업하는 인력은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다.


기술직 등 고숙련 인력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 숙련 기술직 1~2명이 빠지면 생산 차질로 직결돼 이직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금형 공장에서 생산반장으로 근무하는 최 모씨(58)는 “구인난으로 지난 몇 년 동안 해외로 이전한 공장이 많아졌다. 그렇게 외국으로 이전한 공장을 한국인이 계속 소유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결국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뿌리산업 살리기에 6846억원 국고 투입…“범정부 지원 마련”


정부는 지난 4월, 뿌리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총 6846억 원 규모의 ‘2025년 뿌리산업 진흥 실행 계획’을 확정했다. 이는 전년도 대비 6.9% 증가한 예산으로, 관련 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한 것이다.


주요 전략은 ▲인력 확보와 기업 성장 ▲기술 혁신과 공정 지능화 ▲산업 생태계 강화 등 세 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우선 인력 부문에서는 청년층 대상 채용 연계 프로그램 도입, 신규교육기관 4개 지정,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 등이 추가 추진된다. 아울러 기업의 성장 지원을 위해 정책자금 우대, 경영위기 대응 긴급 자금 지원, 입지 선정 컨설팅, 신규 수요처 발굴 지원책도 마련됐다.


기술 측면에선 제조공정의 자동화와 지능형 전환, 로봇 시스템 도입 등 첨단화 지원이 포함됐다.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 제고를 위한 기술개발과 함께, 디지털 전환(DX) 지원을 위한 지역 거점도 구축된다.


이와 함께, 지역 중심의 협업과 기업 간의 연계를 강화해 유기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년층 유입을 늘리기 위해 채용 매칭과 함께 현장 맞춤형 훈련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뿌리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범정부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뿌리산업 인력난을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일터의 실질적인 변화와 민간의 역할이 동반되지 않으면 청년층은 찾아오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조차 머물지 않는다.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작업환경과 일의 질이다. 단순 반복, 고온·고소음 등 열악한 환경은 여전히 개선 여지가 많다. 임금보다 작업장의 여건이 더 중요한 MZ세대에게는 근무 환경이 직업 선택의 기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업계의 자발적인 혁신 노력도 필요하다. 대기업과의 거래에만 의존하기보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자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한 노동 전문가는 “청년들로 하여금 ‘기술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힘든 일을 단순히 ‘누군가 대신해야 할 일’로 여길 게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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