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방한객, 387만명
관광객 크게 늘면서 관광지 매출↑
국내 호텔, 대규모 채용 등 분주
일각에서는 객실요금 치솟을까 걱정
호텔업계가 모처럼의 ‘만실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객실 가동률이 빠르게 치솟는 분위기다. 엔데믹 이후 폭발한 여행 수요에 한류 열풍, 각종 국제 행사까지 더해지며 업계 전반에 ‘만실’ 기대감이 번지는 모습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객은 387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100.7% 수준으로 당시를 넘어섰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의 국적은 중국(112만명) 일본(78만명) 대만(40만명) 미국(28만명) 베트남(13만명) 순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봐도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55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광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쇼크에서 부활하며 비상계엄 및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으로 위기에 몰린 한국 경제에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서울 중구 명동, 종로구 삼청동 등 인기 관광지 매출도 늘었다. 서울경제신문이 BC카드 신금융연구소와 협업해 외국인 관광객 63만명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명동 상권 매출은 2019년의 1.7배로 급증했다.
특히 오는 3분기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비자 면제가 시행될 예정으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연간 외래 관광객 수 역시 역대 최대인 2019년 1750만명을 넘어 180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업계 실적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30억25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8.2% 증가했다. 매출은 1219억4800만원으로 전년 동기(1062억2700만원)보다 157억원(14.8%) 이상 늘었다.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국내 특급호텔들은 투숙객 맞이에 벌써부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단위 투숙객이 늘면서 제주, 남해 등 관광지를 시작으로 서울, 수도권 호텔까지 야외 수영장과 온수풀의 개장을 이어가며 ‘얼리 바캉스족’ 공략에 나섰다.
특히 올해는 6월 초 조기 대선으로 휴가 이틀만 붙이면 최장 6일 연휴가 만들어진다. 평년보다 이른 여름휴가 계획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국내 호텔들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닮은 공간, 여름 한정 메뉴, 더위를 날려 줄 액티비티 등 여름 한정 프로그램을 속속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일찌감치 이달 초 본관 야외가든에 발리 콘셉트의 ‘더 비치 라운지’를 개장했다. 발리 해변을 연상케 하는 공간에서 바다 전망과 함께 음료, 음악,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여기에 발리를 모티브로 한 음료도 선보인다.
이와 함께 패키지 가격을 다운 시키고, 이색 체험을 입힌 객실을 속속 내놓는데 집중하고 있다. 웨스틴 조선 서울은 여름 한정 객실 패키지 ‘세이버 더 서머’를 오는 8월 31일까지 운영한다. 시원한 도심 속 휴식을 찾는 수요를 겨냥한 구성이다.
다만 인프라가 문제다. 8년 만에 돌아올 유커를 맞을 각종 인프라는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관광객을 수용할 숙소, 식당 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관광객들을 실어 나를 대형 관광버스 운전기사, 중국 동포(조선족)가 맡아오던 통역 가이드 등 인력풀을 다시 구성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는 걸로 전해졌다. 유커를 맞이할 국내 관광 인프라 전반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여기저기 부족한 것 투성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 들이 들어오더라도 수요가 특급호텔로 바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인센티브 트립의 경우 3성급 호텔에 쇼핑, 관광을 위주로 한다”며 “아직 비행기 중국 노선도 회복이 되지 않아 가격이 비싸고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중소여행사들은 물론 대형 식당, 3~4성급 비즈니스호텔 등 단체관광객 전용 시설들이 많이 문을 닫은 상태여서 걱정이 크다”며 “운전사와 가이드들도 직업을 바꿔서 당장은 각종 인프라를 모두 재정비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대규모 채용에 나섰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 리조트 등을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은 최근 직원 4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12월 개장 이후 최대 규모의 인력 채용이다. GS그룹 계열 파르나스호텔은 지난 22일 200여 명을 채용하는 대규모 채용 박람회를 진행했다.
만성 구인난에 시달리던 국내 호텔업계가 최근 채용에 더욱 어려움을 겪으며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는데, 직원 채용이 어려워 일손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코로나 기간 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은 호텔 가격이 또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유커 유입은 호텔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이 기간 국내 주요 호텔 가격은 2~3배 이상 치솟는 현상을 보인다.
또 대체로 대체 휴무가 낀 주말이나 연휴철이 돌아오면 호텔 숙박료는 크게 뛴다.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통상 크리스마스, 설날 등 성수기 연휴 시기 평일 대비 가격 인상 폭이 최소 40%이상 차이가 난다. 예약율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고 있어 수요에 따른 변동이 큰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 룸 가격의 경우 일반 상품처럼 소비자가격이 딱 정해진 구조가 아니라 서비스를 포함해 판매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높다”면서 “주말, 연휴 등에 고객 니즈가 높아지면 수요와 공급 변화로 가격 역시 변동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급호텔이 막무가내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책정하는 담당자가 따로 있어서 각 판매 채널별로(홈쇼핑, 코퍼레이트, OTA, 공식홈페이지) 등으로 쪼개져 있다”며 “목표하는 경영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 조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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