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구광모 체제…권한도 책임도 무거워졌다 [기자수첩-산업IT]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3.11.27 07:00  수정 2023.11.27 07:00

사업 재편 이어 인재 발탁도 '구광모 스타일' 자리잡아

새롭게 진용 갖춘 '구광모 사단'…무한경쟁 시대 성과로 증명해야

구광모 LG 회장이 3월 16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LG

'구광모식 LG'색채가 더욱 진하고 또렷해졌다. LG의 주력 사업 개편과 인재 발탁이 구광모 스타일로 완전히 달라졌다. 진정한 '구광모 체제' 원년은 올해부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실제 모바일·태양광 사업 종료, LG에너지솔루션 IPO(기업공개), LX 계열 분리라는 굵직한 사업 재편이 모두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이뤄졌다. 이 뿐 아니라 구 회장은 A(인공지능), B(바이오), C(클린테크) 사업을 향후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었다. 올해로 창립 76주년을 맞은 LG가 100년 기업을 정조준해 지속 성장의 긴 레이싱을 준비할 수 있도록 체질 변화를 주문한 것이다.


그간 '안되는 사업은 접고, 되는 사업은 더 잘되록' 사업 재편을 주도해온 구광모 회장은 취임 5주년이 되는 해 정기 사장단 인사에도 이 과감성을 투영시켰다. 선대회장인 구본무의 '6인 부회장'이 모두 물러나고, 그 자리를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최고경영자(CEO)에 데뷔한 인물들로 채우면서 명실상부 구 회장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주)LG를 비롯해 석화-배터리-가전-부품 계열사 CEO 모두 구 회장 체제 이후 성과를 낸 인물이다. 부회장단의 경우 구광모 회장이 직접 영입하거나 승진시킨 인물들만 남았다. 구 회장이 영입한 인재 1호 신학철 LG화학 CEO는 선임 당시부터 부회장을 달았고, 권봉석 LG COO는 구 회장 체제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장단도 '구광모 사단'으로 새롭게 꾸려졌다. 권영수 부회장의 뒤를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게 된 김동명 사장과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후임인 문혁수 부사장은 각각 1969년생, 1970년생으로 '젊은 피'에 속한다. 모두 구광모 체제에서 CEO에 데뷔하게된 케이스로, 구 회장이 강조해온'성과주의'와 '미래준비' 키워드에 들어맞는다. 정호영 사장의 뒤를 이어 LG디스플레이를 맡은 정철동 사장 역시 구 회장 취임 첫 해 LG이노텍 사장으로 CEO 데뷔전을 치른 이력이 있다.


(주)LG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에 구 회장 체제 이후 성과를 낸 인재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LG그룹은 한층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부회장단 최소화-젊은 CEO로 요약되는 이번 인사를 통해 구 회장은 젊고 스마트한 조직으로 LG그룹을 이전 보다 유연하게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했다.


'지속성장 장기 레이싱 준비'라는 기조의 이번 인사로 경영진의 진용이 새로 갖춰졌지만, 이 체제가 언제까지고 이어지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새롭게 구 회장의 간택을 받은 리더들은 확실한 성과로 그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야만 한다.


구 회장은 5년간의 사업 재정비를 통해 LG그룹이 배터리-전장부품-가전 등 주력 사업에서는 1등을, 바이오-AI 등 신성장사업에는 과감히 집중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경영에는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되 각 계열사들이 스스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줌으로써 LG그룹이 흔들림없는 재계 4위를 유지하는 한편, 시가총액 240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구축한 것이다.


'실용주의'로 읽히는 그의 결단은 인재 등용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구 회장이 던진 사업 방향성에 맞게 계열사 CEO들은 사업 전략을 더욱 구체화하는 한편 각 포트폴리오의 성과가 제대로 나올 수 있도록 한층 더 치밀해져야 한다. 배터리-가전-전장 등 주력 사업은 경쟁사의 기술 투자가 한창이며, 신성장 사업의 경우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특히 AI 시대 개화로 AI를 접목한 신사업 발굴·인재 육성은 가장 큰 숙제로 꼽힌다.


이 과도기를 '구광모 사단'이 어떻게 지내게 될지는 향후 성과에 달렸다. '성과'와 '미래' 중심 인사는 이제 LG 경영진들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LG CEO들은 앞으로의 실적을 통해 자신이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임을 증명해내야 한다. 구광모의 실용주의는 그래서 더 무겁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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