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인간 중심 '미래 모빌리티 혁신 허브'
하나의 건물에 생산, 연구개발, 서비스까지 모든 시설이 갖춰진 복합 공간 구성
R&D-제조-비즈니스 분야 글로벌 개방형 혁신 주도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내 자동차 생산 설비 셀(Cell)에서 로봇이 아이오닉 5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100년 아성을 깰 만한 제조혁신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한다.
자동차 산업 부흥기를 이끈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벨트 방식 대량생산 체제가 ‘포디즘(Fordism)’으로 불린 것처럼, 컨베이어벨트를 벗어나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셀(Cell)’ 방식으로 전환하는 정의선의 제조혁신이 경쟁사들의 추종 과정을 거쳐 ‘현대이즘(Hyundaism)’으로 역사에 남을지 관심이다.
21일 준공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는 기존 도심 외곽의 대규모 부지에 평면형으로 펼쳐진 대규모 생산시설과는 달리 도심 인근 소규모 부지에 다층 건물로 지어졌다. 이 때문에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라는 명칭을 얻었다.
이곳에서는 형태만큼이나 다양한 혁신을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실증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지능형, 자동화 제조 플랫폼 기반 ‘기술 혁신’, 다품종 유연 생산 시스템 중심 ‘제조 혁신’, 고객 경험 기반 판매 모델 구축 등 ‘비즈니스 혁신’이 그것이다.
HMGICS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제조혁신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HMGICS를 테스트베드 삼아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검증된 성과는 미래 생산기지 구축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현대차그룹
중점적으로 검증이 이뤄지는 부분은 셀 기반 유연 생산 시스템, 인간과 로봇이 조화를 이루는 인간 중심의 제조 공정, 현실과 가상의 정보가 끊임없이 공유되는 디지털 트윈 기술 등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주문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중심에 고객이 있다고 보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주문부터 인도까지 고객의 니즈에 최적화된 맞춤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학, 정부 연구기관 등 싱가포르 현지 생태계와 긴밀한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생산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 테스트베드로 최적 입지조건…울산‧조지아도 순차 도입
현대차그룹이 제조혁신의 첫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혁신센터의 위치를 싱가포르로 정한 것은, 미래 모빌리티 혁신 플랫폼 구축을 위한 도심형 테스트베드로 가장 적합하다는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HMGICS가 위치한 주롱 혁신지구는 지난 2016년 싱가포르 정부가 발표한 경제개혁 계획안에 따라 개발되고 있는 지역으로, 제조업 육성과 공정 전반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주도하는 첨단 산업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HMGICS는 주롱 혁신지구 내 약 4만4000㎡(약 1만3000평)의 부지에 연면적 9만2000㎡(2만8000평),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건립됐으며, 하나의 건물에 소규모 제조 설비, 연구개발(R&D) 및 사무를 위한 업무 공간, 고객 체험 시설까지 모든 시설이 갖춰진 복합 공간으로 구성됐다.
1층에 자동물류 시스템, 스마트 제조 및 품질 연구 시설, 브랜드 체험 공간 및 고객 차량 인도 공간이 자리하고 있으며, 2층과 4층은 사무공간, 3층은 생산 시설과 고객 경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5층 옥상에는 차량 시승 및 테스트를 위한 스카이트랙이 설치됐으며, 지하 1층과 지상 6~7층은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HMGICS는 올해 초부터 가동을 시작해 아이오닉 5와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전기차 생산능력은 3만대 이상이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생산라인에서 로봇이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검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HMGICS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인간 중심의 제조 시스템을 바탕으로 시장 변화 및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차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도심에 위치해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고객의 니즈와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고객들의 다양한 주문에 최적화된 생산을 위해 컨베이어 벨트 대신 각기 다른 모빌리티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유연 생산 방식인 ‘셀(Cell)’ 시스템을 HMGICS에 도입했다.
이를 이용하면 작업자와 생산 로봇이 타원형 모양의 셀 하나에서 다양한 차량 수요에 맞춰 모빌리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생산하는 차종이 많아지더라도 최적화된 알고리즘으로 생산 계획과 소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유연 생산을 위해 업무 영역에서 생성되는 모든 정보를 표준화해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건물 전체에 5G 통신망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환경도 구현했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종합상황실에서 가상의 3차원 공간에 만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통해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가상의 3차원 공간에 디지털 트윈, 즉 쌍둥이 공장을 재현해 실제 공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모니터링하고 시뮬레이션 및 제어할 수 있는 메타 팩토리를 구축해 공정 전반의 효율성을 끌어 올렸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면 실제 공정을 시범 가동하지 않고도 최적화된 가동률을 산정할 수 있게 되며, 물리적인 방문 없이도 제조와 물류 공정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로봇과 사람의 유기적인 연결도 HMGICS의 특징이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작업자가 가상의 공간에서 지시를 내리면 부품, 차체, 조립 등 각각의 공정에 배치된 로봇들이 최적의 타이밍과 경로를 계산해 업무를 수행한다.
이처럼 공정 전반에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근로자는 반복적이고 무거운 작업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로봇이 아이오닉 5의 차체를 정밀 스캔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현대차그룹은 HMGICS에서 개발, 실증한 제조 플랫폼을 미국 조지아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한국 울산 EV 전용공장 등 글로벌 전기차 신공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개발하고, 글로벌 완성차 시장을 선도하는 제조 혁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HMGICS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고객 중심의 제조 플랫폼…주문, 제조과정 체험, 시승, 인도까지
HMGICS가 추구하는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혁신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고객의 니즈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모빌리티의 주문부터 인도까지 이어지는 고객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했다.
먼저, 고객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트림, 색상, 옵션 등 사양을 적용해 차량을 주문하면 HMGICS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차량을 생산한다.
고객은 건물 옥상에 위치한 총 길이 620m의 스카이트랙에서 HMGICS 생산 차량을 시승해 볼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내 고객 인도 공간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아이오닉 5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HMGICS는 건물 일부에 투명 유리를 적용해 차량 인도를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이 바깥에서도 전시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건물 3층에는 고객이 VR 투어를 통해 차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상으로 볼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VR 투어 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자동차가 생산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HMGICS 1층과 3층에는 로보틱스와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농장 ‘스마트 팜(Smart Farm)’을 설치해,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 팜에서는 최대 9가지의 다양한 식물을 재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확된 농작물은 내년 2분기 오픈 예정인 HMGICS 내 레스토랑에서 고객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데 사용될 계획이다.
싱가포르 현지 생태계와 협업…우수 인재 확보
현대차그룹은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제조 및 생산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현지 생태계와 긴밀한 협업관계를 구축한다.
이날 준공식에서 현대차그룹은 HMGICS를 통해 싱가포르에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현지 대학, 정부 연구기관 등과 MOU를 체결했다.
HMGICS는 난양이공대학( NTU) 및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산하 기술개발연구소인 과학기술청(A*star)과 기술 개발 생태계 구축 MOU를 체결하고 싱가포르 최초로 대학, 정부, 기업이 합작한 연구소를 설립한다.
합작 연구소에서는 싱가포르의 우수 인재를 활용해 인공지능, 로보틱스, 메타버스 등 차세대 자율 생산 운영 체제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경제인 연합회(SBF), 싱가포르 제조업 연합회(SMF)와는 산업 생태계 구축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두 연합단체와 현대차그룹은 HMGICS의 혁신적인 제조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하고 차별화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가는데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옥상에 설치된 스카이트랙(Skytrack)에서 아이오닉 5가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현대차는 이날 준공식에 앞서 싱가포르 물류 기업 PTCL(Poh Tiong Choon Logistics)과 ‘수소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협력 MOU’를 체결하고 싱가포르 수소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및 발전에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PTCL은 운수업, 창고업, 임대업 등을 영위하는 싱가포르 주요 물류업체로서, 친환경 물류 사업 전환을 위한 수소모빌리티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국가수소전략(National Hydrogen Strategy)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수소를 포함한 저탄소에너지 생산 비중을 싱가포르 전력 생산의 절반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MOU를 통해 현대차는 싱가포르 수소생태계 관련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PTCL은 수소사업 관련 현지 코디네이터로서 현대차의 참여를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공동 모색하는 등 싱가포르의 에너지 전환에 힘을 모을 계획ㅇ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주롱도시공사(JTC)와 함께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주롱 혁신지구의 발전 단계에 따른 미래 교통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모빌리티 솔루션을 도출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싱가포르 국영 최대 전기 및 가스 배급 회사인 SP그룹과 싱가포르 전동화 생태계 구축 및 배터리 활용 신사업 발굴을 위한 협약을 맺고 전기차 보급, 충전 인프라 확대 등 전동화 생태계 구축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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