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최강 일본 투수진이 가장 큰 걸림돌
김태균-추신수 한방에 기대
WBC 사상 첫 결승 무대에 오른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24일(이하 한국시간),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진검승부를 펼친다.
지난 22일 중남미 강호 베네수엘라를 대파한 한국은 기세 좋게 결승전에 진출,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국제대회 2연패 금자탑을 쌓겠다는 각오다.
1회 대회 우승팀 일본도 특유의 스몰볼을 앞세워 홈팀 미국에 9-2 완승, 마지막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포효하기 위해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결승전 선발투수로 일본전 2승을 따낸 봉중근을 예고, 새로운 ‘일본킬러’로 떠오른 그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일본 하라 감독 역시 지난 9일 한국전에서 호투한 이와쿠마 히사시에게 선발의 중책을 맡겼다.
① 일본전 세 번째 등판 봉중근 ‘다양한 패턴 절실’
선발 봉중근은 이번 대회 3경기에 등판(2선발), 13.2이닝동안 8안타 1실점만을 허용하며 대표팀 에이스로 거듭났다.
특히 중요한 고비마다 만났던 일본과의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며 일본이 자랑하는 에이스 이와쿠마-다르빗슈 유를 차례로 무너뜨렸고, 이에 국내 네티즌들이 안중근 선생을 빗대어 ‘의사(義士) 봉중근’이라는 칭호를 붙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봉중근은 삼진보다 맞춰 잡는 능력이 뛰어난 투수로 140km 후반대의 투심패스트볼과 같은 투구폼에서 나오는 체인지업이 일품이다. 실제로 지난 일본과의 2경기에서 땅볼과 플라이아웃의 비율이 무려 21:8에 달했고, 고비마다 병살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투구로 위기를 넘겼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철저한 데이터를 통해 상대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현미경 야구’의 일본이 봉중근 투구패턴과 약점을 파악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조별예선과 4강전에서 한국의 선발 김광현에게 농락당하며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이후 WBC를 앞두고 일찌감치 일본전 선발로 내정된 김광현을 집중 분석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난 1차전에서 김광현의 슬라이더만을 집요하게 공략해 14-2 콜드게임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광현은 이날 1.1이닝동안 7피안타 8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김광현과 마찬가지로 봉중근에게 두 번이나 당한 일본이 이번 세 번째 대결에서는 어떤 공략법을 들고 나올지도 주목할 만하다.
② 박경완 투수리드, 이번에 빛을 발할까
투구패턴이 드러난 봉중근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안방마님 박경완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박경완은 이번 대회 8경기에 출장해 21타수 2안타(타율 0.095)로 연일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고 있지만, 그의 가치는 타석이 아닌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 빛을 발하고 있다.
그동안 승리를 따낸 한국 투수들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완이 형 리드대로 공을 던졌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박경완의 투수리드는 ‘국보급’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맞상대할 일본의 겐지 조지마 포수가 투수들에게 구질 선택의 자유권을 보장하는 반면, 박경완은 코칭스태프와 상대 타자에 대한 분석을 마친 뒤 구질부터 로케이션까지 철저하게 주문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지난 7일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는 김광현에게 변화구 위주로 주문하던 그의 볼 배합이 간파당해 난타를 당했고, 한국은 결국 콜드패의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당시 박경완은 경기가 끝난 뒤 “내 자신이 발가벗겨진 느낌”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절치부심하며 자신을 가다듬은 박경완은 지난 9일 일본과의 2차전에서 전혀 다른 투구패턴으로 한국의 1-0 무사사구 영봉승을 이끌어냈다. 박경완은 일본 타자들이 변화구를 노린다는 점을 간파해 봉중근에게 공격적인 직구를 주문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경기에서도 박경완은 타자들과의 수 싸움에서 한 발 앞서는 절묘한 볼 배합으로 한국을 결승무대까지 끌어 올렸다. 박경완이 이끌고 있는 한국 마운드는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 2라운드에 참가한 8개팀 가운데 3위에 올랐다.
이번 결승전에서도 박경완의 능수능란한 투수리드가 일본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③ 물 오른 타선 ‘일본 마운드 무너뜨릴까’
미국을 비롯한 외신들은 WBC 개막 전, 한국 타선에 대해 ‘일본과 마찬가지로 스몰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한국은 장타면 장타, 도루면 도루, 빅볼과 스몰볼이 혼합된 토털 베이스볼을 구사하며 전문가들의 분석을 무색케 했다.
특히, 이번 대회 강력한 MVP 후보인 4번 김태균의 활약이 눈부시다. 타율 0.385의 김태균은 3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라있고, 11타점을 올리며 참가한 모든 선수들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 역시 김태균의 불방망이 맛을 톡톡히 봤던 터라 지난 18일 2라운드 승자전에서 자존심을 접고 고의사구를 지시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전을 통해 방망이가 살아난 추신수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경미한 팔꿈치 부상을 안고 있는 추신수는 이번 대회 타율 0.167로 부진하지만, 지난 22일 3점 홈런을 터뜨리며 결승진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더욱이 결승전 선발 이와쿠마의 결정구 포크볼은 어퍼스윙의 추신수 입맛에 맞는 구질이다. 뿐만 아니라 이와쿠마는 오른손타자 몸쪽으로 바짝 붙이는 역회전 볼은 일품이지만, 구질 특성상 왼손 타자에게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우승을 노리는 대표팀 앞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일본의 높은 마운드다.
한국은 지난 일본전에서 투수들의 호투로 2승을 따냈지만 타자들은 4경기 모두 매서운 방망이 맛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2라운드 순위결정전에서만 6개의 안타를 뽑아냈을 뿐, 앞선 3경기에서는 나란히 4안타에 그친 것.
일본은 팀 평균자책점이 1.57에 불과할 정도로 이번 대회 최고의 마운드를 자랑하고 있다. 마쓰자카-다르빗슈 유-이와쿠마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도 훌륭하지만, 마무리 후지카와를 비롯해 이와타-스기우치-와타나베 등의 계투진 역시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을 뽐낸다.
결승전 선발로 예고된 이와쿠마는 이번 대회 12.1이닝동안 평균자책점 0.73을 기록, 지난해 사와무라상 수상자다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150km 초반의 직구와 고속 포크볼을 갖춘 데다, 일본 최고의 제구력까지 지닌 그의 유인구에 말려든다면 우승의 꿈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우승팀과 WBC 초대 대회 우승팀 간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으는 이번 결승전에서 한국이 일본 마운드를 넘어서며 화룡점정에 성공할지, 전 세계 야구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2009 WBC 결승전 - 한국 vs 일본 중계예고
- 24일 오전 10시 (생중계 : KBS1, MBC, SBS, X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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