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표류 주민 외면하는 북한
수도권 모처 시설서 지내고 있어
남한 생활 적응했나…최근 샤워도
새 정부 출범까지 송환 어려울듯
통일부는 지난 2013년 11월 22일 연평도 근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을 26일 북측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 주민은 지난 22일 오후 1시 30분께 연평도 근해에서 목선에 탄 채 표류하다 미군 2사단 소속 헬리콥터에 구조됐다. ⓒ통일부
북한 표류 주민 2명이 허공에 뜬 미아(迷兒) 신세로 80일째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는 귀환을 원한 북한 주민이 남측에 체류한 기간 중 최장이다.
본의 아니게 한국에 장기 체류 중인 북한 주민들은 송환을 원하지만 북한은 '묵묵부답'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7일 군과 해경은 서해 어청도 서쪽 170㎞ 지역에서 표류하는 소형 목선을 발견하고, 이 배에 탑승한 북한 남성 2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들은 국가정보원 등 관계 당국이 합동정보조사를 실메뉴시한 결과에서 한국으로 귀순하지 않고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는 유엔군사령부 채널인 '핑크폰'으로 관련 상황을 전달할 소통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도 북한의 반응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지난 2023년 4월부터 판문점 채널과 군 통신선 등 남북 간 대화 채널을 모두 끊어 송환 계획을 통보할 방법이 제한적이다.
또 그해 말에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고, 최근에는 남북 간 연결 도로·철도도 폭파하는 등 물리적 단절 조치도 단행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 주민 2명은 정부 기관이 관리하는 수도권 모처의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정작 장기체류 중인 북한 주민 2명은 북한만 바라보며 송환을 기다리고 있지만 북한은 자국민을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송환 관련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북한 주민들은 초반에는 식사도 거부했다고 전해졌다. 다만 '반강제 한국살이' 탓에 정부 측에서 제공하는 식사에는 적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정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통일부 예산을 사용해 표류 주민에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해 왔다.
정보 소식통은 "(북한 주민 2명은) 수십일간 남조선 괴뢰의 물로는 씻지 않겠다며 샤워조차 하지 않았다"며 "최근 냄새가 코를 찌르자 주변을 경계하며 샤워를 했다"고 전했다.
법적 문제도 분명하지 않아 정부 입장에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환 법률에 따르면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의 주민'을 지원대상으로 규정한다.
한국에 정착의사가 없을 경우 이에 해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의 주민’(제1조)을 지원 대상으로 규정한다. 한국에 정착 의사가 없는 경우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전까지는 송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게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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