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전세보증보험 강화요건, 신규·갱신 모두 적용
“전세사기 없앤다면서 외려 역전세 부추겨”
집주인 자금부담↑…“비아파트 주택가격 산정기준 마련 시급”
올해부터 신규 전세계약과 갱신계약 모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강화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이 적용된다.ⓒ데일리안DB
올해부터 신규 전세계약과 갱신계약 모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강화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이 적용된다.
정부가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 가입 기준을 강화한 것인데, 이로 인한 인위적 역전세가 늘어나 외려 전세시장 혼란을 부추긴단 지적이 적지 않다.
3일 집토스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갱신 예정인 연립·다세대 등 빌라 전세계약 10건 중 6건 이상(66%)은 동일한 보증금으로 전세보증 가입이 불가하다. 그간 신규계약에만 적용되던 HUG의 강화된 전세보증 가입요건이 갱신계약에도 확대 적용돼서다.
앞서 지난해 5월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전세보증 가입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종전에는 공시가격 인정비율이 150%였으나 이를 140%로 낮추고, 담보인정비율(전세가율)은 100%에서 90%로 조정했다.
이를 적용하면 빌라의 경우 전세보증 최대한도가 공시가의 150%에서 126%로 떨어진다. 지난해에는 신규계약에만 적용했으나, 올해부터는 갱신계약에도 강화된 전세보증 가입 요건이 적용된다.
빌라 공시가격이 1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2년 전 집주인은 1억5000만원에 전세보증 가입 후 세입자를 받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 계약만료를 앞두고 세입자가 갱신을 요구할 경우, 기존 보증금으로는 보증가입 유지가 불가하다. 보증금을 1억2600만원까지 낮춰야 하는 셈이다.
집토스는 오는 3월 발표 예정인 공동주택 가격이 1년 전보다 10% 하락할 경우, 수도권에서 가입 불가한 갱신계약은 7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계약 갱신 시 기존 보증금으로 전세보증 가입 유지가 불가한 경우가 서울은 63%, 경기 66%, 인천은 86%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전세사기 피해로 현재 빌라 전세시장에선 HUG의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한 물건이 소위 ‘안전한 물건’으로 취급된다. 빌라 기피 현상이 짙어진 상황에서 집주인이 그나마 세입자를 수월하게 구하려면 전세보증 가입은 필수다.
집주인들은 정부가 전세사기 차단을 위해 전세보증 가입 문턱을 높인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졌던 주택들까지 전세사기 위험에 노출되도록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자금 여력이 안 돼 세입자에게 낮아진 금액만큼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집주인은 꼼짝없이 전세사기범으로 전락하게 된다.
집주인들 사이에선 보증금 미반환 사태를 막기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기존 빌라를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하지만 빌라시장이 한껏 위축된 만큼 매수자를 찾기도 녹록지 않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내놓은 설익은 대책들이 전세사기를 더 확대한 격”이라며 “주택가격 하락에 맞춰서 올해 공시가격은 더 떨어져 나올 게 분명한데, 보증가입 요건이 강화되면서 그만큼 보증한도도 축소돼 집주인들의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빌라 등 비아파트는 공시가격과 시세 간 괴리가 너무 크다. 비아파트 주택가격 산정 기준을 합리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보증가입 문제뿐만 아니라 세입자 입장에서도 전세계약을 할 때 이 주택의 가치가 얼마인지 합당하게 판단할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전세사기 예방의 가장 첫 걸음”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이 고점이던 2~3년전 전세계약 만기가 올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도래할 것이어서 정부 규제 강화에 따른 전세사기 사례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요즘은 빌라 세입자 대부분이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한 집을 찾기 때문에 빌라 전셋값이 전세보증 가입 가능한 금액으로 맞춰지는 경우가 많지만, 갱신계약의 경우 종전 계약 대비 전셋값을 크게 낮춰야 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집주인들의 자금 부담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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